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쟁이 다섯 살 민지
아빠가 제주도로 발령이 나서 가게 된 것이 아직 다섯 살인 민지에게는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면서 가장 큰 시련이었을지도 모른다.
민지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아빠인데, 아빠를 매일 볼 수 없고, 함께 잘 수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런 비극적인 일이 민지에게 일어나고 말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지는 아빠와 헤어지게 되었다.
아빠가 제주도로 가고 난 후 민지는 한동안 시도 때도 없이 아빠를 찾으며 울었다.
"아빠!"(민지 아빠를 찾는다)
"아빠 제주도 갔어. 민지야."(엄마=나 현실을 이야기해 준다)
"아니야! 제주도 안 갔어!"(민지 현실을 부정한다)
"아니야. 아빠 제주도 가서 주중에는 제주도에서 지내고 금요일 밤늦게 올 거야. 그리고 주말에 우리랑 같이 지내다가 일요일 저녁에 다시 제주도로 갈 거야."(엄마=나 현실을 다시 확인시켜 주고, 나름 대안을 제시해 준다)
"아니야."(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지 현실을 계속 부정한다)
민지의 생각은 일주일 정도는 아주 완강했다. 매일 저녁이 되면 아빠가 집에 언제 오냐고 물어보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해 회사를 일찍 갔겠거니 하며 자기 위주로 생각을 했다.
이렇듯 일주일은 현실 부정을 하더니, 또 일주일은 아빠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당장 오라고 화를 내거나, 일요일에 갈 때 가지 말라고 떼를 썼다.
그리고 다음 일주일은 자신이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나쁘게 굴어서 아빠가 갔다고 생각을 하며, 자신이 한 행동들 중 가장 대표적으로 잘 때 아빠의 귀를 잡고 뜯으며 잔 것에 대해 후회를 하고 반성을 했다.
"아빠, 내가 잘못했어. 이제 아빠 말 잘 들을게. 잘 때 아빠 귀도 잡지 않을 거야."(민지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하며, 앞으로 잘할 거라 다짐하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고 민지는 많이 성숙해진 모습으로 아빠와 헤어졌다.
"아빠 제주도에서 잘 지내다가 다음 주 금요일에 만나."(민지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다)
"아빠 사랑해. 잘 가"(민지 사랑과 헤어짐을 동시에 경험하다)
이렇게 말하고는 아빠가 현관문을 닫을 때까지 아빠의 모습을 바라보는 민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괜히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아빠가 문을 닫고 나가서는 아직 엘리베이터를 타지도 않았는데, 민지는 이내 아파트 베란다 쪽으로 가서 "아빠가 지나간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러고는 베란다를 오랫동안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그날 밤 잠을 자는데 민지가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민지 핵심 질문을 하다)
......(엄마=나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정확히는 민지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
"다음 주 금요일에 아빠 또 올 거야. 우리 그때까지만 기다리자."(엄마=나 어른들이 하는 현실 타협적인 대답을 하다)
아이의 솔직하고도 가감 없는 감정들이 눈에 보이고, 표현되는 것을 보면서 예쁘기도 하고, 그런 감정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였다.
이번이 두 번째 주말부부라 내심 '어쩌겠어.'라는 마음과 함께 처음부터 포기하고 내려놓은 나와는 달리 어쩔 줄 모르는 민지를 보면서 나는 참 어른스럽고, 쿨한 반면에 대신 솔직하지 못하고,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민지야 엄마도 아빠가 없으면 안 되는데, 정말 큰일이다.
BGM : Clay and Friends -Going Up The Co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