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엄마 선언문 feat. 전업맘 현상 보고

코로나19 꺼져

by 엄지언

어제 어머님께 전화를 받았다. 며칠 장염으로 고생하시고 죽만 드셨다 한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열이 난다고... 몸살 기운처럼 아프시다 하신다. 병원 응급실에 가보시겠단다. 너무 놀라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네네 하고 끊었는데, 머릿속에 드는 수많은 생각. 설마 아니겠지. 아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금 병원에 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혼자 다녀오시라고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가. 원래 폐가 안 좋으신 아버님은 지금 어떤 상태신가. 남편이 시댁에 가보는 게 좋을까. 내가 지금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둘째가 아직 어린데... 혹시나... 선뜻 답을 내리지 못했다. 계속 생각만 하다 내 머리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뭐라 이야기하지 않지만 남편도 생각이 많은 눈치였다. 사실 우리 집은 코로나19로 인한 생활의 큰 변화가 없던 터였다. 방학기간이었고 아이들을 내가 다 돌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머님과의 전화통화로 코로나가 우리 근처까지 왔구나 라는 자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간은 이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

헬렌은 유치원 봄방학이었고 크리스는 원래 가정 보육하고 있었다. 아이들과 하루 종일 같이 지내고 있었기에 생활 자체에서는 큰 변화를 못 느끼고 있는 편이었다. 오히려 달라진 점은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을 더 자주 봐주었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비상 인스턴트 식량을 잔뜩 사놓기도 했다. 라면, 햇반, 3분 요리, 생수 등 그걸로 남편이 종종 요리를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오히려 이런저런 일을 더 보고 있었다.

좀 더 체감하고 있던 부분은 가는 곳이 다 임시로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헬렌이 한 군데 다니던 미술학원이 당분간 수업을 하지 않았다. 매주 너무나 기다려서 가던 곳이었는데 못 가서 아쉬워했다. 매주 가던 교회에도 가지 않는다. 다녀와야 한 주 마음이 편안한데 뭔가 붕 뜨는 느낌이었다.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녀도 아무도 없다.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서 해결했다. 원래도 집에 있었지만 더 집순이 집돌이들이 되었다. 해외의 친정식구들로부터 전화도 여러 통 받았다. 여기뿐 아닌 거기도 난리인 듯했다.

생활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수칙은 철저히 지켰다. 밖에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했다. 나갔다 와서는 손발을 꼼꼼히 씻었다. 22개월 둘째 아이가 관건이었다. 절대 쓰지 않으려 하고 그게 사실 정상인 개월 수다. 이 부분은 첫째 헬렌의 도움을 받았다. 엄마가 하라면 하지 않지만 누나가 설득하면 결국 쓰는 크리스였다. 아… 모방 행동은 결국 또래 자극이 최고구나라는 깨알 깨달음.

사실 중요한 것은 심리상태였다. 불안하다. 무섭다. 겁이 난다. 애들 재우고 뉴스만 계속 보다가 어느 날부턴 그만 꺼버렸다. 내가 너무 불안해지니 화를 내는 횟수가 잦아졌다. 아이들 돌보아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중요한 뉴스만 체크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계속 뉴스를 체크하는 남편은 수시로 나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수치를 알려주기도 했다. 우리도 이런데 대구 경북에선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답답하다. 한숨이 나온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내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 이에 선언문으로 내 마음을 발표해본다.


코로나19 엄마 선언문


나는 나와 내 가정을 지킬 것이다. 이 시국에 내가 무얼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SNS로 응원글을 올려보지만 그 또한 죄스럽다. 허나 나는 내가 가진 임무가 작지 않음을 인지할 것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나를 지키고 내 가정을 지키는 것이 나라와 세상을 위하는 것임을 안다. 이를 위해 나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한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이다.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는다. 기침 예절을 준수할 것이다.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할 것이다. 사실 어린 둘째가 걱정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 나는 첫째의 도움을 일정 부분 받을 것이다. 만약 그래도 쓰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있는 장소를 더더욱 피할 것이다. 혹시 모르니 예방 수칙뿐 아닌 건강 수칙을 지킬 것이다. 물을 자주 마시고 충분한 수면을 취할 것이다. 스트레스 관리와 음식 섭취에 신경 쓸 것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하기 위해 나 자신을 챙길 것이다.

나는 앞으로의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동물원성감염병'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동물원성감염병은 동물의 병원체가 인간의 몸으로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대체 동물의 병원균이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게 되는 이유가 무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열악한 사육 환경이다. 본디 넓은 곳에서 스트레스 없이 살아야 할 동물들이 좁고 더러운 우리에서 아무 감정 없는 물건처럼 사육되며 병에 걸린다. 가축의 이런 병이 생산성을 낮추므로 항생제는 계속 투여되고 병원균은 계속 진화한다. 진화한 슈퍼 병원균은 이런 일을 발생시킨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인간의 개체수를 줄인다. 평균으로의 회귀다. 이번 코로나는 우리가 먹지 말아야 할 야생동물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데서 비롯되었을 확률이 높다. 우리는 시급한 불을 끄지만 불이 난 원인을 똑바로 보아야 한다. 자원봉사도 좋다. 글 하나 올리는 것도 좋다. 요리에 관심 있는 엄마라면 좀 적게 먹더라도 유기농을 지지하고 소비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 자신부터 작은 것부터 노력할 것이다.


*밴드를 통해 동물원성감염병을 알려주신 애나님 감사합니다♡


나는 이런 힘든 환경에서도 내 아이가 잘 자랄 것임을 믿을 것이다. 미국 대공황 시기에 자라난 아이들은 연구결과 지식과 부를 축적하는 중요한 인재들이 되었다. 예로부터 난세에는 영웅이 난다고 한다. 이런 역경은 아이에게 훗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도록 만들 것이다. 이는 자신만의 길을 걸을 중요한 에너지원이 될 것임을 인지한다. 당장 내 아이에게 영어 한글을 교육하는 것도 좋지만 이보다 더, 이런 상황이 왜 일어났으며 어떤 것을 조심해야 하는지 내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하고 실천할 것이다. 지금 뿐 아닌 앞으로도 이런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선 한결같은 한 사람이 옆에서 항상 지지해주어야 함을 잊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나는 불안하지만 나의 지각과 행동으로 인해 다음 세대에는 나아질 것임을 믿고 긍정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출처 : 연합뉴스



최전방에서 노력하는 많은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시어머니는 어떠신지 다시 전화드려 봐야겠다. 그리고 나는 외친다. 코로나19, 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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