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란,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났을 때 생기는 것이다.
세부에서 돌아와 승무원이 되기까지는 1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정말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간 건 아니었다.
승무원 준비를 한답시고 작은 키를 보완하기 위해 발레를 다녔으며,
매일같이 치아미소 교정기를 착용하고 미소 연습을 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 티웨이항공 등 회사 뉴스를 매일 같이 찾아보고
승무원으로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답변으로 만드는 연습을 했다.
1년 안에 되지 않으면 깔끔하게 접고 사무직을 한다!라고 다짐했으나
불안한 마음에 NCS 책을 사고, 취업 특강을 듣고, 자소서를 썼다.
그렇게 휘청휘청거리던 어느 날, 신입 캐빈 승무원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순간, 내 안의 모든 세포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샤워를 하는 그 찰나에도 답변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거울 앞에 서서 면접 연습을 하다가 못난 내 표정에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도 있었지만, 답변 하나만큼은 자신 있었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그리고 마침내, 최종 면접 당일.
그땐 면접 순서가 키순으로 진행되었는데
164.5cm(소수점 0.5cm도 소중하다)인 나는 키가 작은 편에 속했기 때문에 늘 첫 타임 조에 속했다.
그 말은 즉, 새벽 6시 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뜻.
그 당시만 해도 헤어스프레이는 단 한 번도 뿌려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일찌감치 동네 메이크업 샵을 예약해 두고 비몽사몽인 상태로 면접복을 챙겨 샵으로 향했다.
두상이 훤히 드러나는 딱 달라붙는 머리에 위로는 뽕을 잔뜩 띄웠다.
나에게 너무 길고 어색한 속눈썹까지 붙이고 나니 눈을 깜빡거릴 때마다 마치 낙타가 된 기분이었다.
전문가의 손길로 다시 태어난 어피어런스를 갖추고 그렇게 면접장으로 향했다.
출석체크를 마치고본격적으로 면접 준비를 하며 가방을 뒤적이던 그때,
설마...
구두가 없다고? 아무리 가방을 뒤져봐도 반드시 있어야 할 구두가 보이질 않았다.
“와… 진짜… 이럴 수가?”
엄마에게 급히 가져 다 달라고 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결국 면접장에 온 사람들 중에서 빌리는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나는 한 명 한 명 사람들에게 다가가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기.. 정말 죄송한데요… 혹시 신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세요?”
내 발 사이즈는 240,
그리고 내가 평소 신던 9cm 굽과 비슷한 구두여야 했다.
게다가 같은 면접 조가 아닌, 내 뒤 타임의 지원자여야 한다는 조건까지.
마치 진짜 신데렐라처럼, 내 발에 꼭 맞는 유리구두를 찾아 헤매는 기분이었다.
어떤 사람은 시큰둥하게 대답했고, 어떤 사람은 내 얘기를 듣자마자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정말 걱정해주기도 했다. 다섯 명 정도에게 물어봤을까.
마침내 나와 같은 사이즈에, 내 뒷 타임 면접을 준비하고 있던 지원자를 찾았고,조심스럽게 구두를 빌릴 수 있냐고 물어보자 그 친구는 잠깐 당황하더니, 곧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의 구두를 신고 면접장에 들어갔다.
사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보통은 긴장감에 심장이 폭발할 법도 한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구두는 찾았으니 됐고!” 이제는 내가 열심히 준비한 모습을 면접관들 앞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설렘까지 느껴졌다. 아무래도, 나는 면접 체질인가 보다.
너무나 고마웠던 구두 주인에게는 면접이 끝난 뒤 기프티콘을 보내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그렇게 본 그 면접에서
나는 최종 합격을 하게 되었다.
마침내, 정말로 나는 승무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