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울어본 사람이 웃을줄 알아.
[1] 각자의 역할
생화학, 유전공학 전공자로서 엘리멘탈을 보았을 때, 너무 흥미진진했다.
인체 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화학적 메커니즘에 익숙했기 때문에 다른 원소들에 대한 개념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주기율표를 보면서 실험하고 이론을 익혔던 대학생 1학년이 생각났다. 흔하게 발견을 할 수 있는 원소들을 중화시켜보거나, 섞는 실험들을 통해 반응을 살피고 보고서와 고찰을 적었던 것이 PTSD처럼 올라왔지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각 캐릭터들에게 어떤 반응들로 풍성한 볼거리를 보여줄지 기대했다.
우리가 흔히 주기율표에서 발견 할 수 있는 원소들은 여러 특징들이 있고, 무게(또는 질량)를 가지고 있으며, 금속인지 아닌지를 표에 표시가 되어있기 때문에 조금만 공부해보면 이런 물질이겠거니 하며 상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원소들이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또는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이 될 수 있고, 그 새로운 물질을 통해 또 다른 원소들의 역할을 발견 할 수 있게 된다.
[2] 앰버의 역할, 웨이드의 역할
영화 속에서 의인화된 원소들의 특징과 방법들이 너무 기가 막힌다.
불이라면 화, 짜증 등 물이라면 차가움과 친숙함 등 엠버와 웨이드 모습 외에도 다른 원소들의 모습 속에서 의인화된 특징들이 원소로 보여지는 것을 넘어 동네에 한명쯤 있을 것 같은 동네 사람들, 혹은 도심 속에 사람들로 비춰진다.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원소들마다의 결합되면 발생되는 특징, 반응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을 원소로 비춰주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영화가 끝나면 누구는 영화의 누구와 비슷한 것 같다, 누구는 너무 똑같아서 재미있게 봤다는 등 여러 관람 포인트를 발견하는 것이 <엘리멘탈>의 매력이다.
엠버는 역시나 화가 많았다. 우리 주변에 항상 화가 많은 사람들은 이유가 있었는데 엠버도 역시나 이유가 많이 존재했다. 웨이드는 마음의 여유가 많았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많은 이유가 나오지 않았다. 웨이드는 그냥 웨이드의 성품이 그렇다는 것만 비춰주었다.
엠버의 감정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내려놓고, 하기 싫은 것을 한다는 것에서부터 수 많은 감정들을 보여주는데 이 표현을 영화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감추고, 가리려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웨이드를 만나게 되면서 진짜 본인의 모습은 감추지 않았을 때 가장 빛을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불과 물이 절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데 웨이드를 통해 더 아름다운 내면의 모습의 엠버를 찾을 수 있다.
[3] 희생이 아닌 헌신
웨이드의 능글 맞은 모습을 통해 불만 비춰지었던 엠버의 모습은 물에 비추어지는 "윤슬"의 모습으로 하나를 이룬다는 것이 우정, 사랑, 동료애, 끈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을 영화를 보는 모든 이에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사소한 것으로도 웨이드는 우는 모습을 꾸준하게 보여준다.
그냥 귀여운 케릭터라는 것만 느꼈지만 영화가 하이라이트에 넘어가게 되면서 웨이드의 분명한 역할과 멋진 명대사들로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 감동은 "이래서 엠버에게 웨이드가 필요했구나."로 생각을 움직이게 도와준다. 역시.. 울어본 사람이 웃을줄 안다는 것인가..?
Are you kidding? And miss all this?
특정 사건을 통해 엠버와 웨이드가 곤란한 어려움에 처하게 되는데 엠버는 불안했지만 웨이드는 전혀 달랐다. "are you kidding? And miss all this?" 영화에서는 이 모험을 놓칠 수 없다고 자막을 해석했는데 너무 멋진 해석이었다. 원어 책에 보면 웨이드의 말 한마디가 아주 주옥이다. 엠버와 함께하는 지금부터의 모든 시간이 모험이라는 말에 꽤나 나도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전혀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존재이지만 한 존재의 노력이 섞일 수 있는 모험으로 바꿀 수 있는 아주 중요한 한 마디가 되었다. 엠버를 위해 본인의 시간과 삶과 목숨을 희생하는 웨이드가 아닌 함께 하고자 하는 그 마음으로 웨이드의 삶과 시간이 엠버를 위한 삶과 시간으로 이루어지는 헌신을 보일 수 있었다.
이후 웨이드가 증발하여 사라져서 슬퍼하고 있었던 엠버에게 엠버의 아빠가 다가오면서 아빠만을 기쁘게 하려고 했던 엠버는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말하게 된다. 하지만 엠버의 아빠는 지나온 모든 순간들이 아빠 본인의 삶을 위함이 아닌 엠버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하는데 대사가 아주 기가 막힌다.
You were always the dream
[4] 마무리 : 늘 새로운 모험이자 꿈
어렸을 때는 무릎이 까져도 다시 일어나서 그네에서 점프하고, 모래 바닥에서 덤블링을 했었고, 운동장이 아니더라도 작은 공터에서 공을 차면서 유리 깨뜨리는데 그 유리에 베어지는 위험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었기 때문에 행복했던 것이 아니라 진짜 나의 모습을 꺼내었을 때였기 때문에 정말 행복했었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꿈은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모험보다 더 안전한 익숙함을 선택하는 어른이된 나의 모습을 돌아본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변화하게 만들었을까 다시 살펴보는데 나는 그대로이지만 나의 진짜 모습을 잊으며 지금 당장의 삶 때문에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웨이드는 지금 당장의 시간에 안주하여 땅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평범했던 웨이드의 삶 속에 엠버라는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면서 엠버와 함께하는 미래를 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걱정하며 땅만 보는 것이 아닌 눈을 들어 별이 어디 있는지 보면서 앞으로 어떤 시간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꿈을 꿀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