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탭티켓의 모든 것
항공사 직원의 가장 큰 복지
바로 직원 티켓.
회사마다 규정이 다르지만
보통은 10% 정도의 금액으로 스탠바이 티켓을 끊을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하면 정말 개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충이 따른다.
그건 바로 어디까지나 '좌석이 남으면' 태워주는 티켓이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주말이나 명절 연휴 시즌에는 직원 티켓 쓰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오늘은 공항에서 대기만 5시간째..
15일에 브리즈번 듀티가 있기 때문에 14일에는 꼭 홍콩에 돌아가야 하는데
연이은 만석 행렬에 좀처럼 들어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전 4시 15분, 홍콩익스프레스 티켓을 받나 싶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우르르 뛰어오는 5명의 남정네들..
제발 오지마를 속으로 외치며
함께 대기하는 다른 크루와 서로를 쳐다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히 카운터 직원은 여권을 보여달라고 했고
아, 들어가나 보다 드디어를 외친 그 순간,
또다시 세명의 가족이 뛰어왔다.
보통 카운터는 출발 50분 전에 마감하는데 이미 마감시간이 10분이나 지난 시각이었다.
그들을 노쇼로 처리하고 우리를 태워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우리는 스탭티켓 신세. 결국 카운터 직원은 미안하다며 내 여권을 돌려주었다.
비행기 타기가 힘들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라스트 미닛에 눈앞에서 표를 놓치다니.
4시 15분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 그 뒤에 있는 8시 비행기는 절대 탈 수 없는 로딩이라
호찌민으로 넘어가서 일박을 한 후 내일 호찌민에서 홍콩으로 돌아가는 방법도 세워두었다.
호찌민-홍콩 로딩이 그나마 적었기에..
하지만 그것도 확실한 건 아니었다. 항공기 로딩은 정말 마지막 순간까지 안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정녕 호찌민행을 끊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홍콩익스프레스 직원께서 저녁비행기가 하나 더 남아있으니 일단 정보를 넘겨놓겠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에도 5자리의 노쇼가 났었고, 어제저녁에도 7자리 노쇼가 났었다고 하시는 말씀에.
갑자기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렇다면 호찌민에 가지 않고 10시 반 비행기를 노려볼까?
물론 이미 만석이기 때문에 노쇼가 나야지만 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고
그러려면 5시간을 공항에서 또 대기해야 한다.
아니면 세 시간 뒤에 출발하는 호찌민행 비행기에 몸을 싣던지..
충분히 머리가 아픈 상황이었지만
왜 때문인지 나의 이런 처지가 조금은 재미있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뼛속까지 승무원의 피가 흐르고 있나?
스탭티켓은 항공사 직원의 유일한 특혜이면서도 자리가 남아야만 탈 수 있다는 불안한 혜택이다.
그렇지만 저렴한 값에 세계를 여행할 수 있으니
이참에 이렇게 호찌민도 한번 더 가보는 거 아니겠어? 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었다.
쌀국수 먹으러 호치민간 다는 말이 장난이 아닌 셈이었다.
언젠가 이런 무용담을 사람들 앞에서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다.
내가 말이야~ 호찌민 당일 치기를 했단말이지~
언제 또 이런 경험을 가지겠나 싶은 생각에 조금은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공항에서의 대기는 6시간을 넘어가고 있었고
일단은 마지막 비행 편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과연 나는 오늘 홍콩으로 가게 될 것인가,
베트남으로 가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