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다
1. 법인파산하면 빨간 딱지가 붙는가?
"파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빨간 딱지"가 아닐까 한다. 1997년 이른바 IMF 외환 위기 때, 많은 국민이 민사 집행 과정에서 가구와 집기에 압류표("빨간 딱지")가 붙는 아픈 경험을 하였고, 그러한 장면은 뉴스, 영화, 드라마로 끝없이 재생산되었다.
사업을 하기 위해 주식회사(법인)를 설립한 대표자들 중에는 가정을 꾸려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인 경우가 많고, 최근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젊은 대표자들의 경우 곧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배우자가 임신한 상태인 경우도 흔하다.
이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대표자 명의의 집, 임대차보증금, 차량 등을 채권자에게 빼앗기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표자 주택, 자동차 등 압류 딱지가 붙는 일이 매우 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어서, 파산에 대한 공포는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2. 공공기관 보증부 대출 상품, 연대보증은 폐지되었다.
과거 은행의 법인 대출에서는 대표자(또는 지배주주)의 연대보증이 필수적이었다. 이 경우, 법인이 파산하게 되면 그 대표자가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출채무를 전액 변제하여야 하는데, 만일 대표자 개인 자산으로 그 보증채무를 모두 변제하기가 어렵다면 소위 "빨간 딱지"가 붙게 된다. 2010년대 후반까지는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그런데 2018년 4월,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의 보증 및 대출시 연대보증 전면 폐지 방침"을 시행하였다. 이로써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재단 등 공공기관의 보증서를 담보로 실행된 대출의 경우, 대표자의 연대보증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여타 1금융권 은행, 2금융권 회사(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에서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연대보증을 받는 경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연대보증의 부담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3. 책임경영약정 - 연대보증과 무엇이 다를까?
연대보증약정의 경우, 주채무(대출)가 연체되는 경우 즉시 보증채무 이행의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채권자 입장에서 증명할 것이 거의 없어서, 대표자 입장에서는 방어하기 매우 어렵다.
한편, 대표자가 연대보증을 서지 않는 대신, 신보, 기보, 중진공, 신용보증재단에서는 "책임경영약정"을 요구한다.
책임경영약정이란, 대표자가 연대보증을 서지 않는 대신, 불성실하게 경영활동을 한 것이 드러나는 경우 그 대표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라는 취지이다.
책임경영약정의 경우 책임경영약정의 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사실, 그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가 있다는 사실, 채권자에게 발생한 구체적인 손해의 액수를 채권자측에서 모두 증명해야 한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증명하기가 어려운 편이고, 반대로 대표자 입장에서는 연대보증보다는 방어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책임경영약정은 크게 두 분류이다.
(1) 단순한 이행약정의 성격인 경우 ; 대표이사가 책임경영약정을 위반하였을 때, 보증기관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경우에는 단순한 이행약정에 불과하다. 이 경우 책임경영약정은 대표이사의 채무불이행을 증명하는 처분문서의 기능을 할 것이다. 보증기관이 실제로 대표이사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하려면, 여전히 손해액을 특정하여야 하는 난점이 있다. 대표자 입장에서는 방어하기가 쉽다.
(2) 조건부 연대보증약정의 성격인 경우 ; 대표이사가 책임경영약정을 위반하면, 그 때부터는 회사의 대출채무에 대하여 대표자가 연대보증채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된 경우이다. 연대보증을 요구하지 못하게 되었으니(정부 방침으로 인하여), 조건부로라도 연대보증을 요구하겠다는 취지이다. 비록 조건부 연대보증이라 하더라도, 약정의 성격이 연대보증이라는 것은 소송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회사는 책임경영약정서를 연대보증계약의 존재를 증명하는 입증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연대보증계약의 존재가 인정된다면, 회사는 손해액을 주장, 증명할 필요 없이, 보증금액 전액에 대하여 즉시 이행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대표자 입장에서는 위 (1)에 비하여 방어하기가 어렵다.
약정서의 내용이 단순한 이행약정인지, 조건부 연대보증약정인지는 반드시 파산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4. 책임경영약정 위반, 어느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가?
책임경영약정서의 내용은 보증기관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게 그 내용이 비슷해지고 있다. 필자는 매년 수십건 이상의 법인파산 사건을 직접 수행하고 있는데, 기보, 신보, 중진공, 신용보증재단의 책임경영약정에서 대표자에게 요구하는 의무는 대게 다음과 같다.
✔ 대표이사의 무단 사임 금지
✔ 대표이사의 최대주주 또는 과점주주(50%) 지위 유지(지분 처분시 보증기관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 대출금은 회사 영업과 관련해서 사용되어야 함.
✔ 주식, 부동산 투자 금지 (단, 회사 설립 목적 및 경영상 이유가 있다면 소명될 것)
✔ 채무자회생법 위반, 기업회계기준에 의한 회계처리 위반, 민법-상법 위반 (단, 중대한 사유로 실제 형사처벌 받아야 해당될 것. 민법 위반은 왜 포함되어 있는지 의문이 있음).
✔ 대표이사에 대한 가지급금 또는 대여금 지급 금지, 가수금 상환 금지 (단, 정상 거래라면 무관할 것임)
✔ 파산 신청시 보증기관에 사전 통지 또는 사전 동의를 득해야
그런데, 위 사항들을 위반하는 경우 대표자가 모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까?
그렇지 않다.
기술보증기금의 사전 동의 없이 대표이사에서 사임한 사안에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으나(전주지방법원군산지원2022.6.16.선고2020가합51131판결), "범죄행위로 평가할 만한 책임경영위반 사유도 없이 단순히 부수의무 위반만으로 곧바로 보증채무와 다를 바 없는 보증잔액 상환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고 판단하여(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5. 23. 선고 2022가단5152367 구상금 사건), 파산 신청의 사전 통지 등 부수의무 위반만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킬 수 없다는 판례도 있다.
필자는 어느 경우에 책임경영약정 위반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어느 경우에 그렇지 않은지 내부적으로 유형화를 마쳐 놓았다. 온라인에 공개하기에는 여러 문제가 있고, 오프라인 상담시 자세히 안내를 드리오니, 궁금하신 경우에는 상담 문의 하시기를 바란다.
5. 법인파산하면 대표자가 신용불량자가 되는가?
통상 창업자는, 법인을 파산하여 정리하는 경우,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거나 다른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자들께서 가장 궁금해하시는 사항 중 하나가 신용불량자가 되는지 여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완전히 잘못된 정보이다. 오히려 반대로, 법인파산은 창업자의 신용불량 상태를 해소하는 합법적인 방법이다.
법인의 대출을 연체하면, 그 법인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정보주체로서 연체 차주로 등록이 된다("한국신용정보원"은 국내 금융기관의 신용정보를 수집·관리하여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공공기관이다. 이곳에서 관리하는 "일반신용정보"는 금융거래(대출, 카드 발급 등) 시 금융회사가 채무자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활용된다).
이때, 법인의 최대주주는 "관련인"으로서 "신용정보주체"에 해당한다. 법인의 대출이 연체되면 그 최대주주는 관련인으로서 정보가 등록된다.
관련인정보가 등록되었다는 것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도 평가시 불이익한 정보가 등재된 것이므로, 소위 신용불량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즉, 법인대출이 연체되면, 그 대표자도 신용불량이 된다.
법인파산을 신청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법인파산을 신청하여 그 청산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면, 회사의 신용도판단정보(연체정보, 대위변제정보)가 해제되면서, 관련인정보도 해제된다[일반신용정보관리규약 관리인정보 해제사유 1호].
관련인정보의 등록 및 해제는 관련된 금융회사에서 하게되므로, 예컨대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가 있었다면 신용보증기금에서 관련인정보를 해제하게 된다.
즉, 법인파산 절차를 정상적으로 이행하여 청산까지 하게 된다면, 관련인정보 해제가 가능하다.
6. 결론 - 법인파산을 하면 대표자가 입는 불이익은 무엇인가?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다가 법인파산을 신청했다고 하여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다.
이 시리즈에서 추후 설명하겠지만, 다소간의 분식회계를 했다거나, 법인 가지급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불이익을 입지도 않는다(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현실상, 대출이 있는 경우 분식회계는 거의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고, 법인 가지급금을 약간 사용했다고 하여 모두 횡령죄로 처벌받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제대로 된 검토 없이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 대표자가 주식매수청구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고(스타트업의 경우), 거래처와의 거래 때문에 사기죄로 고소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파산 전문 변호사의 면밀한 검토를 받고 파산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러한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필자는 법인파산 상담 과정에서 대표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민사, 형사 리스크를 체크하여 드리고 있으며, 파산 신청을 했다가 대표자가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이 있으면 파산 신청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도 한다(그렇기 때문에 파산 실패율이 0%이다).
만일 법인파산을 염두하고 있다면 상담신청을 하기를 바란다.
전화번호 : 070-4322-4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