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여름은 유난히 힘들다.
레이저 빔을 쏠것 같은 강력한 햇빛과 함께
물속에 살고 있는 것만 같은 높은 습도.
이곳에서 몇년만 지나면 아가미가 생길 것만 같다.
밖에 나온지 5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온몸에서 땀이 주륵주륵 흘러내린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이렇게 숨이 막혀하는 듯 보인다.
홍콩사람들은 역시 현지사람들 답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차분히 버스를 기다린다.
매 겨울마다 영상 2도 정도 수준으로 길에서 얼어 죽는 노숙자들이 있다는 뉴스를 보면
그 지역의 특성에 적응하여 몸이 진화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이마에 땀이 맺힐 때쯤 버스가 도착한다.
문이 열리는 순간 뼛속까지 차가운 에어컨 바람에 닭살이 돋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주섬주섬 겉옷을 챙겨입는다.
홍콩의 여름 필수품은 바로 가디건과 양산이다.
다음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홍콩에 살게되면 꼭 알아야 하는 것 한가지가 바로 태풍 경보다.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가 태풍 시즌이다.
이정도면 일년의 절반은 태풍이 온다고 봐야할 지경이다.
특히 7~9월은 피크 시즌으로, 한 해의 태풍 중 절반 이상이 이때 온다고 한다.
홍콩의 태풍 경보는 T1부터 T10까지 올라간다.
T8부터 등교를 하지 않아도 되며 T9,T10 정도면 정말 심각한 단계의 태풍이다.
어느정도냐하면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면
집앞에 있던 커다란 나무가 저 멀리 뿌리 뽑힌채 떨어져있을정도..
T10정도가 지나가면 건물 유리창이 깨지거나 간판이 떨어져 사고가 나는 등
각종 뉴스로 떠들썩하다.
아직까지 홍콩에서 지내면서 T10은 딱 한번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