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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적하면 동해로 가세요. 2

[Essay] 아무 생각 없지만 바다는 보고싶어 2

by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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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무 생각 없지만 기록해야겠어.

내가 보내는 시간과, 환경, 상황, 장소, 사람들에 대해서 남길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마음으로 잘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틀렸던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으로만 기억을 한다면 나 혼자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이던, 영상이던 어떠한 방법으로 그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함께 보고 있는 사람도 그 기억을 장면으로 기억하게 된다. 남는게 사진 뿐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시간 속에 향기가 있는 것 같다. 옛날 사진들을 보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그 현장 속으로 빠져드는 늪이된다. 옛날 사진만 봤는데 2시간은 기본으로 지나간다. 어렸을 때 자존감이 많이 낮았기 때문에 사진 촬영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누군가에게 나의 학창시절과 대학생 시절을 보여줄 때 사진이나 영상이 많지 않은 것을 보았을 때, 큰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나만 기억하고 있는 재미있는 상황도 말로 잘 말한다면 함께 재미있을 수 있지만 사진과 영상으로 보면 재미는 훨씬 커진다.


내가 사용 할 수 있는 모든 플랫폼을 이용해서 나를 남기기 시작했다. 영상, 사진, 글을 통해 나의 시간을 어떻게든 남겨보고 있다. 처음에 글을 적는 것에 흥미도 없고,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는 것에 재능도 없다고 생각을 해서 너무 대충 시작했지만 나의 역사,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방법들을 바꿔보기도 하고, 책을 많이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의 시간을 남기는데 이왕 하는거 잘 남겨보자 생각했던 것이 나만의 방법과 색깔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나를 남기면서 시작했고, 너를 통해 나의 시간을 채워나갔고, 우리라는 시간을 완성해 가는 것이 나의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4] 나의 하루가 너의 하루야. 그리고 우리


이문세 <조조할인> 노래 속에서 돈 500원이 없어서 조조할인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일찍 보고싶어서 조조할인을 본다는 가사가 굉장히 재미있다. 모두가 한번 쯤은 느껴보았을 감정을 너무 예쁘게 표현을 했다. 연인으로 시작은 모두가 풋풋하다. 풋풋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연인으로 시작하기 위해 서로가 오글거리는 상황을 받아드려야 하고, 즐겨야 하고, 이겨내야만 연인의 관계가 발전이 생긴다.


아무 생각 없었지만 나의 공간 안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것과 나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무언가 큰 사건으로 와닿는다. 기록하는 이유는 나의 시간을 돌아볼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준비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기록된 글들을 통해 지난 역사를 알고, 누군가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 어떠한 생활을 했었으며, 어떤 습관이 있었는지 그 누군가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5] 아무 생각 없지만 내일이 궁금해


대안학교와 학원에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나는 나를 위한 시간이 전혀 없었다.

모든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면 자정이 되어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0대를 보내면서 많은 일들도 해보았고, 열정적으로 시간들을 보내보았지만 이제는 뭔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체력적인 부분과 생각적인 부분, 시각적인 부분에서 하루가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변한 것이 없다며 거울을 보는 순간 무언가 변해버린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된다. 살도 찌고, 주름도 많이 생겼고, 늘 피곤해 보이고, 몸은 아프다 말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30대의 모습이다. 교회에서 저학년 아이들이 있는 교회학교(주일학교)에서 율동이 있는 찬양을 하면 아이들보다 내가 더 잘할 자신이 있지만 숨이 많이 벅차기 시작했다. 예전에 축구를 2시간 넘게 해도 지치지 않았는데 이제는 10분만 뛰어도 몸이 많이 무거워졌다. 몸과 외모는 많이 변한 것 같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단단한 사람으로 변한다. 세상 풍파를 겪어서 잘 버틴다는 것이 아닌 엄청난 심적 여유가 생긴다.


나의 여유로운 생각과 마음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찾아보게 된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절대 보이지 않던 내가 가야 하는 방향성과 이루어야 하는 사명이 더 명확해지는 것은 지난 나의 어려움은 반드시 내가 겪어야 했고, 지나가야만 했던 일이었다는 것을 돌아본다. 단순한 나의 꿈을 성취하는 것과 사회에서 큰 일에 기여하겠다는 단순한 야망이 아니다. 나의 존재 목적을 성취하는 것으로 크게 변한다.


[6] 아무 생각 없지만 바다가 눈 앞에 있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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