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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Mar 20. 2020

[결혼] 달달함도 잠시 후달림의 연속 그것이 결혼이니라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결혼. 인생의 제2막


처음에는 달달했다. 모든 이들에게 신혼은 그렇지 않았을까?


나만의 공간에서의 그 자유로움이란, 그리고 평생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도 생겼으니 그 순간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매일 둘만의 파티의 연속이었다. 다음 날 출근을 하는 평일이나 하지 않는 주말이나 남편과 나는 편한 차림으로 집 근처 술집들을 새벽까지 배회하기도 하고, 미드를 쓰러져 잠들 때까지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결혼 전 친정에서 지낼 때는 온전히 나에게 허락된 공간은 내 방 하나뿐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집안의 모든 공간이 나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대로 집을 꾸미고, 생활할 수가 있었다. 너무 좋았다. 늘 조연출만 하다가, 처음으로 내 마음대로 작품을 찍게 된 연출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집안일이 그렇게 많은 줄 미처 몰랐다. 


결혼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 식탁에 가면 늘 밥이 차려져 있었고, 난 자리에 앉아서 밥만 먹기만 하면 되었다.


내가 마셨던 컵을 그대로 두고 일어나도 그 컵은 다음에 마실 때면 씻어져 있었다.


내 방은 치우지 않아도 깨끗했으며, 휴지통은 마치 바닥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나는 항상 버리기만 했는데, 속은 언제나 비어 있었다.


매일 바뀌는 음식들, 곱게 다려져 있던 옷들, 결혼 전 30년 넘게 당연히 제공되었던 모든 것들이 결혼 후에는 내가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아무것도 없었다.


길을 걷다가 음료수를 먹고 싶을 때면 자판기에 돈을 넣어 쉽게 뽑아먹었던 것 같은 나의 일상이 결혼 후에는 사라져 버렸다.


집안일은 회사에서 맡은 업무보다 가짓수도 많았고, 더 복잡했으며, 문제는 해도 티가 나지 않는데, 안 하면 사는데 지장 받을 정도로 나를 불편하게 하였다.


음식을 하지 않으면 사 먹어야 했고, 출근하기 전 집을 정리해놓고 나가지 않으면, 퇴근 후 집에 가면 가장 먼저 집부터 정리해야 했다. 주말에도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장보고 나면 하루가 다 가버렸다.


일의 연속이랄까?


'성인이 되고,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나니 쉴 틈 없이 일만 계속해야 하는구나.'


정말 생활 자체가 후 달린다라는 표현이 딱 맞았다.


하루는 남편과 집 청소를 하다 말고 둘이 바닥에 누워 천장을 보고 마치 실성한 사람들처럼 웃기도 하였다.



결혼하고 처음엔 분명 자유롭고, 편하고, 재밌고 그랬는데, 그 자유의 대가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일 안 하면 밥도 먹지 말라는 말이 결혼하고 나서는


"밥 안 하는 사람은 밥 먹지 말고, 빨래 안 하는 사람은 쉰내 나는 옷 입고, 청소 안 하는 사람은 돼지우리에서 살도록 하렴!"


이라는 말로 아주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겨우 서막에 불과했다.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그건 애교 수준이었다고나 할까? 그때까지의 집안일은 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깨닫는 데까지 불과 난 1년도 채 걸리지가 않았다. 결혼 그 시작은 달달했지만, 그것도 잠시 끝까지 계속 후달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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