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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언 Sep 23. 2020

예민한 아이, 사회에 잘 적응한만큼 날개를 펼친다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을 예민한 아이의 기관 적응에 대입하다

예민한 아이는 사회 적응이 쉽지 않다. 적응이 오래걸리는 기질 영향일 수 있다. 감각이 민감하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을 원인으로, 다른 아이들보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아이가 적응하기를 거부할 수 있다. 누군가 끌어주지 않으면 계속 뒤에서 혼자 지낼 수도 있다. 단순 등원 거부부터 스트레스 반응까지, 아이는 온몸으로 힘듦을 표현한다.


우리 첫째도 기관 적응이 힘들었다. 사실 첫 기관에 가기까지의 관문도 어마어마했다. 겨우 산넘고 물건너 기관에 도착했는데, 이건 또 다른 높은 산이었다. 먼저 아이가 나와 떨어지는 걸 너무 힘들어했다. 기관 가기 전 많은 연습을 했었다. 엄마와 떨어져 선생님과 있기, 가족 자주 만나기 등. 기관도 수십군데를 돌아 아이 반응이 가장 좋은 곳으로 골랐다. 하지만 타고나길 불안도가 높아 쉽지 않았다. 더욱이 동생이 태어나 분리불안까지 심해진 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적응했다. 왕따 등의 문제가 생겼는데 적극적으로 나서 이를 해결했다. 일부러 엄마들과 어울려 아이가 반 친구들과 적응하도록 하기도 했다. 선생님을 각별히 챙기고 자주 대화했다. 아이는 결국 재미를 붙였다. 수료식마다 미술 표현 상을 받고 발표회에 가장 적극적인 아이가 되었다.


내 사례는 긍정적인 케이스다. 하지만 모든 예민한 아이에게 사회 적응은 또 다른 가능성의 시작이다. 먼저 부모의 역할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잘만 되면 가진 재능을 펼칠 기회다. 특히 학령기가 시작되면 예민한 아이의 성향인 열정, 완벽주의, 섬세함 등은 또 다른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들어 조금만 신경쓰면 초등학교 때 공부, 예체능, 혹은 놀이 등 자신만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예민한 기질의 아이들이 많다. 이러한 장점을 누리려면 어렵지만 언젠가는 적응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아동심리학자 메간 거너와 연구팀은 학령기 아동이  1년간 보이는 스트레스에 대해 연구했다. 처음엔 하기를 주저하지만 결국 시도하는 아이. 그리고 그냥 바로 시도하는 아이. 처음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았다. 반면 뒤로 빠져 시도하지 않는 아이는 코르티솔 수치가 낮았다. 하지만 일년 후 결과는 뒤바뀌었다. 어떤 방법으로든 시도했던 아이들은 더 낮은 코르티솔 수치를 보였다. 끝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혹은 못했던 아이들은 높은 코르티솔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립된 것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높아진 것이다.


예민한 아이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이를 도울 필요가 있다. 아이가 처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아이는 아이의 속도대로 반응할 것이다. 예민하지만 안정되었다면 일정시기 아이를 믿고 그냥 두어도 괜찮다. 그런데 만약 실패 경험이 반복된다면, 계속 혼자 고립되고 그게 아이의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면, 혼자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속해있는 곳이 아이에게 맞지 않는 환경이라면, 아이의 견딜 수 있는 한계점을 자주 넘는 감각 자극이라면, 아이의 역량을 펼칠 길이 없어 더욱 고립된다면, 도움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가 학교 학부모 활동에 참가해 아이가 학교를 가정의 연결선처럼 편안히 느끼게 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정 안되면 환경을 바꿔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180도 달라질 수도 있다. 아이의 사회 적응을 알기 위해 인간의 욕구와 사회적 결과 둘 다를 설명하는 에릭슨의 사회심리발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미리 얘기하는 건, 사회 적응이 꼭 학교 적응은 아니다. 특히 산만한 아이라면 학교에서 오랜시간 앉아있는 것이 아이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학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어디서든 아이가 필요한 자극을 받을 수 있으면 된다. 요즘은 학교가 그 사회의 역할을 대신한다. 따라서  언스쿨링을 한다면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부지런해야 한다. 큰 가족이나 형제자매가 있으면 수월할 것이다. 최종목표는 결국 사람들과 수월히 살아갈 수 있으면 된다.


출처 : 구글 검색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


신뢰감 대 불신감 (영아기, 0-2세)

주양육자와의 관계로 세상에 신뢰감을 형성한다. 신체적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생에 맺게 되는 모든 관계의 밑거름이다. 이에 실패하면 불신감을 형성한다. 여기서 아기는 주양육자를 통해 사회를 배운다.


자율성 대 수치심 (유아기, 2-3세)

신체 발달에 따라 자신의 의지로 움직여 세상을 탐색한다. 자신의 힘으로 하려한다. 나, 내꺼, 안해 등 자기중심적이다. 자신의 행동에 부정적인 시선을 받게 되면 수치심으로 이어진다. 아기에게 사회는 주양육자를 포함한 가까운 가족이 사는 공간이다.


주도성 대 죄책감 (유치기, 3-6세)

나 중심성에서 벗어나 나 외의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전 단계에서 얻은 자율성을 사람들(또래)와 놀이하며 다듬어 나가는 시기다. 같이 놀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위해 방법 찾는 경험을 한다. 시행착오를 이해받지 못하고 엄격한 훈육에 장기간 노출되면 죄책감을 얻는다. 가정에서 벗어나 또래들 그리고 좀 더 넓은 의미의 가족과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한다.


근면성 대 열등감 (아동기, 6-11세)

열심히 하여 이루어보는 생산성을 경험하는 시기다. 잘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또래와 함께 이를 경험한다. 실패를 거듭하면 열등감이 발달하게 된다. 또래와 또래가 속해있는 사회가 주가 된다.  예를들어 초등학교가 그 사회가 될 수 있다.


정체감 대 혼란 (청소년기, 12-20세)

자아청체감을 확립하는 것이 주 목적인 시기다. 잘 되지 않으면 정체감에 혼란이 온다.


친밀성 대 고립감 (청년기, 20-40)

본격적인 성인으로서의 생홀이 시작된다. 동성과 이성과의 인간관계, 집단과의 관계를 이룬다. 안되면 고립감을 얻는다.


생산성 대 침체감 (중장년기, 40-65)

다음 세대에 전해줄 것을 성취함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자녀를 생산하고 양육한다. 잘 안되면 침체감이 온다.


자아통합성 대 절망 (노년기, 65이상)

노쇠와 은퇘, 가까운 이들의 사망으로 상실감을 느끼는 시기이다. 자신의 삶이 가치 있었다 생각하면 자아가 통합된다. 죽음을 직면하며 지혜가 더해진다. 자신의 삶이 무의미했었다고 느끼면 절망에 빠지게 된다.




내 아이가 어느 발달 단계에 있는지 파악해보자. 아이의 숨은 욕구를 간파할 수 있다. 여기서 나이는 참고할 뿐이다. 아이의 발달 속도는 다 다르다. 물론 아이에 대한 관심이 높고 대화를 자주 한다면 굳이 발달학을 알지 않아도 가능할 터이다. 하지만 알아두면 어려움을 겪는 때 분명 훌륭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예를들어 예민한 내 아이가 약 만 삼세 전의 자율성 단계에 있다면 아이는 자기 의지대로 해볼 수 있어야 한다. 자기중심성이 이해받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가정과 같은 역할을 사회가 해내야 한다. 내 아이가 사회 적응을 어려워한다면, 이러한 아이의 욕구가 충분히 들어지고 있는 환경인가?


아이가 주도성 단계에 있다면 좀 더 넓은 의미의 가족(가까운 또래)과의 놀이를 통해 자율성이 다듬어지는 경험을 해보아야 한다. 만약 내 아이가 이 단계에서 사회적 어려움을 겪는다면, 주도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인가? 아이가 실패를 경험할 때, 아이를 도와주고 조언해 줄 사람이 있는가? 또래와의 놀이가 아이의 가진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형태인가? 환경은 어떠한가? 예를들어 내 아이가 기관에서 주로 경험하는 또래 놀이는 역할놀이인데, 아이가 좋아하는 건 오로지 숫자놀이다. 아이는 5명정도 소수 인원에서 최대 역량을 발휘하는데, 한 반에 30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가 충분히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또래와 조율해 주도성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 아니라면 선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선택을 바꾸지 못한다면 가정에서 방법을 찾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이후 근면성이나 정체감 시기도 마찬가지다.


첫째는 주도성 시기에 첫 기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미술 활동이 주인 기관을 선택했다. 불안도가 높은 아이니 반 인원수가 적은 원을 선택해 보다 많은 케어를 받도록 했다. 선생님은 아이가 힘들어하는 건 억지로 시키지 않으셨다. 엄마의 부탁을 일일이 들어주시기도 했다. 적응은 험난했지만 결국 재미있게 기관을 다녔다. 나중에 기질 상담 받으며 기관을 잘 골랐다는 칭찬을 받았다. 대신 둘째는 자율성 시기에 기관에 보내므로 집과 연결되는 기관을 골랐다. 다니는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라서 공간도 익숙하고 선생님들도 아는 분들이었다. 그래도 규칙적인 생활이 힘들 수 있으므로 보내는 시간을 짧게 했다.


아이의 욕구, 사회, 그리고 관계를 파악해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예민한 아이는 자신의 욕구에 누구보다 민감하기 때문이다.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만큼 그를 발산할 사회가 중요하며, 자신의 가진 것만큼 발휘하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성향에 따라 과하게 표출할 수도 있고, 내면으로 강하게 느낄 수도 있다. 긍정적이되 이에 따른 부작용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둥글둥글 적당히 적응하여 발달을 이루는 순한 기질의 아이들과는 다르다. 욕구에 따른 사회적응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아니라면 어떤 것이 원인인지, 생각하고 점검해보아야 한다. 한번 적응의 관문을 지나고 나면, 그 때는 개입하지말고 심리적인 베이스캠프가 되자. 보이지 손이 되어 아이를 믿고 지켜보자.


예민한 아이는 사회 적응이 큰 관문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넘으면 그 다음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공을 들이자. 내 아이의 사회적 발달 욕구를 이해하자. 맞는 환경을 찾자.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가자. 천천히 가되, 목적지를 잊지 말자. 그 목적지란 사람들과 잘 어울려  재능을 발휘하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아이는 언젠가 진정한 날개를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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