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잘 키운다

발달 심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by 엄지언

크리스가 16개월을 맞으며 땡깡이 심해졌다. 생전 안 그러다 갑자기 어느 날 놀이터에 눕고 발악을 하는 것이다. 순간 첫째 때 기억이 났다. 첫째 17개월에도 이런 모습을 보였더랬다. 그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가 왜 이러지? 훈육을 해야 하나? 아직 너무 어린데..."


보통들 훈육은 석돌 이후라고 했다. 혼내지도 못하고 그냥 다 받아줄수도 없고 어찌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나만 멘붕이 아닌 듯했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엄마들도 우왕좌왕 하는 분위기였다. 흔히들 18 18 18이라는 욕이 나오는 마의 18개월이라고 불렀다. SNS로 서로 위로하고 공감하고 응원하면서 버텼다. 아이와 끊임없는 밀당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려움이 몇달간 지속되니 내 이성은 점점 무너지고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슨 힘든 일 있나? 혹시 애착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결국 나는 내 자책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란 이런 존재인 것 같다. 처음에는 답답하고 화도 난다. 아이와 일정시간 거리두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 때는 차라리 건강한 때이다. 그런데 계속 노력하고 이것저것 해보다 안되고, 그 기간이 오래가고, 또한 거기서 더 심해지기까지 하면 멘탈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나와 나의 육아에 의심을 가지게 된다. 양육 효능감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양육 효능감이란, 자녀를 잘 양육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양육 효능감이 하락하면 더 많은 중요한 것들이 삐걱인다. 이 때는 육아서도 잘 골라 읽어야 한다. 여러번 K.O 당하다보면 다시 일어나기 힘들어진다. 나의 자신감을 올려주는 책, 아이를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책, 내 이성을 붙잡아주는 책이 좋다. 내가 고른 것은 발달 심리학이었다.


정말 너무 이해하고 싶었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우리 아이는 발악의 강도가 높아서 엄마들의 조언이 도움 되지 않았다. 상처받기 일쑤였다. 먼저 내 이성을 붙들고 싶었다. 보편적이고 확실한 것이 필요했다. 개인의 양육법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을 때가 많고 함부로 따라해서도 안되었다.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사랑을 잃고 싶지 않았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너무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에 발달 심리학은 딱 좋았다. 아이가 발악하는 일정 시기가 있구나. 유달리 자기 뜻대로 하려는 이유가 있구나. 내가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구나. 하루종일 씨름하며 느낀 것에 이론이 붙으니 내 자신감이 살아났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불안이 사라졌다.


그리하여 발달 지식을 알고부터는 아이의 행동에 다르게 반응하게 되었다. 아 반항기가 시작되었구나, 그럼 이렇게 해야겠다, 머릿속으로 대처방안이 세워졌다. 생존의 뇌가 아닌 생각의 뇌가 발동된 것이다. 식물 하나를 키울 때도 어떻게 키우는지 공부하고 상황이 달라질 때마다 방법을 찾았던 나다. 그런데 왜 아이에겐 더 빨리 적용시킬 생각을 못했을까? 식물도 그런데 하물며 아이는 어떨까. 발달 심리학을 고 나는 달라졌다


<그릿>의 저자 앤절라 더크워스는 현명한(권위 있는) 부모란 지식과 지혜의 합이라고 말한다. 세상 경험 없이 지식만 있어도 안되며 발달 과정을 모른 채 지혜만으로도 안된다. 여기서 나에게 지혜는 문제 해결 능력이었다면, 지식은 정확한 정보를 주는 좌표이자 나침반이었다. 아이는 다들 같은 순서로 발달 과정을 거치지만 그 속도는 다 다르다 한다. 내 아이가 어느 발달 시기에 위치해 있는지(좌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나침반) 알려고 노력했다. 그걸 토대로 보다 효과적인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다.


안다 함은 자연스러운 한계 설정의 효과가 된다. 한계 설정은 부모 권위의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안다 함은 이해하는 것이다. 아이의 미숙함을 이해하면 혼내지 않고 가르치게 된다. 발달을 지켜보고 필요한 부분 함께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한계 설정과 이해로 부모의 권위가 높아지고 사랑이 깊어진다. 아이는 부모의 그런 모습을 보고 배우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에 어마어마한 에릭슨의 발달단계를 한 문장으로 요약한, 무릎을 쳤던 문장을 소개해본다.



에릭슨의 사회심리적 발달단계



단계별로 들여다보면,


0~1세 신뢰감 아이의 요구에 섬세히 반응하기

1~3세 자율성 아이의 행동을 심하게 제지하지 말고, 놀이에서 마음대로 해보도록 기회 주기

3~6세 주도성 다른 사람과 함께하면서 전 단계에서 획득한 자율성을 발휘하는 법 배우기

6~12세 근면성 내가 잘하는 게 있구나 깨닫기


!모든 아이는 같은 발달 순서를 거치지만 그 속도는 다 다르다


지금 헬렌은 주도성 시기이다. 또래와 함께 놀면서 내가 원하는 걸 하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중. 놀터 죽순이여도 이해해야겠지..? 크리스는 자율성 시기다. 개땡깡 공격성은 바로 이런 이유다.


이 중요한 발달단계를 다 성공적으로 거치면? 슈퍼 초사이언이 되나..? 사회에서 제 구실 하는 인간 된다. 너무 당연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로잉맘도 육아의 목표로 삼으라 하신 듯. 혹시 못 채운 단계가 있으면 다음 단계로 잘 못 가고 육아의 어려움이 심해지게 된단다. 내 아이는 지금 어느 좌표에 있는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아이의 발달 단계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내 성장과정에서 무언가 부족했던 발달은 없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좋겠다. 나는 제일 기초인 신뢰감 단계에 구멍이 있었다. 이를 자각하고 채워나가고 있다 ;)



[육아서 필사 노트]


육아는 아이를 기르는 일이에요. 아이라는 존재를 자라게 하는 일이지요. 그리고 누군가를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 대상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해야 잘 자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정확하게 알아야만 해요.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 by 이다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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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잉맘의 이다랑 대표는 <아이 마음에 상처 주지 않는 습관> 책을 통해 프로이트, 에릭슨, 피아제 등 전공자들만 알 법한 발달심리학 전문 지식을 대중에게 쉽게 풀어준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이제야 이런 책이 나오다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찍 알았으면 인터넷 뒤지느라 고생 안 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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