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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석사 Nov 20. 2020

직장맘에서 공부하는 엄마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생활 3년… 그리고 공부하는 엄마로 1년 남짓 살아본 결과, 직장마다 그리고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각 위치에서 장단점이 있다.


 일단 직장은 직장 밖을 나오는 순간 직장과 관계된 일을 어느 정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야근이 있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집에서는 가급적 일을 잊고 다음 날 힘들더라도 밀린 일은 직장에서 해결할 수 있다. 스위치를 껐다 켜듯이 집에서는 육아에 집중하고 직장에서는 아이에 대한 생각은 잠깐 접고 일에만 몰두할 수 있다.


 학교는 다르다. 일단 강의만 듣고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과제와 추가적인 공부는 필수다. 그러다 보니 사실상 집에 있는 시간은 길어졌지만 상대적으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짧아졌다.


 직장은 적당히 일을 해도 월급이 나온다. 너무 티가 나는 근무태만은 곤란하겠지만 유난히 집에서 육아가 힘들었던 날에는 직장에서 요령껏 근무를 한다. 하지만 학교는 대충 한 결과가 학점에 그대로 반영된다.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은 미혼에 학부를 갓 졸업하고 온 경우가 많아 공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아, 물론 내 열정도 적진 않지만 넘치는 열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머리도 예전만큼 잘 돌아가지 않는다. 어쩜 머리에 넣는 족족 밖으로 모두 빠져나오는 건지! 몇 년의 시간을 어떻게 공부를 했고 시험을 봤는지도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다. 열정만큼 결과가 잘 나오지도 않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니 직장 다닐 때는 한없이 느긋했던 성격이 오히려 날카로워졌다.







 물론 공부하는 엄마로 지내는 것이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바로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고 과제를 하는 자체가 나의 성장을 위한 시간이라는 것.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직장에서의 시간이 나를 위한 시간이라기보다는 남을 위한 시간이라는 느낌이 컸다. 그래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직장과 육아 사이에 나만을 위한 시간을 꾸역꾸역 만들어서 끼워 넣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배운 것은 많겠지만 직장생활과 육아만 하는 것은 내 성장에 있어서 늘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육아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나의 하루를 온전히 나를 위해 쓴다. 규칙적인 직장생활을 하다가 강의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시간의 자유가 생기니 처음에는 시간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직장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부지런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죽하면 남편은 나를 보며 ‘세상에서 가장 바쁜 백수’라고 부를 정도니까 말이다.


 예전에는 공휴일과 주말이 그렇게 반가웠다면 요즘은 평일이 반가울 정도다. 주말에는 아이가 있어 과제나 공부에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없다면 평일에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아플 때, 직장을 다닐 때보다 상대적으로 덜 전전긍긍한다. 지금도 강의가 겹치면 난감하긴 하지만 최대한 공강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아이가 아플 것 같은 전조증상이 보이면 병원에 다녀온다.


 아이는 요즘 내가 공부하고 그림을 그리는 책상에 앉아 아직은 낙서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직 ‘공부’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잘 모를 나이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있는 현재의 행동들이 아이에게 좋은 거울이 되고 본보기가 되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었으면 한다. 물론 가끔 너무 바쁠 때에는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이 크긴 하지만 이 시간도 언젠가는 좋은 거름이 되리라고 믿고 있다.


 


 밤새 과제를 하고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아이를 등원시키는 아침. 직장을 다닐 때보다 초췌한 모습에 내 모습이 부끄러울 때가 종종 있다. 내일은 이런 내 모습을 당당해하며 아이를 배웅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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