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도약기 반응이 정말 심했다. 어제까지도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오늘은 하루종일 발악하고 뒤집어지는 모습을 보일 때. 이 아이가 정상일까 밤잠 설치며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이를 알기 위해 찾고 또 찾고 뒤지고 또 뒤졌다. 장애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모두 다 우리 아이 이야기 같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문제가 있다면 빨리 도움을 받고 싶었다. 만약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덜 힘들도록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내 평정심을 찾고 싶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고, 간절한 자에겐 응답이 오는 법. 아이의 이런 행동에는 이유가 있었다.'스트레스에 민감한' 성향 때문이었다.
우리 첫째는 나의 노력으로 생각뇌가 잘 발달했다. 갓난이 때 울고 매달리기만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아이다움을 유지하면서도 바르고 똑똑하고 지혜로웠다. 한데 그놈의 도약기만 오면 다시 상 갓난이가 되는 것이었다. 생각뇌(상위뇌)가 사라지고 다시 생존뇌(원시뇌)가 발동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상위뇌가 어디 사라진 걸까? 원시뇌를 붙잡을 만큼 기능이 더 자라야 하나? 아니면 원시뇌가 너무너무 강해서, 막상 활성화되면 상위뇌가 버티질 못하나?
이에 대한 답을 스튜어트 쉥커의 <스트레스에 강한 아이의 비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상위뇌는 '통제'를 담당한다. 원시뇌는 '감정'을 담당한다. 난 통제능력이 감정보다 강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전 세대에는 그렇게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운 연구결과, 감정은 필요시 통제보다 강해졌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이치였다. 이는 수많은 인류가 결국엔 옳은 길로 간 이유이지 않은가.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심장소리를 따라갔기 때문에 이 세상은 틀을 깨고 변해온 것이다.
감정이 통제보다 특히 강해지는 때는 '스트레스' 상황에서였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아이들은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친다. 그 스트레스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자신이 스트레스에 잘못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아이는 나를 참 닮았다. 나는 스무살즈음 참고 하기 싫은 일을 했었다. 상당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버텼다. 결과로 나는 난소를 하나 잃었다. 오른쪽 난소에 15센티의 혹이 자란 것이다. 젊고 건강했던 나였다. 나는 두 번의 수술을 받았고 엄청난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스트레스로 생명에 지장 갈 만큼 극도로 민감하구나.
나와 내 아이는 얼룩말이었다
얼룩말은 사육하기 어려운 종이라고 한다. 보통 말들은 공들여 길들이면 타고 키울 수 있다. 하지만 얼룩말은 극도로 민감해서 사육사를 물고 발악하거나 제 풀에 지쳐 병들어 죽는다고 한다. 괴로우면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얼룩말이고 우리 아이는 아기 얼룩말이었다.우리 아이가 발악하고 뒤집어지는 건 그만큼 괴로웠기 때문이었다. 스트레스에 극도로 민감하며, 그만큼 느끼도록 감각이 남다르게 발달한 이유였다. *여기서 감각은 꼭 오감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민감성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장애는 아니라고 한다. 단점이 있는 만큼 장점이 있을 터, 어떻게 하면 좋은 길로 인도할 수 있을까. 스튜어트 쉥커 박사는 이런 유전자를 가진 아이는 자기 조절을 위해 주양육자와 강하게 연결되어야 하고 그와의 조절 경험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주양육자와의 경험으로 아이는 깊은 공감능력을 배운다. 이로 인해 (설사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회적 요구에 맞추어 ‘마시멜로를 일정 시간 먹지 않을 수 있는’ 욕구 지연 능력을 갖춘 사회적 아이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첫째를 키우며 자기 통제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것인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느껴왔다. 옷입기 밥먹기 잠자기 등 기초생활부터, 사회성 발달과 단체 적응까지도. 이런 기질일수록 통제 이전에, ‘왜 내가 어떤 상황에 이렇게 반응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답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기 조절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것이 바탕 되어야 통제의 순서로 넘어갈 수 있다.
아이를 조절하는 것은 아이의 각성상태를 아이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관리하는 것.
조금 더 걸리더라도 궁극적으로 자기 조절이 능숙해지고 나아가 통제도 가능해질 것이다. 자기 조절은 '메타인지'와 연관이 있다. 요즘 메타인지가 핫하다. 메타인지의 기초는 주양육자와 함께 '나'를 인식하고 '나'를 조절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를 알고 오랜 기간 노력했다. 어디가 불편한지, 왜 힘든지, 샅샅이 인식하고 이해했다. 너무 괴로운 일은 피하고, 어쩔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은 상황을 이해하며 감정을 보듬었다. 그렇게 한발자국씩 앞으로 내딛었다. 우리 첫째는 이제 더 이상 뒤집어지고 발악하지 않는다. 행여나 그렇게 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스스로 다시 일어난다. 자신의 속도에 맞추어 사회에 적응한다. 엄마의 도움에서 벗어나, 엄마가 해주었던 것처럼 노력하며 홀로서기를 시도 중이다.
아이는 자란다. 다들 편하고 쉽게 육아하라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도 있다. 그 부모들은 매일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필사적이다. 방법을 알아야 한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 자신감을 갖고 긍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길고 긴 터널을 먼저 빠져나온 나는 이렇게 끄적일 수밖에 없다. 보다 많은 힘든 부모들이 부디 내 글을 읽어주길 바라면서.
육아서 필사 노트
부모는 신이 정해준 자기 조절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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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강한 아이의 비밀> by 스튜어트 쉥커 외 1
이 책의 주요 주제는 자기 통제를 넘어선 자기’조절.’ 통제에 주작동하는 전전두엽의 기능을 제압하는 시상하부가 있다. 이 시상하부는 각종 감각 감정 행동 애착 등 자기조절에 관여하고 있다. 이는 주양육자와 아기가 뇌로 연결되는 동조적 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니베베카페 헤더님 추천으로 알게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