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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리마파시> 리뷰

[review] 성폭력 피해 증명이 어렵다는 걸 나도 알아

by 한은

[1] 1인극의 몰입력

1인극이라 하면 장면 전환과 인물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대에서 여러 인물들을 통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연출이 익숙해진 관람자들에게 연극이라는 것이 생소하기는 하다. 하지만 스크린에서 느낄 수 없는 입체감과 집중도가 연극 무대에서 펼쳐지게 되는데 이 매력에 한번 빠지게 되면 연극만 보러 다니게 된다. 그리고 배우들마다 각자의 해석을 통해 연극에 집중하다보면 관객과 배우가 함께 호흡하며 무대에 빠지게 되는 그 긴장감도 연극의 매력 중 하나이다.


오래 전, 이순재 배우의 <리어왕>을 보면서 리어왕의 독백에서 독백연기의 빠져드는 매력을 느껴버렸다. 인물이 많이 나와서 무대를 가득 채우는 것도 서사의 풍성함을 느끼게 해주지만 이순재 배우의 <리어왕> 해석은 살면서 만나봤던 작품들 중에서 가장 몰입되었던 작품이었다. 이후 1인극과 작품마다 나오는 독백 부분의 대사들을 분석하면서 연극의 작품성, 완성도에 집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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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리마 파시

여성 1인극 <프리마 파시>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이자람, 김신록, 차지연 배우를 통해 시작되었다. 2시간이 되는 시간을 배우 한명이 부대를 책임지고 장악해야 하는 만큼 국내에서도 누가 캐스팅 될 지 이목이 집중 되었다. 인물에게 나타난 한 사건을 중심으로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재현하여 몰입을 하게 된다.


연극 <프리마 파시>는 인권 변호사 출신 극작가 수지 밀러의 작품으로 2019년 호주에서 초연된 이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를 뒤흔들며 뜨거운 반항을 일으킨 여성 1인극이다. 법정에서 승소만 쫓던 변호사 '테사'가 갑자기 성폭행 피해자가 되어 법 체제와 맞서는 782일 간의 외로운 싸움을 그린 <프리마 파시>는 성촉력 재판에서 피해자가 감내해야 하는 가혹한 입증 책임과 법 체제의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을 한다.


[3] 변호사의 모습도 "나", 초졸한 지금의 모습도 "나"

연극을 보면서 국내 영화 중에서 엄정화 배우의 주연 <미쓰 와이프>가 생각이 났다. 변호사의 모습, 엄마의 모습, 완벽했던 모습, 완벽하지 못했던 모습 등 한 인물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모습들은 결국 "그 사람"이었다. <미쓰 와이프>에서 엄정화 배우는 한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여러 모습 속에서 "나 다움"을 배우게 되어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데 <프리마 파시> 연극에서 '테사'는 여러 상황 속에서의 자신을 자주 언급한다. 엄마에게 선물 받았던 분홍 실크 브라우스는 현실의 '테사'를 보이고 하얀 실크 셔츠는 변호사의 '테사'를 보여준다. 셔츠를 바꿔 입을 때마다 표정과 대사, 분위기가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 배우의 연출력과 집중력, 연극의 해석이 너무 재미있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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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장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테사'와 같이 자신 뒤에 똑같이 성폭력으로 인해 법정에 서게 될 사람들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법정 싸움을 하게 되는데 <프리마 파시>의 연극을 만든 수지 밀러는 무엇을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일까? 특별히 연극의 시작과 끝까지 여성분들이 이 연극에 가장 몰입이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극이 끝난 이후에는 많은 여성분들이 눈물을 훔치며 박수로 연극의 마무리를 함께 했는데 각자가 지키고 싶은 무언가에 나름대로의 싸움을 해야만 하는 사회와 세상 속에서 여러 감정들이 교차 되었던 것 같다.


[5] 결론 : 모두가 지켜내야만 하는 것

연극은 무조건 앞자리를 사수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1인극이라면 더더욱 앞자리의 욕심을 가져야만 한다. 배우가 눈물흘리는 것을 바로 알지 못했었지만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뒤늦게 눈물을 보아서 너무 아쉬움이 컸었다. 가장 약할 수 있는 존재가 여성일 수 있다는 것에 집중되어있지만 개인적으로 여성에게 집중하기 보다 강자라고 자칭하는 존재들의 옳지 않은 모습과 부당함들을 더 비추어서 관람하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서사로 이어져 나갔으면 어땠을까 떠오르게 되었다. 1인극이어서 그 서사를 표현하기가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프리마 파시>의 무대 연출력을 보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강한 자가 있다면 약한 자들도 분명 공존하게 된다. 하지만 강한 자의 세계와 약한 자들의 세계를 양극화 되는 해석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이라 말할줄 알아야 하는 좋은 연극이었다. 나는 대학 동기와 김신록 배우의 해석으로 작품을 만나게 되었는데 배우는 괜히 배우가 아닌 것 같다.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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