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법무법인 청목의 종무식 행사
올해 새해 초, 준오헤어의 시무식에 VIP로 초대되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미용 회사는 새해를 어떻게 여는지 궁금하여, 흔쾌히 초청에 응하기로 했다. 새해 벽두의 아침 7시 30분에 공식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5시 즈음 기상해서 출발했다.
"Good to great"라는 표어를 기반으로, 행사가 기획된 것으로 보였다. 강윤선 대표님은 항해사 복장을 입고 조타 장치를 잡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3,000명의 관객들을 승선으로 한 거대한 배가 출발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엄청난 규모와 우렁찬 함성에 압도되었다. 새해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시무식의 주된 내용은 매출을 많이 올린 헤어디자이너들을 치하하는 것이었다. 대형 스크린에는 전국의 준오헤어 디자이너들을 매출별로 그룹화하여, 점차 최대 규모의 매출을 보여준 디자이너들의 얼굴을 크게 보여주었다. 준오헤어의 수익 구조는 정확히 모르지만, 헤어 디자이너들이 기록하는 매출과 준오헤어의 수익이 연동되어 있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이른바 '윈윈' 전략이 아닐까?). 성대한 시무식은 헤어 디자이너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를 주었을 것이다.
법무법인 청목은 '준오헤어'처럼 전국에 지점을 둔 회사는 아니다. 법무법인 중에서도 이른바 '네트워크 로펌'이라 불리우는 회사들이 있고, 그러한 회사라면 변호사들 중 높은 매출을 기록한 사람을 치하하기 위한 행사를 기획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청목은 이와 완전히 구별되는, 다른 결을 추구하므로, 성대한 시무식을 할 필요는 없다.
청목이 추구하는 가치는 "느슨한 연대, 온기 있는 조직"이다. 개별 변호사들이 매출을 얼마나 기록하는지에 관하여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이는 개별 변호사들에게 이해관계가 있을 뿐이다). 그보다는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을 유지하는데 집중한다.
우리는 "뜨거운" 조직보다는 "따뜻한" 조직이 오래간다고 믿는다. 청목이 20년 동안 터줏대감처럼 서초동을 지킬 때 수많은 로펌이 조용히 퇴장했다.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까닭은 구성원들끼리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뜨거우면서 성대한 시무식보다는 소소하면서도 따듯한 종무식을 준비하기로 했다(그렇다고 준오헤어가 오래 못간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준오헤어처럼 성공하는 훌륭한 회사는 드물다는 취지이다).
이번 종무식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2024년은 서초동 법률센터의 1개층을 추가로 개소하는 이벤트가 있었기 때문에, 12층 개소식과 종무식을 겸하여 진행했다. 2025년은 법무법인 청목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해이다. 그래서 이번 종무식은 설립 20주년 기념 행사도 겸하는 특수한 성격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필자가 청목의 공식 행사들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종무식을 기획하면서는 몇 가지 재밌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우선, 법무법인 청목에 입사하여 20년 동안 근속한 민 실장님께 공로패와 금 1돈을 수여하는 것을 제안했다. 법무법인 청목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같은 대형 로펌이 아닌데도 20년 동안 계속해서 근무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서초동에서는 여러 이유로 이러한 케이스가 드물다). 그간의 노고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구성원 변호사들의 마음을 담아 공로패의 문구를 적고 황금 열쇠를 준비했다.
또한, 구성원들을 위한 단체복을 주문하기로 했다. 필자의 아이디어는 아니었으나, 종무식 분위기를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원준 변호사님께서 고생을 하셨다. 구성원들의 옷 사이즈가 제각각이어서 기성복 브랜드에서 옷을 찾아야 했는데, 우리 사무실의 시그니처 색상인 초록색으로 하려니 마땅한 옷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빈폴 브랜드에서 나온 <더블니트 칼라넥 스웨트 셔츠>로 골랐다.
종무식은 우리 법인의 회의실에서 진행했는데, 플랜카드와 2단 케잌 주문을 했다. 플랜카드 문구는 "우리 모두가 청목 20니다"로 했다. 20주년에서 "20"을 따와서 재밌게 표현해봤다. 색상은 우리 법인의 브랜드 컬러인 초록색을 주로 활용했다. 디자인에는 마케팅 전문가인 우리 아내가 도움을 주었다. 회의실에 플랜카드를 설치해두니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2단 케잌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엔젤스가든 강남점>에서 주문했다. 망고와 딸기를 아낌없이 써서 멋진 케잌을 완성해주셨다. 종무식의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케잌은 2차에서 와인을 마실 때 좋은 안주가 되었다.
공식 행사는 회의실에서 샴페인을 마시면서 진행했고, 이주헌 변호사님이 PT를 준비하셔서 우리 법무법인의 연혁과 앞으로의 비전에 대하여 발표하셨다. 최근 AI를 비롯하여 법률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변호사들도 시대의 변화에 뒤쳐지지 않으려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뒷풀이는 창고 43 교대점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진행되었고, 그 이후도 밤 늦게까지 와인을 마시면서 대화를 나눴다. 함께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들과,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여러 이슈들에 대해 논의했다. 많이 웃기도, 또 진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모든 순간들이 사무실을 운영해나가는 과정에서 찍히는 작은 점(點)들이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굵직한 선(線)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