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스 박 Mar 14. 2020

[결혼] 결혼과 연애의 다른 점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결혼과 연애는 정말 다르다.


결혼과 연애가 대표적으로 다른 점 중 나의 경우를 하나 들자면, 남편이 회사에서 야근하던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어느 날 문득 샀던 차, 어떻게 보면 우리 결혼에 가장 지대한 공을 끼쳤던 그 녀석의 할부금은 결혼과 동시에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되어 버렸다.


연애할 때 나는 남편이 그 차를 얼마에 주고 샀는지, 할부금이 얼마나 남았는지 전혀 몰랐다.


내가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고, 남편도 굳이 나에게 말해줄 필요도 없었다. 내가 남편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그게 바로 연애와 결혼의 차이라는 것이다.


연애할 때는 상대가 돈이 적든 말든, 몸이 아프던 말든 큰 상관이 없다. 집에서 손 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그에 대한 신뢰나 애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은 그렇지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왜냐하면 결혼은 모든 것을 함께 해야 하니까 말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아마도 ‘결혼은 이럴 것이다’라는 생각에 내가 남편을 선택하기도 했다.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으로 집을 도배하고, 화장실 휴지로 써도 될 만큼 부유한 상대를 만나지 않는다면, 맞벌이를 하지 않고서는 경제적으로 살기가 힘들다.


결혼 전 나는 우연히 실은 계획적으로 남편의 자취방을 가보았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남편은 수건도 반듯하게, 냉장고도 차곡차곡 잘 정돈해서 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아 깔끔한 사람이구나. 만약 함께 살게 된다면 내가 좀 덜 치우고 살 수 있겠네.‘라고 생각했었다.


남편의 자상함과 깔끔함, 맞벌이를 할 나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한 남자의 덕목이었다고나 할까? 이처럼 남편의 평소 좋은 생활습관도 내가 남편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결혼은 분명 함께라고 했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있다. 아내가 7시 무렵 퇴근을 했고, 남편은 야근을 하고 10시에 퇴근을 한다. 그럼 집안일은 누가 하게 될까? 아이는? 아무래도 먼저 오는 사람이 하게 되어 있고, 남자들의 성향에 따라 집안일을 부인의 몫으로 남겨놓기도 한다.


에이 드라마 보면, 막 집안일 많이 하고 그러지 않던데요? 뭐 퇴근할 때 음식 테이크아웃해가서 와인 마시고, 그건 드라마다. 드라마는 현실과 다르다. 드라마는 잘 때도 화장하고 있고, 병실의 산소호흡기 쓰고 있는 환자도 화장하고 누워 있다.

가령 당신이 여자들에게 인기 많았던 남자와 결혼했다면, 결혼해서도 계속해서 남편에게 추파를 던지는 여자들로부터 남편을 잘 지켜야 하고, 결혼 전 꽤나 스타일리시했던 그녀와 결혼한 그가 결혼 후에도 그녀의 스타일리시함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면, 남편은 부인에게 시기적절하게, 명품백, 선글라스, 시계 등을 사다 줘야 한다. 그리고 평소 나와 주변 사람들에게 인심이 후했던 그와 결혼을 한다면 매달 날라 오게 될 수많은 고지서들을 감내해야 한다.


결혼은 그런 것이다.


연애를 할 때는 겉에 보이는 것들, 그 순간의 감정들로 어느 정도 지속이 되지만, 결혼은 겉보다는 그 사람의 속, 생활습관들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멋있어도, 매일 야근과 회식으로 늦게 들어와서 나에게 살림과 육아를 전담시킨다면 그 멋 오래가지 못한다. 오히려 그 멋 더 싫어진다. 


너무 늘씬하고 예쁜 그녀, 몸매 관리한다고 본인 안 먹겠다며 밥도 잘 안 한다면, 글쎄 그녀에 대한 감정이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자고로 몸이 편하고, 배도 불러야 상대가 보이는 법이다. 그래서 연애할 때의 감정, 보이는 조건들만 보고, 결혼 상대자를 선택하면 안 된다.


감정과 조건들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사람의 인품과 생활습관은 평생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 선택한 결혼은 후회해도, 다시 되돌리기가 힘들고, 되돌린다고 해도 상처가 오래 남기 때문이다.


연애할 때는 뜨겁게, 결혼할 때는 다소 차갑게 선택해야 행복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연애와 결혼은 다르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 결혼 이후 서로의 가면을 벗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