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청목 개소식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했던 날은 법무법인 청목의 개소식 행사가 있기 전날이었다. 나는 그날 오후에 과일케잌으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그리고, 나와 피가 섞인) 카페로 전화해서 케잌을 주문했었다. 나는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행위가 "가당치 않은, 위헌적, 위법적 행위"이며 차마 "통치행위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 행동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계엄이 선포된 상황이 그다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계엄 반대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을 받고 '당연히 그래야지' 생각한 다음, '저 괴랄한 계엄 선포가 계속되면, 우리 법인의 개소식 행사는 나중으로 미뤄야 할 수도 있겠네' 떠올렸을 뿐이다.
고모네 과일케잌에 대해 잠시 설명해야겠다. "엔젤스가든"이라는 카페이다. 내가 한창 공부를 했을 때 동탄에서 차리셨으니, 업력이 10년은 훌쩍 넘으셨을 것이다. 까다롭다는 동탄 맘카페에서 입소문이 났을 정도로 맛이 좋다. 동탄에서 성공한 이후 강남으로도 진출하였다. 맛과 비주얼이 모두 훌륭한 케잌을 만드신다. 케잌의 겉은 심플한 우유 생크림으로 발라져 있을 뿐이지만, 그 단면을 잘라보면 제철 과일이 한가득 들어있다. 과일이 얼마나 많냐면, 빵의 양보다 과일의 양이 많아보일 정도이다.
나는 이미 몇번 공짜로 케잌을 받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기필코 케잌값을 치루기로 결심한 터였다. 그래서 법인 개소식 행사 전날이 되어서야, 슬그머니 케잌가게로 전화하였다. 며칠 전에 전화를 드리면 필히 공짜 케잌을 선물당할 것이기 때문에, 개소식 전날에서야 전화를 드린 것이다.
우선 네이버 지도에 "엔젤스가든 강남점"을 검색한 다음, 가게 대표번호로 전화하였다. 그러면 알바생이 받을 것이고, 아무렇지 않게 과일케잌 1개를 예약해두면 모든 절차가 끝이 난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의 "엔젤스가든입니다"하는 목소리는 고모였다. 나는 대범하게 연기를 하기로 판단한 다음, "안녕하세요. 과일케잌 1개를 주문하겠습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즉시 "어머나 엄변 ~ 건강하지 ~ ?"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케잌 값은 치루지 못하였다.
고모는 법무법인 청목이 개소식을 한다는 사정을 들으시고는, 특별히 2단 케잌을 만들어서 보내주셨다. 그리고 생과일이 가득 들어간 모찌(찹쌀떡)도 가득 보내주셨다. 케잌에는 "축개소" "법무법인 청목"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개소식 당일, 청목에서 나를 도와주시는 비서님과, 회계를 담당하시는 비서님께서 케잌을 세팅해주셨다. 샴페인을 따르고, 청목의 새 출발을 자축하였다. 고모께서 하시는 카페의 상호는 "엔젤스가든"이다. 직역하면, 아마도 "천사의 정원". '천사'라니 신성하고, '정원'이라니 따뜻한 느낌이다. 청목이 있는 법률센터빌딩 12층이 의뢰인들께 "천사의 정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케잌을 드시려면,
* 법률상담이 필요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