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런 날이 있다. 나답게 나이 들고 싶어지는 날

서점에서 만난 인생 선배의 이야기, 그리고 따뜻한 깨달음

by 엄마약사 정혜진
그런 날이 있다.


서점에 가서 이것저것 책을 들춰보고 싶은 그런 날.

일주일 중 가장 달콤한 쉬는 수요일.

가볍게 산책을 하고 동네의 작은 서점을 찾았다.


책을 사랑하는 서점주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동네책방

가지런히 분류되어 있는 책들을 둘러보다가, 한 때 좋아하던 은희경 작가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자기 계발서나 정보서적을 주로 보던 요즘, 작가의 문장을 만나니 잘 차려진 다이닝 요리처럼 맛깔나니 한 자 한 자 소중하게 다가왔다.


그러다 또 한 권의 책을 들추게 되었다.

<<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대만의 70대 여의사가 쓴 일상 에세이


나이 들어가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꼭 필요한 건강상식들이,

나의 결에 맞아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20세부터 노화는 시작된다

엄밀히 말하면, 20세부터는 우리 몸은 서서히 쇠퇴를 시작한다.

40을 넘고, 50이 되니 이제는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남은 50년을 어떻게 살아갈지는, 여전히 커다란 숙제이자, 설렘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분명해지는 중요한 것들,

돈(가치), 건강, 관계


이 책의 작가는 60까지 열심히 일하고

은퇴 후에도 다양한 사회적 커뮤니티에서 활동한다.

의사로서의 활동도 계속하며,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으로 사고하려는 태도가 참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배우 김우빈이 암투병시기를 회상하며

"단 한 번도 부정적인 생각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하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긍정적인 태도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되었다.


작가는 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암이 아니더라도 다른 질병에 걸렸을 수도 있었고,

오히려 치료를 통해서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라고 말한다.


또 여행 중 허리통증으로 동행자들과 산에 오르지 못했을 때도

"그곳까지 함께 갔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동료들이 다녀와서 보여준 산의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기뻤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때 아니면 아예 가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그녀는 어떤 상황이든 늘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문제가 생겼을 땐 가장 나쁜 경우와 가장 좋은 경우를 먼저 상상하고,

글로 적어 해결책을 찾고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대응한다고 하였다.


전문가의 시선으로 쉽게 풀어쓴 유익한 건강상식


진료실에서 다 설명하지 못한 정보들,

잘못된 건강상식에서 비롯된 불필요한 불안감까지 차분하게 짚어주며,

꽤 유용한 건강정보들을 알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70대 한 개인이 가족, 친구, 그리고 사회적 커뮤니티와의 관계 안에서,

질병과 노화, 또 고립과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해결하며 꿋꿋하게 살아내는 모습이었다.


의료 전문가로서 진료실에서 다 설명할 수 없는 의학상식을 연재하며

글을 쓰는 작업을 계속하고 계신다는 것도 마음에 남았다.

아마도 내가 70이 되었을 때는,

이 책을 지금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듯 읽게 될 것 같다.


요즘 "잘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마치 70의 내 멘토를 만난 듯한 따뜻한 기분을 주었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기분 좋은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었다.


#긍정적인 사고 #건강루틴 #여유로운 노년 #나답게 나이 드는 즐거움 #엄마약사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면서 내게 남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