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을 깨고 싶은 스타트업의 법적 조치를 방어한 사례
학원과 강사의 관계는 마치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연예인의 관계를 연상하게 한다. 강사는 학원에 강의를 제공하고, 학원은 강사에게 돈을 주면서, 강의의 판매를 책임지게 된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건은 '스타트업'과 강의를 제공한 전문가 간의 강의계약 관련 분쟁이었다. 이 사건의 스타트업과 그 전문가도 학원과 강사의 전속적 관계를 떠올리게 했다.
스타트업은 강의 판매를 위한 마케팅을 했으나, 생각보다는 판매 실적이 저조하였다. 계약에 의하면 스타트업이 계속하여 강의 촬영 및 판매를 해야 했다. 그러나 강의 제작 및 판매에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이 되자, 스타트업은 일방적으로 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면서, 이미 판매된 강의까지 모두 환불 조치해버렸다.
강사 입장에서는 황당하지 않을 수 없는데, 소송은 오히려 스타트업이 제기하였다. 강사는 필자를 찾아와 손해배상청구소송의 방어를 위임하였다.
계약 해제의 방법과 증명책임
강의 판매를 접는다는 것은 "온라인 강의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에 따라 계약을 없애고 싶다면, 계약을 (1) 해제하거나, (2)취소 또는 무효화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 취소나 무효의 경우 아주 제한적으로만 인정되어서(사기, 착오, 허위표시, 반사회적 질서행위 등), 대부분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지가 다툼이 된다.
계약의 "해제"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계약서에 기재된 해제사유가 충족되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이를 "약정해제권"을 행사한다고 표현한다. 두번째는 상대방이 계약을 어겼으므로, 그러한 계약 위반을 이유로 해제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민사법에서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법정해제권"의 행사라고 표현한다.
법정해제권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행불능/이행지체/이행거절 등이 있다. 상세히 살펴보면 복잡하고, 어쨌든 계약을 파기하고 싶은 사람은 상대방이 계약을 불이행했다는 것을 증명하면 그 계약을 끝낼 수 있다.
실무적으로 중요한 것은, 채무불이행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의 계약 해제 및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위 사건에서 스타트업은 전문가(강사)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하면서, "온라인 강의 계약"을 해제하고, 강사를 상대로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매매계약, 임대차계약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계약은, 쌍방이 무슨 의무를 이행하면 되는지 알기가 매우 쉽다.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은 물건을 넘기면 되는 것이고, 매수인은 돈을 주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매도인이 물건을 못 넘기면 채무불이행이 되고, 매수인이 돈을 못 주거나 늦게 주면, 역시 채무불이행이 된다는 점에 의문이 없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 계약"과 같은, 비일상적인 계약에서는 과연 쌍방의 채무불이행은 어떤 것인지를 개별 계약의 내용에 따라 따져야 한다.
위 온라인 강의 계약에서는 강사는 강의를 촬영하여 제공하면 자기 의무를 다한 것이 된다. 그리고 스타트업은 그 강의를 편집 및 갈무리하여 온라인 상에서 이를 판매하는 역할을 하면 자기 의무를 다한 것이 된다. 그런데 강의가 스타트업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떤가? 스타트업이 강의를 판매하기는 했으나 충분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지 못했다면 어떤가?
손해배상청구 방어 전략
(1) 증명책임 지적
(2) 반소 제기
이러한 계약에서 채무불이행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어려워서, 결국 쌍방의 잘못(귀책사유)에 대한 지난한 증거싸움이 시작된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도 스타트업은 강사가 강의를 판매한 것이 수준이 낮다던가, 강사가 터무니없이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여러 이유를 들면서, 녹취록, 카카오톡 메시지 등 여러 증거를 산발적으로 제시하면서 강사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했다.
그러나 필자는, 채무불이행의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에 집중하여, 강사의 채무불이행 존재에 대하여 스타트업이 제대로된 증명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또한 필자는, 스타트업을 상대로 반소도 제기하였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응소할 때는 반드시 반소 제기를 고려해야 한다. 반소가 인용이 되어도 좋고, 만약 인용이 안되더라도, 추후 조정이나 화해권고 결정이 있을 경우에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2번에 걸친 화해권고 결정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2회에 걸쳐 화해권고 결정을 내리셨다. 추측건대 판결문 쓰기가 곤란하시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쨌든, 2회의 화해권고 결정은 모두 원고의 본소 청구를 100% 기각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었던바, 필자의 소송 전략은 대부분 적중하였다고 자평할 수 있다.
첫번째 화해권고 결정은 우리 측의 반소청구까지 일부 인용하는 것이어서 더 좋았다. 그러나 조정기일을 거치면서 원고가 이에 극렬히 저항하자, 재판부는 피고의 반소 청구 부분은 기각하는 것으로 화해권고 결정을 바꾸었다.
필자의 느낌으로는, 재판부께서 우리에게 반소 청구 부분은 양보하라는 의미를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반소는 금액도 크지 않고, 애초에 우리 목표는 본소를 기각시키는 것이었으므로, 재판부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증명책임의 중요성
손해배상청구는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개별 요건사실의 존재를 증거로 증명하는 일, 손해액을 증거로 증명하는 일이 모두 어렵다.
원고 입장에서는 가능한 증명을 모두 다 했다는 것을 적극 어필하여야 하고, 피고 입장에서는 원고의 증명책임 이행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는게 중요한 소송 전략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피고는 소액이라도 반소를 제기하여서, 추후 조정이나 화해권고결정이 있을 때, 피고 측에서도 일부 양보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게 좋다.
증명책임을 활용한 또 다른 승소사례로는....
https://blog.naver.com/chapter_11/223956686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