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290등이 알려주는 중등 수학
[9] 기초가 가장 강력한 힘
수학은 단순히 숫자에 대해서 배우는 학문이 아닌 "논리적 표현"을 배울 수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정답만을 원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숫자만 바뀌어 있는 문제라 하더라도 정답만 찾으려 하다 보면 같은 풀이라 하더라도 의문을 가지지 못할 수 있다. "비슷한데?", "어?"와 같은 질문을 발견하지 않고 레이스만 펼치게 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학 문제를 만들어서 나누어주면 제한 시간도 주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마치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한다. 경주마에게 옆을 못 보도록 양쪽 가리고 앞만 보고 달리게 하듯 경주마처럼 보여서 마음이 아플 때가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수학 공부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진다. 더 복잡한 숫자들의 연산들과 가로로 나열해서 연산을 해왔는데 갑자기 두줄, 세줄을 만들어 연산을 하고 미지수를 구하게 된다. 또는 치환, 교환이라는 여러 표현들과 함께 미지수와 결과 값을 찾는데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용어들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외워야 하는 기호들도 많아지고, 숫자보다는 문자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용어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를 할 수 있었지만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자와 기호들은 익숙해지기 어렵다. 결국 고등 수학부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중등 수학에서는 수직선에서 표현할 수 있는 수많은 숫자들의 연산을 통해 숫자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면 고등 수학은 문자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학부 시절 실험실에서 단백질 분석(유전공학)을 하기 위해 내가 추출한 단백질의 유전 정보가 어떤 형태로 얽혀있는지 알아내야만 했다. 컴퓨터의 도움으로 적외선, X선, 방사선을 쏘아가며 특정(specific) 단백질(gene)이 어디 있는지 찾는데 한 번에 찾을 방법은 없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부위의 유전 정보를 찾기 위해 딱 보아도 아닌 유전정보들을 계속 자르며 특정 위치와 가까워지는 방법이었다. 이건 미지수가 수백 개가 있는 상태에서 미지수의 값이 얼마인지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단백질 실험 때마다 정말 도망가고 싶었다. 특정 단백질 위치에 더 빠르게 도달하기 위해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기존 실험 순서들에서 더 보수할 부분을 고민하면서 복잡한 과정을 빠르게 풀어내는 방법을 알았다.
중학생 때 반복적으로 계산했던 정수와 유리수들의 연산을 통해 숫자를 보자마자 대충이라도 근차시에 빠르게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면 요령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보다 더 빠르게 암산을 하던 친구들이 많았지만 복잡한 숫자를 보더라도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복잡한 문자와 식을 보더라도 더 편하게 식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하던 찰나! 고등학교에서 여러 기호들을 배우게 되었고, 그 기호들 덕분에 나의 계산이 조금 더 수월해졌다. 정답을 찾는 수학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수학을 해야만 한다.
수학을 통해 과정을 쌓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공계 관련한 학과가 아니라면 대학에서 수학 공부를 배우는 시간이 없겠지만 수학이 "나"를 과학자로 만들어주었다. 나의 전공 분야 외 다른 것들을 몰랐는데 세상을 볼 수 있는 호기심을 수학이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나의 분야 속에서도 많은 질문을 만들어 "나"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보게 해 주었다. 수학 덕분에 나의 분야에서 더 많은 분야와 사람들, 그리고 과정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