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와 유리수 : 숫자가 얼마나 큰 거야?

[Essay] 290등이 알려주는 중등 수학

by 한은

[3] 큰 숫자, 작은 숫자의 조화로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큰 세상인지 알아야 한다. 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도 작은 땅이 아니지만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직접 보게 되었다. 중앙아시아를 가고, 20대 때는 러시아, 서유럽, 인도, 홍콩을 다녀오면서 지구라는 큰 세상에서 나의 존재가 너무 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분명 똑같은 사람인데 문화와 모습, 음식이 다른 것을 보면서 그동안 나의 자리를 나 스스로 좁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가장 큰 자연수라고 생각했지만 자연수가 존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만들어져야 했던 유리수, 실수들의 벤다이어그램을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 생각할 수 있었다.


중등 수학부터 숫자와 도형이 같은 개념으로 설명하게 되는데 1학년 때는 점, 선, 면을 통한 도형의 모양을 배우고, 2학년이 되면 도형의 본질을 배우게 된다. 점, 선, 면이 결국 숫자의 크기와 비율을 알려주는 것임을 좌표평면을 통해 배운다. 즉, 수많은 숫자들의 집합체가 도형이라는 것을 배운다.

수많은 숫자들의 집합체 중에서 가장 기준이 되어주는 정수가 있다. 수직선을 그었을 때, 0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양의 정수, 왼쪽은 음의 정수로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개념이 중학생이 되어서 배우게 된다. 초등학생에게 음의 정수를 물어본다면 어떻게 0보다 작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있는데 마이너스는 크기가 작아진 숫자라는 것을 알고 연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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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설명을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숫자들의 정렬이 수학을 포기하게 만든다. 나는 학생 때 글로 정리된 이론을 아무리 읽어도 쉬운 것도 어렵게 느껴지기만 했었는데 선생님과 공부를 열심히 하던 친구들 중에서 수직선으로 보면서 숫자를 알아야 한다는 말 한마디만 했더라면 숫자를 어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과서에는 그냥 예시만 나와있고 분수와 소수는 무조건 유리수이다라는 너무 포괄적인 개념으로 이해하다 보니 유리수를 고르라는 수학 문제를 꼭 하나씩은 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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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 수학은 반드시 수직선 위에 숫자를 볼 수 있어야 한다. 0보다 작은 숫자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음의 정수, 음의 유리수들을 통한 연산을 끊임없이 하게 되지만 서로 크기가 다른 숫자들이 무한히 존재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중학교 3년은 대부분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하고 끝나는 것이 나름의 꿀팁이다. 그럼 왜 많은 종류의 숫자들을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기만 하고 중학교 3학년이 끝나느냐? 바로 고등학교 때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무리수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 수학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대학생이 되어서 수능을 준비하던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수많은 종류의 숫자들을 표현하는 과정 속에서 숫자를 영어 단어처럼, 영어 문장처럼 읽히는 순간이 있었다. 계산도 하기 전에 이미 익숙해진 숫자들로 인해 계산이 빨라지는데 영단어처럼 외워지는 숫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이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2x50, 25x4 등 0으로 딱 떨어지는 숫자들은 외우게 되니 계산도 하기 전에 숫자를 보자마자 값을 정리하기도 했었다.

중학교 3년은 정수, 유리수에 익숙해지기 위해 연산만 한다. 중학교 3년 동안 숫자를 보는 것에 익숙해져야 수직선에서 빠르게 찾기 어려운 숫자들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심지어 문자와 식을 통해 수직선 어디에 있는 숫자인지 모르겠지만 "여기쯤" 있을 것이다라는 허상의 숫자 허수를 배우게 된다. 허수의 개념이 너무 미치도록 어려웠던 고등학교 공부가 기억에 나지만 허수의 발명이 위대한 발견이자 발명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일상에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학이 바로 읽어지는 문자가 아니어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숫자를 글자처럼, 문장처럼, 단어처럼 계속 읽다 보면 충분히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 숫자인지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중등 수학은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기간일지 모른다. 그 싸움을 해본 사람들이 분명 똑같은 연산의 개념인 고등학교 수학도 단번에 이겨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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