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직군에서 일하고 있다. 항공, 여행, 호텔, 관광. 2020년에 상반기부터 관광업이 받는 타격은 어마어마하다. 지난 3월, 2019-2020년 실적을 확인하면서 전년도에 비해 목표치 이상을 달성하여 굉장히 뿌듯해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이제는 관광업에 종사한다 하면 다들 힘드시겠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 이미 우리 회사에선 30% 이상의 직원들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는데 불과 8월의 어제도 정리 해고는 끝날 줄 몰랐다. 우리 부서에서는 대략 40명의 직원들이 일하였고 6월경에 17명의 직원이 정리해고 대상자가 되었다. 그 당시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때라 영상 미팅을 통해 서로를 위로하였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나 보다. 내가 존경하는 T 매니저가 어제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T는 내 정신적 지주이자 나를 이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끔 기회를 준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물론, 지금도 T의 부재 속에 우리가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싶지만, 사람은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어떻게든 살아남기 때문에 그가 없다고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와서, 14시 21분경에 그에게서 ‘Hello’라는 이메일이 왔는데.. 그는 정리 해고를 통보받았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내일부터 더 이상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25년간 그 누구보다도 회사 발전을 위해서 일한 사람을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다니 이게 과연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것인가 싶었다. 내가 그보다 더 화가 났고 그런 결정을 내린 매니지먼트에 실망을 했다. 당장이라도 T의 자리로 가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으나 팀 동료들이 우선 그가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자 하였다. 거래처 협력사들도 T가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지 내 SNS 메시지가 불이 났다. 나도 너무 슬픈데 그들은 얼마나 놀랬을까 싶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을 당장 씻어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다들 해야 할 업무가 있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그들이나 나나 마찬가지였다. 누가 그의 자리를 대신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확실치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흐른 뒤 T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이 상황에 T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고 하며 남게 된 우리에게 앞으로를 향해서 나아가면 된다 말하였다. 본인이 한국, 일본 마켓에 대해 무지했던 때에 비하면 우리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지 않냐고 지금 보다 더 전투적으로 임하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를 위로하러 간 자리에 그가 우리를 위로하였으며 그는 모든 생활을 다 정리하고 고향으로 갈 것이라 하였다. 코로나 덕분에 고향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생활할 수 있어서 좋다는 그의 말에 괜스레 내 마음이 먹먹해졌다. 퇴근 후, 집에서 신랑과 저녁을 먹으며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혹시라도 내가 해고가 된다면 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에 가겠다고 말이다. 부모님의 시골집으로 가서 반려견 번개와 함께하는 전원생활을 상상해보니 결코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