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파산을 미루면 벌어지는 일들

판교 스타트업 대표님의 사례

by 엄건용 변호사

판교에서 꽤 큰 스타트업을 운영했던 대표이사 A가 찾아왔었다. A가 창업한 회사는 투자금이 모두 바닥나고 더 이상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2022년경 이미 근로자들을 모두 내보내고, 공동창업자 2명만 회사에 남아 있었다.


두 창업자는 개발용역을 수주하면서, 법인 대출에 대한 이자만 간신히 갚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머지 1명의 공동창업자마저 다른 회사로 취업하면서, 창업자 1명만이 회사의 유일한 대표이사로 남게되었다.


대표자는 회사의 이자를 1년 정도 더 갚다가, 더 이상 이자를 내기 어려워서 회사를 방치하게 되었다.


대표자는 다른 사업을 하려다가,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필자를 찾아오게 되었다.




파산 신청을 하려면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데, 변호사와 상담을 받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귀찮다. 또한 법원에 내야 하는 예납금(일반적으로 500만원)도 아깝다. 게다가 법인을 방치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말도 있다. 그러다보니 실무에서는 법인파산을 계속 미루고, 회사를 마치 좀비처럼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는 파산을 하지 않으면 법인격이 계속 살아있다. 회사가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은행이나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금융회사들은, 그 회사에 대한 대출채권을 가지고 있다가, 장기 연체상태에 놓이면 그 대출을 다른 유동화전문회사에게 매각하거나, 추심전문기관에 추심을 의뢰한다.




법인파산을 좀비 상태로 방치하면 대표자에게는 어떤 불이익이 생기는가?


첫째, 대표자 본인의 신용정보에 "관련인 정보"가 등록된다. 금융회사들은 "관련인 정보"를 확인하면, "아, 이 대표자는 다른 회사를 운영하다가 대출을 갚지 않았구나"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신규 대출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대표자 본인의 법률상 리스크가 남게 된다. 연대보증이나 손해배상의무가 있는 약정을 한 경우에는 그 약정에 따라 법률적 불이익을 입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처벌의 위험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거래처에 대한 미수금이 남은채로 방치하는 경우, 그 거래처는 대표자를 사기죄 또는 횡령죄 등으로 고소할 수 있다. 거래처와 거래한 시기가 가까우면 가까울 수록, 형사고소 및 처벌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만일 사기죄로 고소당하고 그 전과가 남는 경우, 앞으로 VC나 다른 투자회사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사업을 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라도 있다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대표자의 심리적인 문제이다. 필자가 법인파산 사건을 많이 수행하다보니, 법인파산 전후로 하여 대표자들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것을 목격한다. 법인파산 전에는, 아무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회사를 정리해야 할텐데"라는 짐이 남아있다. 마치 해야 할 숙제를 하지 않고 계속 미룰 때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가 법인파산을 하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본격적으로 재기를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된다.


필자가 도와드린 어느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의 경우, 파산 신청 전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지만, 파산 후에는 건강을 회복하고 현재 인공지능 스타트업에서 눈부시게 재기하였다. 파산 사건을 취급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에는, 이처럼 대표자들이 회복에 성공하여 새로운 사업이나 직장에서 행복하게 살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을 때이다.




필자는 사무실 책상만은 늘 깔끔하게 청소를 해놓고 일을 한다. 정돈된 책상을 보아야만 명료한 논리를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지저분하게 물건이 널브러져 있어 "언젠가 치워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소송 서면을 쓸 때 깨끗한 글을 쓰기 어렵다.


대출, 체불된 임금, 세금 등으로 얼룩진 회사를 계속 내버려두고 있으면, 대표자는 결코 재기에 성공하기 어렵다. 더 이상 회생시키기 어려운 회사가 있다며 깔끔하게 정리를 하고, 그 다음 스텝을 위해 100% 몰두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선택이다.




이전 04화법인파산의 패러다임 전환 - 대표자 중심의 사건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