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세일즈

모든 비지니스의 숙명, 영업

by 엄건용 변호사

최근에 "스미스앤월렌스키(Smith and Wollensky)"에 다녀왔다. 한국에는 한남동에 소재한다. 워런 버핏의 단골 식당이라고 하는데, 뉴욕의 3대 스테이크 식당 중 하나라고 한다.


샐러드와 스테이크가 기억에 남는다. 두툼한 베이컨이 들어간 월렌스키 샐러드가 유명하다. 야채는 평범했지만 베이컨의 훈연향이 좋았다. 메인 메뉴로는 토마호크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스테이크를 시키면 테이블 앞으로 고기를 가져 오셔서 손질해주신다. 지방이 생각보다 많아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살은 충분히 맛있었다. 이탈리아의 레드와인 "티냐넬로"를 콜키지해서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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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스미스앤월렌스키



이번 모임은 필자가 동료 법조인 두 분께 답례해야할 일이 있어서 마련한 것이었다. 필자는 사람을 만나서 사건을 수임하는 방식으로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무실을 하다보면 이래저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기는데, 답례하는 자리는 반드시 마련하는 편이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하여 하는 모든 활동을 총칭해서 '세일즈'라 한다.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하던지 세일즈는 피할 수 없는 숙제이다. 오늘은, 변호사들의 세일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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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클라시코 - 티냐넬로



변호사는 의뢰인들의 법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돈을 받는다. 변호사업의 본질은 타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해준다는 점에 있다. 말하자면 의뢰인들로부터 골치 아픈 일을 아웃소싱 받아 그 고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변호사가 수행하는 것은 '타인의 사무'이지, 변호사 자신의 일이 아니다. 변호사가 아무리 열심히 어떤 소송을 수행해준다고 해도, 그 소송으로부터 오는 이익이나 손실은 오롯이 의뢰인의 것이지, 변호사의 것이 아니다. 달리 말해, 변호사는 소송의 결론에 대해 직접적인 위험을 부담하지 않는다(소송에서 패소하면 수임계약에서 정해놓은 성공보수를 못 받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추가적으로 돈을 벌 수 없게 된 것에 불과하지, 어떤 '위험'을 부담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따라서, 만일 어느 변호사가 애초부터 성공보수를 받을 생각을 안 한다면, 소송을 열심히 할 아무런 동기가 없다.


그래서 일부 로펌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광고를 집행하고, 그로부터 수임계약을 최대한 많이 체결하는 전략을 취한다. 의뢰인들의 불만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만, 일단 사건을 많이 수임하고 본다는 식이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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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미스앤월런스키의 월렌스키 샐러드



변호사들의 세일즈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전통적인 방식으로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형태가 있다. 각종 최고경영자과정, 봉사단체 등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사건을 가져다 줄 만한 사람들(주로 사업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쌓는다. 지방에서는 정당에 가입하고 정치 활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여러 모임이 그렇듯, 사람들과 쉽게 사귀려면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쳐야 한다. 과거에는 유흥주점들도 많이 다녔다고 한다(최근에는 그러한 경우는 많이 줄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모임에서 친해진 사람들로부터 사건을 소개받는 방식으로 매출을 늘려간다. 전통적인 대형로펌들이 이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비교적 현대적인 방법은 온라인 마케팅이나 홍보를 활용해서 사건을 수임하는 것이다. 이는 (1) 블로그, 유튜브 등 '컨텐츠'를 생산하여 잠재적인 의뢰인들과 접촉하고, 이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는 방법과, (2) 네이버, 구글 등 검색 광고를 활용해서 변호사를 찾고 있는 사람들과 직접 연결된 다음, 그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의 젊은 변호사들, 젊은 로펌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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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안티 클라시코 티냐넬로 2021과, 샴페인 아퉁 로제

필자의 경우 오프라인 관계를 활용한 세일즈는 지양하고 있다.


과거에 금융자문을 주로 할 때 금융회사 고객들과 가까이 지내본 저이 있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면서 계약을 따내는 일이 내게는 잘 맞지 않았다. 또한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거나 골프를 치는 일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변호사 개업을 할 때부터 오프라인 세일즈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방식은 가급적 피하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는 추수철이 끝나면 한 해 동안 도움을 받았던 분들께 꼭 쌀을 보내고는 하셨었다. 트럭에 같이 쌀을 실으면서 처세에 대해 이야기 했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 사무실을 운영하다보면 이런 저런 도움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에 대한 보답만 꼭 하는 편이다. 답례를 하는 자리는 앞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서 만나는 자리가 아니어서 분위기도 한결 편안하고 자유롭다.


우리 사무실은 온라인에 집중해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를 활용한 컨텐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고, 올해에는 마케팅 채널을 하나 더 추가할 계획을 하고 있다. 광고비용을 최소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임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한다. 가격 대비 고퀄리티의 사무 처리로서 의뢰인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편이다.


컨텐츠 마케팅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1) 컨텐츠 마케팅에는 복리 효과가 있다. 컨텐츠가 쌓일수록 그 효과는 더 커진다. (2) 컨텐츠를 만들다보면 연구를 하게 된다. 무언가 쉽게 설명하려다보니 연구를 더 하게 되는데, 덕분에 법학 실력도 더 깊어졌다. (3) 컨텐츠를 하면 삶과 일을 기록할 수 있다. 어지러운 생각은 정돈되고,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게 된다. (4) 브랜딩 효과가 있다. 누적된 컨텐츠는 나를 증명하는 도구가 된다. 전문성이 홍보될수록 성장은 더 빨라질 것이다.


개업을 하고 나서 느낀 것은, 변호사가 100명 있으면 세일즈의 방법도 100개가 있다는 점이다. 컨텐츠 마케팅에 장점이 있듯이, 오프라인 관계를 활용한 세일즈 전략에도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취할 수는 없다. 힘이 부족한만큼 한 곳으로 그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오늘 날, 서초동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뚜렷한 전략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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