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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울고 말았다

나는 바보인가?

by 미세스 박

사실 별 것도 아닌 일이다.


회사에서 필요한 마스크를 시오라고 하셨다.


약국 10군데를 들러서 사재기하듯이 마스크를 사고, 사무실에 왔다.


나름 고생했다고 생각했는데, 사온 마스크를 어떻게 배분할 것이며, 사용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들어온 민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민원 업무와 정보공개 업무에 대해서는 업무 과다로 인해 이미 제 능력 밖이라는 이야기를 부장님께 여러 차례 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알지 못하는지 알아도 알고 싶지 않은 것인지 모르겠다.


여하튼 나에게 나의 업무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한 번씩 누구나 고비가 있다.


살면서 고비도 있고, 직장생활에서의 고비도 있다.


나는 어쩌면 살면서와 직장에서의 고비가 둘 다인 것만 같다.


작년에도 4월에 사무실에서 앉아 있기도 힘이 들고, 숨쉬기도 힘든 상황일 때 사표를 냈었다.


결코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그랬었다.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대부분 숨을 쉬기가 힘들고, 식은땀이 나고, 벗어나야만 했다.


요즘도 약간 그런 상황과 비슷했다.


쉴 새 없이 전화를 받고, 업무를 처리하다 또 잡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나에게 나의 상황과 상관없이 이야기를 하고 부탁을 했다.


어쩌겠어. 네가 잘하잖아.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보다는 네가 쉽지. 너는 쉽거든.


이런 기분이 들게끔?


결국 이번 주에 나에게 부탁한 차심부름에 나도 모르게 욱 하고 한 번 대들고, 차에 가서 30분 울고, 그 이후로도 그런 기분과 감정은 여전하다.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모두에게 따뜻하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었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내가 손해 봐야지, 아무렴 내가 희생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그랬다.


하지만, 나의 그런 마음과 태도는 회사에서 상황에 따라 우습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도 쿨하고 싶다. 이건 제 일인 아니거든요.


그 외에도 나보다 나이 어린 직원들에게 일도 시키고 싶고 그랬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내가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은 겪고 싶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여자니까 차를 타야 하고, 잡일을 해야 한다는 식의?


공공기관에 근무해서인지 아직은 많이 보수적이다.


남자보다는 때로는 여자들이 더 보수적인 경우도 많다.


멋지고,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근사하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었다.


모두에게...


하지만, 요즘 많이 지친다.


그렇게 실망을 해도 다음 날 회사 직원들에게 나눠줄 음식을 챙기는 나를 보면서


정말 바보 같고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내가 그들을 대우해 주고 생각해 주는 만큼 나도 가끔은 그렇게 취급되고 싶다.


선함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을 이긴다고 생각을 했다.


정말 그럴까?


와인 세 잔에 글 몇 자를 적으니 또 눈물이 나려고 한다.


나 바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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