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를 타고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내렸다.
동선 상 루브르 박물관에서 출발하여 라파예트 백화점을 들른 뒤
에펠 타워가 보이는 Trocadéro Square 광장으로 가기로 했다.
루브르 박물관은 역시나 명성답게 입구에서부터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미리 티켓을 끊어서 전시를 둘러볼까도 고민도 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채 24시간이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했다.
마지막 파리가 될지도 모르는데 하루 밖에 없는 일정을 박물관에서 보낼 수 없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들어가 보지 않아도 외관에서부터 그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서양 미술 수업을 조금이라도 들었던 고등학교 때 왔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갔다.
박물관바로 옆에 있는 튀를리 공원까지 둘러보니 꽤 쌀쌀한 날씨가 느껴져서 따뜻한 커피한 잔이 간절해졌다.
근처 카페를 찾아보다가 야외자리가 넓게 있는 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프랑스는 서버가 먼저 올때까지 기다리는게 예의라는 어느 블로그의 글을 본 것 같아
우선 앉아서 말 없이 기다렸다.
꽤 시간이 지나도 서버가 오지 않아 마치 미어캣처럼 고개를 들고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이윽고 몇번의 시도끝에 점원과 눈이 마주쳤고
나는 카푸치노와 햄이 들어간 바게트샌드위치를 시켰다.
샌드위치에는 햄 한장이 들어있는 정말 별거 없는 바게트였다.
‘이게 뭐가 그렇게 유명하다고 파리에 오면 바게트를 먹어야한다는 걸까.
겨우 한 장 들어있는 햄이 맛있어봤자 거기서 거기지..‘
싱거운 비주얼에 한껏 기대가 낮아졌다.
하지만 한입 베어문 순간 나도모르게 샌드위치를 다시 쳐다봤다.
내가 못보았던 다른 재료가 있는지 빵을 들춰보았지만 여전히 있는 것이라곤 햄 한장 뿐이었다.
아무래도 버터에 비법이 있나? 생각했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파리는 바게트가 맞구나.
이정도면 프랑스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파리바게트를 가면 실망할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났다.. 이건 먹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느낌이었다.
거품이 잔뜩 올라간 카푸치노도 보기엔 투박해 보였지만
맛은 역시 프랑스였다. 살짝 단맛이 느껴지면서도 굉장히 고소한 라떼라고 밖에 묘사할 수 없는 나의 표현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정말 별거 없어보이는 빵과 커피였지만 아 이래서 프랑스,프랑스 하는구나를 느끼게 해준 순간이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나만 먹고 있다는게 너무나 아쉬웠다.
사진을 찍어 남자친구에게 보내며 아무리 열심히 묘사를 해봐도
이 맛을 느낄 수 없다는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아 이렇게 기분 좋은 순간을 함께할 사람이 없다니.
다음엔 꼭 함께 와야지.
다음엔..다음엔..그렇게 다음에를 기약하는 순간들이 또 하나 늘어나게되었다.
지금 이 순간 함께 맛은 느낄 수 없지만
돌아가서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선물이다.
또 다시 우버를 타고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