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아버지가 한달여전에 3개월의 짧은 투병을 하시고 소천하셨습니다. 상상만 하던 장례식을 현실로 치루어 내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마음이 얼얼하고 꿈만 같은 기분이 드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많은게 바뀌었습니다. 그 변화는 순간적이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움, 상실감 만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제 삶에 있어 가장 큰 변곡점입니다.
같은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공통관심사를 나누고 웃고 화내고 기뻐하고 슬퍼하는 모든 감정과 일상을 함께 한다는게 얼마나 큰 삶의 의미이자 큰 가치인지, 이제서야 더욱 피부에 와닿게 깨닫게 됩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심에 대한 슬픔은 이런 일상을 같이 하지 못함에 대한 속상함입니다.
' 아빠,
늘 당신 생에 최선을 다하고 책임을 다하셨던 아빠를 잊지 않고 한해 한해 같이 늙어가실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모실게요. 아빠는 먼 곳에서도 늘 선하게, 정직하게, 성실하게 계시며, 저희를 지켜봐주시리라 믿어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아빠께 늘 여쭙는 마음으로 먼저 생각하고 올 곧게, 잘 살아가겠습니다.
아빠,
많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끝도 없이 감사했습니다. '
아버지가 병원에 계실 때 옆에서 돌보면서, 아빠가 cbs 박승화의 가요속으로 프로를 애청하시는걸 알았고,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좋아하시는 걸 알았습니다. 또 아빠 몸을 닦아드리며, 이번만큼 아빠 손과 발을 많이 만져드린 적이 없었던거 같아요. 아빠한테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고... 짧은 3개월동안 지난 40여년 시간보다 아빠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아빠를 알게된 거 같습니다.
저를 다시한번 크게 성숙시키고 어른이 되도록 하신 아버지의 마지막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기보다 아버지가 주신 깨우침을 맘에 새기며 더욱 단단해지는 제 삶의 과정으로 다져가겠습니다.
아빠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