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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진 May 28. 2017

리도섬에서 혼자 해수욕하기

 첫째 날 갔던 무라노, 부라노 섬은 예쁘고 멋졌지만 아쉬움도 남았다. 베네치아의 필수코스처럼 여겨지는 곳이긴 하지만 7월이라 너무 더웠고, 많이 상업화된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다. 과거 어부들이 힘든 하루를 마치고 술에 거나하게 취해도 집만은 제대로 찾아오라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는 색색깔의 집들,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유리공예가 무라노, 부라노 섬의 특징이다. 보통 베네치아를 찾은 사람들은 이 두 곳을 둘러보고 다름 여행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더 시간이 남은 나는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에 가기로 했다.

  민박집 사장님은 우려를 보였다. 리도 섬이 베니스 영화제의 명성과는 다르게 매우 초라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여자 혼자 해수욕장에 가면 십중팔구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이 무더운 여름에 여행 전 일정에 제대로 해변 갈 일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리도 섬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페인에서 세일할 때 산 비키니 수영복을 야심 차게 싸들고 챙 넓은 모자까지 눌러쓰고 혼자이지만 룰루랄라 리도섬으로 향했다. 7월 말의 베네치아는 너무 더워서 물에 들어갈 생각만으로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혼자라서 외롭다는 생각이나,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 하는 걱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해변은 어디에 있나~~?’ 버스에서 내려 주욱 직진 끝에 드디어 리도 섬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물은 흡사 똥물과도 같았다. 맑고 푸르른 바닷물은.... 없었다. 그러나 물이 너무 차지 않아서 편하게 놀 수 있었고, 왠지 더 짜서 그런지 둥둥 잘 뜨는 것 같았다. 몇 개월 동안 기초 수영반에서 배운 배영을 허우적대며 내가 이탈리아 바다에 몸을 띄우고 있음을 만끽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나 같은 유유자적파가 몇 명 더 보였다. 

  물에서 나와 레모네이드를 하나 시켜서 뜨거운 모래사장 위에서 꿀꺽꿀꺽 마셨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불타는 태양에서 수영하고 난 뒤에 먹었던 리도 섬에서의 맥주 한잔과 대충 만든 것 같은 피자 한 조각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남들이 다 간다고 꼭 가야 할 여행지인 것은 아니다. 남들이 다 별로라고 해서 정말 그곳이 별로 인 것만도 아니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끌리는 대로 무엇이든지 질러보는 것. 혼자 하는 여행이 주는 큰 묘미 중 하나일 것이다. 리도 섬의 해수욕은 나에게 베네치아를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주었다. 

리도섬에서 느낀 진정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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