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치과, 그리고 법무법인 청목
식당, 치과, 로펌을 고르는 기준으로 "세월"을 보는 것은 어떨까
식당을 고르는 기준 - 오래되고, 적당히 친절하며,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곳
나와 아내는 식당을 고르는 취향이 정반대다. 아내는 깨끗하고 새로우며, 모던하고 트렌디한 것에 끌린다. 나는 오래되고 낡았으며, 전통에 가까운 메뉴를 선보이는 곳을 좋아한다.
얼마 전에 아내에게 근사한 곳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아내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 식당을 고르라고 후보를 주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전통 이태리 스타일의 파인 다이닝을 추천했다. 그러나 아내는 요새 유행하는 컨템포러리 스타일의 파인다이닝을 골랐다(퓨전 음식을 하면서 '모던함'을 추구하는 곳이다).
독특했던 요리. 가장 훌륭했던 와인은 "샤또 부스꼬 2016", "샤또 리우섹".
물론 음식은 맛있었고 흠 잡을 데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나는 무려 8잔의 와인 페어링을 주문했는데, 서버가 놀라서 '8잔이 맞나요?'라고 되물었다]. 다만, 다시 고르라고 해도 나는 이태리 혹은 프랑스 스타일의 전통 파인 다이닝을 골랐을 것이다. 나는 음식이나 음악, 문학, 체육 등 취향을 구성하는 영역에 있어 보수적이고 근본주의자에 가깝다.
파인다이닝이야 모던한 곳이든, 보수적인 곳이든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 비싸니까 당연하다. 그러나 일상적인 외식을 위하여 대중적인 식당을 찾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편안한 외식 장소로는 가급적 최신식의 인테리어로 무장한 곳은 피한다. 특히 최근에 유행하는 메뉴(한동안 "빠네"가 유행하다가, "들기름 파스타"가 유행했다)를 주로 취급하는 식당은 더욱 멀리한다. '모던한' 와인바, '모던한' 레스토랑에 갔다가 떨어지는 맛, 가성비에 데인 경험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오래된 식당은 대개 적정한 가격에 그럭저럭 합리적인 수준의 요리를 내 놓는다. 이런 식당은 지나치게 친절하지 않아서 좋다. 변호사 일을 하면서, 특히 개업을 하고 나서 느끼는 것은, 괜찮은 업체들은 '적당한' 친절만을 베푸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당한 수준으로 제공한다면, 과도하게 친절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할 여유가 있지도 않다. 그러나 엉망의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하는 곳은 대개 '과도하게' 친절한 경우가 많았다.
어느 치과를 갈까?
값도 비싸거나, 시설이 오래되었더라도, 믿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엊그제 치과에서 작은 수술을 했다. 작년 겨울 즈음 어금니에 크랙이 나서 발치를 했는데, 그 자리에 임플란트를 심어야 했다. 그런데 어금니를 뽑아서 빈 공간이 생겼더니, 멀쩡한 사랑니가 그 자리에 누워버렸다. 하여 어쩔 수 없이 사랑니도 같이 발치하게 되었다. 하루 만에 사랑니 하나를 뽑아 버리고, 그 옆에는 임플란트 나사를 심어야 했다.
이 치과는 압구정에 있는데, 연예인들이 많이 가는 치과라고 한다. 검사로 일하고 있는 선배가 추천해줘서 다니기 시작했다(그 선배는 몸은 건강한데 치아가 약하다). 치료를 안 아프게 해줘서 좋다고 해서 다니게 되었다. 치과 치료를 받을 때는 치과의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필요하다. 베드에 누우면 치과의사의 두 손에 내 운명이 달린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치과는 인테리어에 세월이 녹아들어 있다. 로비에 있는 직원들은 매우 숙련되어 있으나, 과도하게 친절한 편은 아니다. 나쁘게 말하면 사무적이고 차갑다. 그러나 식당과 마찬가지로, 오래되고 좋은 업체는 과한 친절을 베풀지 않는 경우가 많으므로, 나는 이 정도의 서비스가 딱 좋다고 생각했다.
임플란트 수술 일정을 잡은 날, 이 치과에서는 사랑니 발치, 어금니 임플란트를 모두 합쳐서, 250만원 내지 3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종종 테니스를 치는 치과의사 지인한테 물어보니, 최근 강남 인근에서는 임플란트 시세를 후려치는 치과가 많아서, 개당 100만원도 안 받는 곳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변호사 개업을 하고 계속 느끼는 것이 '싼 데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치과의사가 자선 사업가가 아닌 다음에야, 비용을 저렇게 후려친다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오히려 믿을 수 없다. 그리고 치과 치료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다소 비용을 비싸게 지불하더라도 확실하게 처리하는 편이 낫다. 저가로 덤핑하는 곳에 구강 건강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었다.
한편, 우리 법무법인의 류 변호사님께서 교대역에 있는 어느 치과를 다녀왔다고 하면서, 그 치과에서도 교차 진료를 받아볼 것을 추천했다. 해당 치과는 사무실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출근길에 들러 봤다. 이 치과는 새 인테리어로 무장해서 빛이 번쩍였다. 직원들은 화장품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행동했다(특유의 말투가 있다). 로비에서는 마치 호텔을 연상하게 하는 향기가 났다.
이 치과의 치과의사는 임플란트 경험은 많은 것 같았지만, 왠지 모르게 상업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의사는 내 경우 단순한 임플란트 수술이 아니고, 상악동 거상술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꽤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약 250만원 내외의 비용이 들 것 같다고 했다. 진료비를 계산했더니 기념품으로 칫솔 세트를 주었다. 싸구려 칫솔세트가 아니라, 괜찮은 칫솔이었다.
인테리어나 서비스, 현대적인 분위기를 보자면 후자의 치과가 훨씬 뛰어났다. 심지어 예상되는 수술비용도 저렴했다. 그러나 끌리지 않았다. 신식의 인테리어나 칫솔 선물세트, 화려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신뢰가 생기지 않았다.
예정대로 기존에 다니던 치과에서 수술을 받았다. 치위생사는 수술방에 들어가자마자 어디가 멸균처리가 되어있는지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치과의사는 수술하는 내내 상황을 면밀하게 공유해주었다. 아마도 환자의 공포감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치위생사들이 대단히 숙련되어 있어서 모든 과정이 스무스하게 흘러갔다. 대학병원 못지 않은 실력이라 생각한다. 수술은 힘들지 않게 끝났다. 치과의사는 집에 가려는 나를 붙잡고 코를 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코를 풀면 상악동염이 생겨서 고생을 하게 된다고 한다).
비용은 210만원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저렴했다. 마취가 풀리면서 다소간 통증은 있었지만 일하는데 지장이 생길 정도는 아니었다. 꽤 만족스러웠는데, 이 치과와 법무법인 청목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세월로 만든 신뢰 - 법무법인 청목의 강점 ;
우리 법무법인은 개소한지 20년이 지났고, 작년 11월에 리노베이션을 해서 서초동 법률센터 건물의 7층과 12층을 모두 사용한다. 마케팅 비용을 거의 지출하지 않으므로 기념품을 준다거나 비싼 물건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인테리어는 적당히 따뜻하다. 또한 합리적인 수임료를 받는다. 일단 사건을 수임하면 대형로펌 못지 않은 최상급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자부한다. 우리 법인에 만족한 의뢰인들이 많은 사건을 소개시켜 주어 왔다. 그래서 별도의 광고나 홍보 없이도 잘 운영되어 왔다.
숙련된 직원들이 있어서 사건 처리도 매끄럽다. 우리 법인에서 민사집행을 도와주시는 민 실장님은 경력이 20년이 넘었다. 나의 송무비서로 일하고 계신 이 과장님은 경력이 15년 즈음 된 베테랑이다. 회생파산 담당 직원으로 새로 입사하신 백 주임님은 경력은 오래되지 않았으나 태도가 아주 좋은 분이다. 모두가 원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의뢰인들의 문의 사항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대응한다. 의뢰인들은 우리 법인에게 사건을 맡기고 나면 본인의 삶에 집중할 수 있다.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식당이나 치과가 화려한 마케팅 기법, 인테리어로 무장한 것은 아니지만, 잘 되었으면 좋겠다.물론 우리 법인도 함께 승승장구하기를 기도한다.
혹시, 치과에 가실 일이 있다면 압구정 구정치과를 가보셔라. 나와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
구정치과의원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842 압구정빌딩
법무법인청목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 160 법률센터빌딩 7층, 1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