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아무 생각 없지만 바다는 보고싶어 3
[6] 아무 생각 없지만 바다가 눈 앞에 있어.
바다촌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어렸을 때 친구들이랑 노는 것은 바다를 보러 가는 것이 놀러가는 것이었다. 심심하면 친구들이랑 바다 보면서 이야기나누자며 바다 앞에 앉으면 3시간은 기본이었다. 그리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학생 때는 콜라 한캔씩 마시면서 어제 있었던 일, 오늘 있었던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으로 각각 변하고 있었다.
20살 대학생이 되어서 본의아니게 바로 독립을 하면서 고향으로 가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대학생이 되어 정착한 곳이 고향이 되었다며 바쁜 시간을 보내왔다. 바다를 보면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준비되어진 사람이 되겠다고 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준비되어지는 사람이 아닌,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열정적으로 지내는 사람이 아닌 지금 당장 살아내야 하는 하루살이처럼 지내왔었다. 나름의 열정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나를 보살피지 못해서 너덜너덜해졌다.
가장 지쳐있었을 때 모든 것을 그만두고 나를 위한 휴식을 가지기로 했다. 피로가 풀릴 때까지 잠을 자고, 평소 절약하느라 먹고 싶어도 먹지 못했던 음식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먹기도 했었고, 평소였다면 할 수 없었던 오랜 취미생활을 가지기도 했다. 너무 재미있었고, 무언가 보상으로 받은 기분이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장 무언가 일을 해야 할 것 같았고, 휴식을 누리면 되는 것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다시 안절부절이었다. 무엇으로 이 불안감을 떨쳐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제야 바다를 보러 가야겠다는 나의 예전 습관들이 본능적으로 나왔다.
바다를 보는 것이 생각을 완전 정리 할 수 있거나, 마음을 완전히 정리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평선을 보면서, 드넓은 공간을 보면서 너무 좁혀져있던 나의 사고들과 생각들을 넓혀서 걱정이었던 문제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꾸기 위해 바다를 찾는다. 나에게 상을 주기 위해 작게라도 모아왔던 돈을 꺼내어 렌트카와 함께 무작정 떠났다. 2시간반을 넘는 시간 달린 후 마주한 강릉바다는 큰 힐링이었다. 바다가 예뻐서, 파도 소리가 좋아서도 있지만 오랜만에 바다를 보니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바다 사람이지만 바다를 떠나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일까? 가만히 바다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7] 아무 생각 없었는데 생각이 났어.
아무 생각 없이 넋을 놓고 바다를 계속 구경했다. 오랜만에 맞아보는 바다 칼바람으로 너무 추웠지만 주변에 장칼국수 집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고 지난 나의 시간을 돌아보았다. 너무 많은 것들을 하고 있었던 과거의 나였고, 어떻게 그 많은 일들을 감당하고, 그 속에서도 의미들을 찾으려고 했었는지 놀랍기만 했다. 분명 아무 생각 없이 바다를 보고 있었는데 바다를 보면서 지나온 나의 시간들 덕분에 앞으로의 나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학생들과 삶을 함께 살아내는 것이 나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나의 삶이 없고, 혼자만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시간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나의 삶은 나를 위함보다 학생들을 위한 삶을 위해 그러한 그릇으로 지어져있었다. 나의 그릇이 어떠한 그릇인지 알고 있었지만 나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세워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을까 지난 시간을 바다를 통해 돌아보니 결국은 다음 세대(Next Generation)였다. 내가 희생만 했다고 생각했지만 희생이 아닌 바라는 것을 보기 위한 헌신이었다. 내가 바라고 소망했던 것은 나의 다음 세대가 바르게 성장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그 다음 세대와 함께 시대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함께 옳은 것을 붙잡고 싶은 것이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