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달콤한 인생이야!”
네 살 된 딸아이가 양치질을 하면서 ‘달콤한 인생’을 외쳤다. 이제 갓 세 번째 생일을 보낸 주제(?)에 인생을 논하다니! 인생이 이렇게 쓴데 달콤하다고? 아, 물론 세 살 인생에서는 달콤할 수도 있긴 하지.
남편과 나는 갑작스러운 딸의 멘트에 웃음이 터졌다. 딸에게 지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지만, 딸은 연신 깔깔 웃으며 양치질을 할 뿐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운 걸까. 누가 딸에게 인생이라는 단어를 알려 주었을까.
궁금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되었다. 딸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딸이 했던 행동 그대로 양치질을 하며 ‘달콤한 인생’을 외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탕을 먹고 양치질을 하는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었지만. 사탕을 먹고 이가 상한 후에 사탕을 먹지 않는 게 아니라 사탕을 먹고 나서 바로 양치질을 하며 ‘달콤한 인생’을 외치다니! 정말 참신하고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유・아동 콘텐츠에서 사탕이란 충치 벌레를 만들어내는 극악의 존재이자 많이 먹으면 안 되고 혹여나 먹게 된다면 먹은 뒤에는 꼭 양치질을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가 썩어서 치과에 가야 하는 너무나도 뻔하고 재미없는 교육용 스토리의 주제였다. 하지만 사탕을 먹고 양치질을 하는 것을 달콤한 인생에 비유한 것은 너무나도 멋지지 않은가.
‘달콤한 인생’의 ‘달콤한’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 자체만으로도 달콤한 사탕일 수도 있고 사탕을 먹는 행위 자체일 수도 있다.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란 정말 달콤하다. 그에 반해 양치질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에 가깝다.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싶다면 꼭 어쩔 수 없지만 해야 하는 일이 동반되는 것을 나타내는 것만 같았다. 마치 정말 인생처럼.
사람들은 하고 싶어 하는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일례로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 어떠한 과정을 통해 그림 그리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어버리니 내가 좋아하는 그림만 그릴 수는 없게 되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선택했더니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일만 하자니, 사람이 먹고살아야 하는데 굶어가면서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취미 생활도 하려면 돈이 들고 그러려면 일을 해야 한다. 그렇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취미 생활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그렇게 인생이 굴러간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아이의 달콤한 인생은 아직은 달콤한 사탕과 양치질로 이루어진 작은 굴레겠지만 언젠가 아이가 이 인생의 굴레를 알게 될 날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서른이 넘은 나도 이 굴레의 원리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지금까지 나는 사탕보다는 양치질이라는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춰 생활하다 보니 행복보다는 불행함을 더 크게 느껴왔던 것 같다.
앞으로는 양치질에 초점을 두는 인생보다는 달콤한 사탕에 초점을 두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달콤한 사탕만 먹다가 이가 몽땅 썩어버리면 그 맛있는 사탕을 영영 먹지 못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테니까. 오랜 기간 동안 달콤한 행복,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양치질을 한다. 달콤한 인생을 외치는 애니메이션의 꼬마 캐릭터처럼 나도 하기 싫지만, 곧 하게 될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하며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꺼내 본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이게 바로 달콤한 인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