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3가지 기술

의뢰인마다 변호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법률서비스가 다르다

by 엄건용 변호사
서초동 변호사는 보통 수십건 이상의 사건을 동시에 처리한다.

서초동의 변호사들은 1인당 적게는 50여건, 많게는 100건 이상의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변호사가 컨택하는 의뢰인이 적어도 50명은 넘는다는 말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그렇게 많은 사건들의 사실관계를 전부 기억하고 송무를 처리한다는 게 의아할 수 있지만, 매일 소송 업무를 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50건 정도는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과거에는 사무장이나 직원들에게 사건 처리를 맡기는 변호사도 많이 계셨지만, 최근에는 필자를 비롯해 많은 변호사들이 직접 사건을 챙기고 계신다. 그런데 변호사도 사람인지라, 50명이 넘는 의뢰인들을 모두 공평하게 대하기는 어렵다.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변호사 자신도 모르게 어떤 사건에는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변호사가 자신의 사건에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쓰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도움이 된다.


사업을 오래 하신 분들은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 계신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일생에 1~2회 정도 변호사의 도움을 얻게 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예상치 못하게 이혼, 교통사고, 폭행, 사기, 파산 등의 사건이 발생하여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었을 때, 변호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좋은 법률서비스를 받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나의 담당 변호사가 일을 열심히 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돈이 더 들지 않으면서도, 실무적으로 효과가 큰 방법들이 있다.


1. 변호사를 인격적으로 존중할 것


언론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서 비춰지는 변호사의 모습은 냉혈한에다가, 밤에는 잠도 잘 자지 않으며, 주말에도 쉼 없이 일하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래서인지 평일 밤 늦은 시간, 토요일 오후에 전화를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변호사들도 똑같은 사람이다. 주말이나 평일 밤 늦은 시간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아이를 돌보거나 배우자와 시간을 보내느라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변호사들이 평일 밤이던 주말이던 연락이 오면 바로 대응을 해드린다. 그러나 그런 연락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의뢰인이라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노동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적 대우에 관한 문제이다.


변호사 뿐만 아니라, 모든 비지니스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인격적 대우'인 것 같다. 이것이 무엇이냐면, 어떤 일을 같이 하던지 간에, 상대방은 나처럼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으며, 자존심이 있고, 돈을 벌어야 하는 상태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는 꼭 대단한 게약 관계에서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매달 미용실에서 헤어컷 서비스를 받는다고 할 때, 담당 헤어디자이너를 전문가이자 인격체로 대우하면 그 디자이너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사건의 경우 자다가도 해결책을 고민하고 싶고, 주말에 쉬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메모를 하게 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런 사건은 사건 자체가 매력적인 경우보다는 그 의뢰인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그런 경우가 많다. 변호사가 어떤 의뢰인에게 특별히 좋은 결과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 이는 그 의뢰인에게 "인격적으로"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변호사를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만족스러운 법률서비스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워킹포토(캡쳐)3.png 엄건용 변호사


2. 지나치게 저렴한 수임료를 요구하지 말 것


변호사에게 수임료를 약간 할인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필자도 경우에 따라 할인을 해드리기도 한다(물론 사건의 난이도에 비추어 이미 저렴한 금액을 제시한 경우라면 할인을 해드리지 않는다).


처음 개업했을 때, 수임료를 많이 깎아주면 의뢰인들이 고마움을 느끼고 사건도 더 쉽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틀린 생각이었다. 의뢰인들께서는 수임료를 깎아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시간을 많이 쓰고 좋은 결과를 냈을 때 고마워하셨다. 나중에 재판이 끝나고 "변호사님 착수금 100만원 깎아주셔서 참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보지를 못했다. 그보다는 승소했을 때, 승소하지 못했더라도 의뢰인이 원하던 주장을 충분히 다 했을 때 "열심히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변호사들 입장에서도 "진상 고객"은 존재한다. 변호사에게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경우, 상담했을 때 고지한 내용을 잊고 변호사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 아주 간단한 문제 때문에 지나치게 자주 전화하는 경우, 요구한 자료를 준비하지 않는 경우 등 여러 유형이 있다. 그런데 많은 개업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수임료를 지나치게 싸게 해달라고 요구한 경우 '진상 고객'이 많았다는 것이다. 필자도 처음부터 적정한 수임료로 수임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진상 고객이 거의 없었다.


표준적인 수임료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을 요구한다면,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변호사의 일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로 추단할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변호사를 그다지 존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변호사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할 가능성도 더 높을 것이다. 그리고 변호사들이 이러한 '진상 고객'의 사건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법률적으로 문제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노력은 다하겠지만,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와서 최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킹포토(캡쳐4).png 엄건용 변호사


3. 사건에 충분한 관심을 가질 것


의뢰인들마다 사건에 대한 관심의 정도가 다르다. 어떤 의뢰인들은 소송을 하시는 와중인데도 연락조차 잘 안닿는 경우가 있다. 반면에 어떤 의뢰인들은 사건의 절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관심을 가지고 계시고, 변호사가 요청하는 자료를 빠르게 회신하며, 변호사의 질문에 성심껏 응하면서 본인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를 사건에 관심이 많은 의뢰인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의뢰인이 사건에 관심이 많아야 좋은가 여부는 변호사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어떤 변호사는 의뢰인이 사건에 관심이 적어야만 변호사가 자유롭게 소송 절차를 꾸려갈 수 있어 결과가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일리가 있는 견해이다. 그러나 필자는 의뢰인이 사건에 관심이 많아야 결과가 좋다는 입장이다.


변호사가 아무리 사건을 열심히 들여다보아도 직접 그 사실관계를 경험한 의뢰인만큼 그 사건에 대해 잘 알 수는 없다. 의뢰인이 자기 사건에 관심이 많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해보면, 소송에 제출된 증거의 양과 질부터 다르다. 전자의 경우에는 담당 변호사는 물론 판사도 그 사실관계를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을만큼의 풍부 증거가 제출되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재판에 제출하는 모든 서면과 증거를 의뢰인으로부터 컨펌을 받는다. 이러한 컨펌을 받는 행위도 중요하다. 변호사의 판단으로는 우리 사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증거들만 추려서 제출하는 것이지만, 어떤 증거가 우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에 관한 판단은 의뢰인도 함께 판단해주는 것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자기 사건에 관심이 많은 의뢰인들은 증거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주시는데, 그러한 디테일들이 사건의 결과를 바꾸는 경우도 존재한다.


의뢰인이 사건에 관심이 많으면 기록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고민을 한 번이라도 더 하게 되어 있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그 의뢰인께 좋은 결과를 드려야 한다는 욕심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결과가 중요하다면, 사건의 처리에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 좋다. 돈이 더 드는 것도 아닌데, 변호사로부터 받는 법률서비스의 질이 올라간다.




변호사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관하여는 더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에 관하여는 추후 기회가 되면 더 적어보기로 한다.


변호사를 어떻게 다루는지 여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애초부터 본인과 궁합이 맞는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다. 변호사와의 위임계약은 일단 체결 후 사건을 진행하기 시작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수임약정 체결 전에 그 변호사에 관하여 충분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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