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정기(休庭期)를 보내는 방법

한층 조용해진 서초동 골목을 지나며

by 엄건용 변호사

법원은 여름, 겨울에 각 2주 동안 업무를 쉰다. 법정이 일시적으로 열리지 않는 기간을 "휴정기(休庭期)"라 부른다. 법원은 여름에는 7월 마지막 주부터 8월 첫째 주, 겨울에는 12월 마지막 주부터 1월 첫째 주까지를 휴정기로 지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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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의 휴정기 지정 공고



휴정기라 하여 법원의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과 직접 관련되는 업무만 중단된다. 민사소송의 변론기일, 형사소송의 공판기일이 열리지 않는다. 민사사건 중에서도 긴급을 요하는 가처분, 가압류 사건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형사사건 중에서도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와 같이 시급한 사건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


휴정기는 법조인들의 휴가철이다. 그렇다고 휴정기 내내 쉬는 변호사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휴정기 중 1주일 정도만 휴가를 떠난다. 판사님들도 휴정기 중 1주 정도는 휴가를 떠나고, 남은 기간 동안에는 밀린 사건 검토를 하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쨌든, 많은 법조인들이 휴정기에는 사무실에 나오지 않으므로 서초동이 다소 한산해진다.


변호사들 중 휴정기에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민사가처분을 주로 하는 변호사들이다. 예를 들어 경영권 분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경우 시급한 가처분을 계속 다뤄야 하는데, 휴정기에도 가처분 사건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므로 휴가를 내기 어렵다. 금융 자문, 기업 자문을 주로 하는 변호사들도 그렇다. 필자도 부동산PF 자문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던 시기에는 휴정기에 휴가를 내지 못했다. 휴정기는 법원이 쉬는 것이지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쉬는 기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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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정기는 어떻게 보내야 좋을까?



휴정기는 여러모로 소중한 시간이다.


휴정기에는 상대적으로 전화, 메시지 등 연락이 오지 않는다. 휴정기 2주 동안에는 재판이 아예 없고, 휴정기 직전 주, 휴정기 직후 주에도 재판이 덜 잡히는 편이다. 거의 한 달 정도는 재판이 없거나 아주 드물게 있으므로, 의뢰인들과 소통해야 할 필요성도 적다. 그래서 사무실 업무 외의 다른 일에 집중하기가 좋다. 필자는 미루어두었던 글을 쓰거나, 추진해보려던 프로젝트가 있으면 이 기간을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또한 휴정기가 아닌 때에는 재판, 회의 등으로 인해 바빠서 여행을 가기가 어렵다. 변호사의 마음대로 재판, 회의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가족과 해외여행을 가려면 휴정기를 이용하는 게 좋다. 아내도 휴가철이 다가오면 휴정기가 언제인지 꼭 물어본다.


겨울 휴정기에 하는 중요한 이벤트는 연말 결산이다. 사무실 경영의 결과를 숫자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1년 동안 있었던 일을 정리하는 글도 써본다. 연말 결산을 해야 그 해를 마무리 짓는 기분이 든다. 올해에도 네이버 블로그에 연말 결산 글을 써 두었다[링크는 오른쪽 참조. https://blog.naver.com/chapter_11/224124349808].


연말 결산이 끝나면 다가오는 한 해에 무엇을, 어떻게 도전할 것인지 고민한다. 2026년 목표는 아내와 공유하기로 했는데, 필자는 10개의 목표를 세워두었다(목표는 가족/멘탈리티/비지니스/즐거움으로 나뉜다). 필자는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는 목표를 쉽게 공유하지 않는 편이다.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운 것도 포함되어 있는데, 자칫 말로 떠벌려두었다가 이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허풍쟁이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도 10개의 목표 중 몇 개나 달성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이야기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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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최고의 술 3병 - 즐거움을 찾는 것도 노력이 필요하다



2026년 연말에도 겨울 휴정기가 찾아올 것이다. 올해 연말 결산을 할 때, 2026년 연말에는 가족들과 편안히 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썼는데, 과연 소원이 성취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올해의 겨울 휴정기는 여러 사정과 고민으로 인하여 거의 쉬지 못했는데, 내년의 휴정기는 정말로 "휴()"정기가 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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