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순수한건지 무지한건지 아직 모르는건지
[1] 꿈 꾸는 것에 대하여
어렸을 때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현실의 벽을 보는 순간 쉬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 알았다. 보통 중학생 때까지라도 꿈이 의사라고 말하는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가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의대 가는 경우가 내가 수험생일 때 정말 많았다. 하지만 나는 고1부터 의사의 꿈을 바로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나와 타협을 보기로 했다.
나는 의과학을 좋아해
라며 나 자신과 타협을 보고 백신 연구, 암센터에서 의료기기를 연구하는 연구원이 되겠다고 다짐했었다.ㅋㅋ
끝내 나는 과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나와 타협을 정말 많이 보았지만 때에 맞게 적절히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갔다.
사실 처음부터 인체가 너무 신기해서 의사가 되겠다고 했지만 과학을 공부하더라도 인체를 배우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생화학을 배울 때 몸 속에서 여러 화학적 반응들이 일어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캡스톤디자인으로 아이템 사업을 해보는 과목 때도 약을 만들어 보기도 했었다. 졸업논문으로는 전혀 다른 신경 관련 논문을 적어서 졸업했었지만 여러가지를 배우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2] 내 꿈은 피자집 사장님
한 10살쯤 이었을까? 가족들과 미스터피자에 가서 피자를 시켜 먹는데 피자집에 들어온 모든 가족들이 정말 웃음이 가득한 상태로 피자집에 들어왔었다. 부모님께서 맞벌이시고 밤 늦게 우리 가족이 모였었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추억이 어렸을 때부터 많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9년째 나 혼자 살고 있다. 추억은 많지 않지만 좋았던 기억은 조금씩 남아있기는 했다.
여동생과 연년생인데 나의 고등학교 3년과 동생의 고등학교 3년, 총 6년을 아버지께서 직접 태워주셔서 등교를 했었다. 그때는 아버지도 출근을 하셔야 하니까 같이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커서 돌아보니 엄청난 헌신이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내 꿈은 피자집 사장님이기도 했었지만 나중에 자녀들 등교할 때 꾸준히 같이 등교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3] 순수한건가? 무지한건가? 아니면 아직 뭘 모르는건가?
직장 생활 할 때도, 교회에서 학생들과 지낼 때도, 대학원을 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항상 꿈을 꾸고 있다고 말한다. 소소하지만 너무 즐거울 것 같은 꿈을 자주 말하고 있다. 다음주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자기기를 지금 바꾸는게 좋을지 아닌지, 좋아하는 연어를 실컷 먹기 위해 돈 조금씩 아껴두고 있다는 등등.. 어른들이 나를 보시기에는 너무 철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무게감이 없어 보이기도 할 수 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학생들과 잘 지내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학생들과 지내는 것이 나의 삶이기 때문에 어느순간 어른들과, 지성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하면서 가장 재미있게 노는 무리는 중.고등학생이었다. 학생들 앞에서는 항상 갑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고 말하는 교사였다.
[4] 그래도 내 꿈은 피자집 사장님이지만 지금은 과학교사입니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꾸준히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미래를 함께 해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같이 맛있는걸 먹고싶고, 좋은걸 나누고 싶고,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직도 내 꿈은 피자집 사장이라고 주변 사람들 한테 말한다. 진심은 아니지만 그때 피자집에서 웃는 소리들이 가득했던 것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피자집을 상상 속으로 그려보기도 한다. 특히 자기 전에 현실은 눈을 감고 있지만 머릿속에서 상상속의 나의 세상이 시작되고 있다. 내 방의 크기와 침대 모양, 내가 입고 있는 옷들, 내가 하고 있는 행동들 하나 하나를 전부 상상해보는데 그 중에 교사의 모습이 오래 전부터 있었다. 상상만 했던 나의 모습이 지금은 현실 속에서 삶으로 나타내고 있다. 나도 어느정도의 때가 묻어서 그런 것일까? 피자집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마케팅을 할건지, 임대료는 어떻게 준비하며 나의 브랜드로 피자집을 만들지, 브랜드를 가지고 와서 시작할지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피자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유럽으로 유학을 가야할까? 이태리 피자는 원재료부터 맛있어서 토핑이 많이 없어도 맛있는 피자들이 많다는데 고민을 실제로 하기도 했었다.
어른들이 나에게 "이거는 이렇게 해야지", "저거는 저렇게 해야지", "그건 그렇게 하면 안되지" 라고 말하면서도 하면 안되는 것을 배우고 있지만 속으로 내 꿈을 더 키워보고 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은 내가 피자집 사장님이니까 :)
피자집 사장님 아직도 꿈 꾸고 있다. ㅋㅋ 아니면 연구실이나 지금 우리 대안학교 교실을 피자집처럼 꾸며볼까
그래서 지금도 제 꿈은 피자집 사장님인데 지금은 과학교사에요.
공학도 출신의 피자집 사장님은 어떠세요?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