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사칭사기 6억 송금 피해자 대리 민·형사 진행

by 엄건용 변호사


사실관계는 각색한 것입니다.

A씨는 여의도에 소재한 증권사에서 본부장까지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2005년경, A씨는 미국에서 정형외과 병원을 운영 중이라는 사람을 소개 받게 됐다. "김원장"이라 불리던 미국 국적의 사람이었는데, 미국 현지의 병원에서 꽤 이름 있는 정형외과 의사라고 들었다. A씨는 김원장과 20년 가까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알고 지냈다.


2024년 봄, 김원장이 갑자기 찾아왔다.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상대가 공공기관 차량이었다고 했다. 현지 소송에서 이겼고, 미국 정부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고 했다.


김원장은 판결문을 직접 보여주었는데, 그 규모가 한화로 700억 원 정도 되었다. 그런데 그 돈을 수령하려면 먼저 인지세와 브로커 비용이 필요하다며, 급히 자금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만일 돈을 빌려주면 추후 판결금을 수령해서 5배 이상으로 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김원장은 판결금을 독일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계좌로 받기로 합의가 완료되었다면서, 도이치은행 담당자와 주고받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도 보여주었다.



A씨는 오랜 인연도 있어서 망설이지 않고 1,200만 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며칠 뒤엔 “수수료가 더 필요하다”, 그 다음엔 “현지 병원 치료비를 내야 한다”, 며칠 뒤엔 “변호사 비용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이유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총 9차례에 걸쳐 약 6억원을 보냈다. 김원장은 매번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이제 거의 다 됐다”, “이번 건만 넘기면 돈이 바로 들어온다”, “아드님 증권사에도 예금 넣어드리겠다”, “억 단위로 보답하겠다”는 말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외국인이 보냈다는 메시지엔 엉성한 영어 문장이 섞여 있었다. A씨는 필자를 찾아와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필자는 A씨가 보관 중인 판결문 사진을 보자마자, 그 판결문이 위조된 것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는데, A씨가 사기꾼인지 여부를 확실히 결론짓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민사소송을 통해 알아낸 진실



필자는 A씨를 대리하여 김원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다음, 김원장 명의 부동산 자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사실조회를 시작했다.



부동산 사실조회 신청


먼저, 김원장이 소유한 부동산 자산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E-a0dc8d9d-2177-44fc-baa5-753c5da2af71.png?type=w1 김원장의 부동산 자산 사실조회 확인 결과


미국에서 병원장을 하면서 한국에서도 활동할 정도의 재력가라면, 한국에 부동산 자산이 아무것도 없단느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김원장이 사기꾼이라는 것을 90% 즈음 확신했다.





통장 거래내역 사실조회 신청


그 다음으로는, 김원장 명의 통장들의 거래내역에 관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신청했다.


김원장이 하나은행 통장으로 돈을 빌려갔기 때문에, 우선 하나은행에 개설된 김원장 명의 통장의 거래내역을 모두 검토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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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원장은 하나은행 통장으로 돈을 받으면, 그 중 상당 부분을 "우리은행"에 개설된 다른 통장으로 이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우리은행" 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다만, 하나은행 거래내역에서, 김원장이 사용한 ATM 기기는 "파라다이스워커"라 기재되어 있었다. 이는 워커힐 호텔에 소재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이다. 필자는 김원장이 도박으로 모든 돈을 탕진했을 것이라는 점을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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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우리은행에 개설된 김원장 명의 통장 거래내역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 김원장은 A씨로부터 이체된 금원을 상당 부분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사용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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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은 승소 판결로 종결


민사소송은 A씨의 승소로 끝났다. 김원장은 항변을 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무변론 승소 판결로 사건은 종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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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에 청구금액이 1억원으로 되어 있는 것은 인지세 때문이다.


6억원의 사기 금액 중 1억원에 대하여만 판결을 받아두었다. 김원장에게 아무런 자산이 없을 것으로 보여 민사 집행이 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바, 우선 1억원에 대하여만 집행권원을 확보해놓고, 추후 집행 가능한 재산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추가로 소를 제기하기로 하였다.




형사 고소와 추가 피해의 예방


필자는 민사소송을 제기하기 직전에 형사 고소를 해 두었다. 그리고 민사소송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들을 모두 수사기관에 제출하였고, 김원장에 대한 엄벌을 요청했다.



그런데, 김원장은 A씨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멈추지 않았다. 구속된 이후에도 A씨에게 편지를 보내어, 미국에서 돈이 곧 들어오니 형사 고소를 취하하고 본인이 석방되도록 힘써달라는 부탁을 계속 보내왔다.



A씨는 장기간 김원장으로부터 속아왔지만, 6억원 이상을 사기 당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A씨는 김원장의 거짓말에 또 다시 속을 수도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필자에게 연락하여 의견을 구했다.



가해자의 계속된 가스라이팅
법률 전문가의 조력으로 벗어나야



필자는 김원장이 사기꾼이고, 미국에 돈이 있는 것을 불가하다는 것을 여러차례 말씀드렸다.


왜냐하면, (1) 김원장은 도박으로 자산을 탕진한 사람이다. 도박에 빠지면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자신의 자산을 모두 탕진하고, 그 다음에 지인들의 돈을 빌린다. 도박 중독자에게 남아있는 자산이 있을 리가 없다. (2) 김원장의 금융거래내역을 조사하여 보니, 숙박비, 식대 등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빌려서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 자산이 남아있었다면 생활비조차 타인에게 빌려서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A씨는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김원장의 편지 등을 모두 무시하기로 했다.



김원장에 대하여는 아직 검사의 기소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필자는 주기적으로 검찰청에 엄벌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발송하고 있다. 추후 기소가 되면 형사재판에서 피해자의 권리 행사를 조력할 것이고, 김원장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의사, 변호사, 유력 재벌가 집안 등, 신분을 위장하여 사기 행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일단 사기에 당하면 피해금을 모두 변제받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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