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제때 내는 것이 제일 싸다

변호사 수임료, 세금 꼬박 꼬박 신고하는 이유

by 엄건용 변호사

민사소송에 관한 수임계약을 체결하던 와중 의뢰인께서 현금 뭉치를 꺼낸 적이 있다. 수임료를 현금으로 지급하겠으니 부가세 10% 부분을 깎아 달라는 것이다. 변호사가 세금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의뢰인 입장에서는 부가가치세 10%를 내지 않아도 좋다. 변호사도 세금을 덜 낼 수 있게 된다. 의뢰인께서는 상호 "윈윈"하는 것으로 생각하시고 위와 같은 제안을 하신 것이다.


필자는 위 의뢰인께, 부가가치세 납부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그렇지 않으면 사건을 수임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드렸다. 위와 같은 제안에 따르다가는 세금 폭탄을 맞기 딱 좋기 때문이다.


필자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매출에 대한 세금 신고를 꼬박 꼬박 다 하면서 사무실을 운영한다. 그러한 변호사들이 대단한 원칙주의자라거나, 애국자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는 사무실 경영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것이다.


오늘은 변호사가 현금으로 돈을 받으면 어떤 이득을 얻는지, 그리고 많은 변호사들이 현금 거래를 하지 않고 꼬박꼬박 부가세를 납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하고자 한다.


엄건용 변호사




어느 서비스에 대하여 돈을 받은 다음 장부에서 이를 고의로 누락하면 세금을 덜 낸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예상이 될 것이다. 이는 변호사 뿐만 아니라, 의사,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직 사업자들은 모두 마찬가지다. 꼭 전문직이 아니어도, 서비스업 매출이 발생하는 회사(컨설팅회사, 금융업 등)들도 동일하다.


수임료 등을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그 전문직 종사자의 개인 명의 통장으로 이체하는 경우, 세금과 관련한 이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변호사는 소득세, 4대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해서 돈을 받으면, 이는 일단 "법무법인"의 계좌로 입금되고, "법무법인"의 수익이 된다. 필자와 같이 법무법인에 소속된 변호사는 그 돈을 다시 "급여"로 회계 처리를 해야만 개인 통장으로 이체 받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변호사는 "급여"에 대하여 소득세와 4대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고소득자이기 때문에 소득세율은 40% 내외이다. 수임료로 1,000만원을 법무법인 통장으로 받아서 그 돈을 전액 급여로 인출한다면, 위 수임료 중 400만원은 세금으로 내는 꼴이다(물론 실제로는 경비 처리하는 부분 등을 제외하고 일부만 급여로 지급받겠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하여 전액 급여로 인출하는 경우를 가정한다).


의뢰인은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는 변호사가 아니라 의뢰인이 부담한다. 의뢰인은 1000만원짜리 사건이라면 그 중 10%를 부가세로 내야 하므로 총 1100만원을 지출한다. 이 중 100만원은 부가가치세이다. 변호사가 현금으로 수임료를 받으면 의뢰인은 100만원의 세금을 아끼는 결과가 된다. 다만, 부가가치세에 대한 신고 납부 의무는 변호사(또는 그 법무법인)에게 있으므로, 변호사가 탈세했다고 표현하여도 틀린 것은 아니다.


위 예시에서, 수임료 1,000만원짜리 사건을 현금으로 받아 세금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 변호사는 400만원을 탈세하고, 의뢰인은 100만원을 탈세한다.




일부 전문직 사업자들이 현금으로 돈을 받으면서 세금을 신고하지 않는 이유가, 이처럼 소득세, 4대 보험료, 부가세 등 세금을 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철저하게 세금을 신고하여 납부한다. 그 이유는 사업체를 오래 존속시키려면 그러한 편이 낫기 때문이다.


엄건용 변호사




사업을 할 때 대비해야 할 위험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사업 그 자체의 수익성이 감소할 위험이다. 사업체가 판매하는 서비스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가 있는데, 만일 그렇게 되면 비지니스는 존속할 수 없다. 변호사가 거동이 불편해지는 경우, 회계사가 눈이 잘 안보이게 되는 경우, 의사가 손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사업체는 "사업성" 그 자체의 위험을 맞게 된다. 전문직 사업자들이 고액의 생명보험/손해보험에 가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사업체의 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매출은 잘 나오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경우이다. 법무법인의 소속 변호사가 법무법인의 자산을 거액 횡령한 경우(실제 그러한 사례가 있었다), 회계법인의 회계사가 감사 대상 회사와 결탁하여 부정한 감사 의견을 준 경우 등이 있다.


탈세를 하다가 적발되어 크게 낭패를 보는 경우는 "관리상의 위험"에 속한다. 실제로 세금 때문에 망하는 사업자들이 꽤 많다. 만일, 어느 변호사가 총 10억원의 수임료를 세금 신고를 하지 않고 탈세했다가 적발되었다면,그 변호사는 다음과 같은 막대한 불이익을 입는다.




어느 변호사가 개인 명의 통장으로 수임료 10억원을 지급받은 다음,
전액 개인적으로 소비하였다가,
추후 탈세가 적발된 경우,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할까?



우선, 변호사는 탈세한 종합소득세로 3~4억원을 내야 할 것이다. 가산세는 그 금액의 40% 이상이다. 지방소득세, 현금영수증 미발급으로 인한 과태료를 더하면 부담해야 하는 돈은 더 커진다.


이를 대략적으로 계산해보면, 변호사는 대략 7억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꼴이다. 심지어 위 세금 중 약 2억원은 가산세이다. 가산세는 일시에 전액 납부해야 한다(연부연납이 불가함). 즉각 현금 2억원을 뱉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세금을 탈세한 변호사는 조세포탈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음은 물론이고,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세금 조금 아끼겠다고(조금은 아니지만), 입는 불이익이 막심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해가 들어오던 날.


필자가 법인회생, 법인파산 사건을 수행하다보니, 세금 문제로 사업가가 순식간에 망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꼭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부동산 거래로 인한 양도세 등을 탈세하다가 적발되어 막대한 가산세를 물고 결국 파산하는 경우도 보았다.


필자를 비롯하여 여러 변호사들이 꼬박 꼬박 세금을 다 내는 이유는 세금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세금을 늦게 내면 법원을 거치지 않고도 당장 통장을 압류하여 동결시킬 수 있다. 그러면 사업자는 현금 유동성이 막혀서 살아남기 어렵다. 부동산이나 다른 모든 자산에 관하여도 국세청의 칼날을 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세금은 제 때 내는 것이 제일 싸다. 당장 소득세, 부가세 내는 것이 아깝다고 하여 현금으로 매출을 누락하다가는 그야말로 패가망신을 할 수 있으니,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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