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문화가 발달한 호주 답게
여기는 마트만 가도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상품이 참 많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오트밀크(귀리우유) 한두 종류가 들어오고 있는데
이곳은 이미 오트밀크라테, 소이밀크라테 등 거기서 한번 더 가공한 커피까지 수십 종류가 진열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잼 코너에 가도 피넛버터, 피스타치오잼, 마카다미아잼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식료품들로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마트에 가면
내가 만약 호주에서 살게 된다면 채식주의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고기가 아니어도 수많은 선택지들이 존재하니까.
우리나라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겠지만 훗날 채식주의자가 많아진다면
우리나라의 마트도 이곳과 비슷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브리즈번에서의 두 번째 날은 호텔에서만 보냈다.
밤 비행이 있기 때문에 낮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나가기가 싫어졌다.
30대가 되면서 밤을 새우는 것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졌다. 물론 대학생 때도 밤을 새우며 공부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밤새 놀러 나간 적도 거의 없을 정도로 나는 올빼미형 인간은 아니었다.
그래서 밤 12시에 시작하는 이 비행처럼 완전히 시간이 뒤바뀌는 일정은 가기 전부터 부담이 된다.
새벽도 아닌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 딱 잘 시간에 일해야 하는 오늘은 특히나 힘들다.
그래서 아침부터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승무원 면접 단골 질문 중에
What qualities do you think are most important to become a flight attendant?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체력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생각보다 할 일이 참 많다.
곧 있을 웨딩 스냅촬영 전에 더 필요한 건 없는지 체크해야 하고
피부과 예약을 잡고, 미용실 예약을 잡고, 스냅촬영 때 꽃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아 추가 주문을 하고,
다음 주 연차에 한국에 가야 하니 또 계획을 세우고 등등
그리고 중간에 밥을 먹고 유튜브를 몇 개 보다 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오늘 내가 움직인 공간은 채 10걸음이 되지 않는 작은 공간.
브리즈번까지 와서 이렇게 아무 데도 안 나가고 있을 거면
이 직업을 왜 하고 있는가 또 회의감이 잠깐 들었지만
이렇게 호텔에서 시간을 보내며 돈을 받는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하고
나는 그저 가만히 있으면 나 자신을 비난하는데 중독이 되어버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걸까?
오늘도 그렇게 누워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는데
내 마음을 뜨끔하게 하는 글을 읽었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치는 것.
나는 아직도 성장하려면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