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 않지만
인사 시즌이다.
매일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으며 일상을 주고받았던
업무가 힘들 때면 그들의 업무가 적어 내가 힘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원망스럽고 미울 때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샌가 함께 웃고 떠들 때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바로 이 사람들이 아닐까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던 나의 동료들이
하루아침 종이에 다른 부서로 이름이 박히면
짐을 싸서는 훌쩍 떠나버리게 되는 전보 시기가 돌아왔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보통 추석이 지날 무렵부터 이동할 부서를 알아보고,
계속 있고 싶어도 누구에게 밀려서 다른 데로 가지는 않을까 불안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이들 대부분은 10월 무렵부터 1월까지
3, 4개월 정도는 인사 때문에 잠을 설치고는 한다.
처음 인사발령을 접하며 같이 근무하였던 이 부장님께서 다른 데로 가시게 되었던
2007년 여름에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저녁 회식 장소에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울었던 나를 직원 한 분이 옆방으로 옮겨 주기도 했었다.
그래도 매년 반복되고, 모임에서 친한 분들을 계속해서 만나고 하니 좀 덜 슬퍼지기는 하였다.
하지만, 웬일인지 이번 인사는 유독 슬프다.
동료들과 정이 많이 든 것도 있고, 고생을 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헤어지면 내일부터는 만나기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이 조금씩 변하게 되고, 기억도 희미해지고, 유지하려고 노력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지사장님 전 제 후임이 저보다 잘해도 걱정, 못해도 걱정이에요."
얼마 전 고지사장님에게 했던 질문이다.
"저보다 잘하면 사람들이 나를 쉽게 잊어버릴까 봐, 못하면 나를 잊지 못할까 봐."
"걱정하지 마. 너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대신 너보다 더 잘해서 너를 잊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대상이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잊게 되는 것일 뿐이야."
다음 주 수요일이면 전국 인사, 금요일이면 도내 인사가 난다.
누가 갈지 올지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더 슬프다.
주말 인사를 두 번 하고 나면 이제 또 언제 다시 주말 인사를 나누게 될지 모른다.
어른이 되면 마음이 여물고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런 것을 보면 곱다고 해야 하나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혼자 슬픔에 잠겨 말없이 일만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 이번엔 어떻게 헤어지지?' 정말 못 헤어질 것 같은데, 따라갈 수도 없고, 막막하네.'
나약한 심정을 가지고 쉽게 휘청거리는 나라는 사람에게 매년 인사로 인한 이별은 가혹하다.
나이 들어보니 새로운 만남은 그다지 기대도 감흥도 적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