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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Mar 25. 2020

[임신과 출산] 이티 아줌마가 되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결혼과 동시에 임신


'아니 이렇게나 빨리?' 내가 임신 사실을 확인하게 되고 처음 드는 생각이었다.


솔직히 기쁜 마음보다는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아직 신혼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는데, 이제 편한 생활도 끝이구나 싶었다. 여행도 술도 안녕이었다.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나에게는 놀라운 일들의 연속이었다. 


우선 그렇게 졸릴 수가 없었다. 회사에서 나는 마치 병든 닭 마냥 고개를 떨구고서는 눈을 감고 순간순간 잠들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또 나는 몸이 붓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결혼반지가 맞지 않았고, 신발은 끼었으며, 벨트를 차지 않아도 바지는 흘러내리지 않았고, 가슴도 평소 내 것이었으면 싶을 정도로 만족스럽게 부풀려졌다. 가슴만 딱 좋았다.


대신 깨끗한 내장을 얻었다.


임신 후에 나는 나의 많은 입친구들과 잠시 이별해야 했다. 


평소 가장 친하게 지냈던 술, 그다음 커피, 과자 등 임신을 하고 난 후 난 지금까지 내가 어떻게 먹고 생활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난 그들을 먹지 않아 몸의 군살이 빠졌으며, 피부도 훨씬 좋아졌다.


어떻게 보면 임신기간 동안 난 나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건전한 생활 하지만 외로움과 우울.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면 많이 피곤해서, 퇴근하고서는 빨리 집에 가서 쉬어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가지기가 힘들었다.


매일 규칙적인 생활 덕분에 건전함은 최고조였지만, 회사에서 일만 하고, 집에 가서는 잠만 자니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외로웠다. 


이처럼 몸매, 음식, 사람 등 나는 임신을 하고서는 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저거 보이시죠? 저 까만 점이 바로 아기집이에요."


"예? 전 잘... 안 보이는데요. “



겨우 작은 점에서 시작해 낳기 전까지 불과 3kg 남짓했던 미미한 존재로 인해 포기하고 희생해야만 했다.


이처럼 자식이란 존재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렇게 부모인 나를 길들였나 보다.


배가 불러갈수록 난 점점 이티의 형상이 되어갔고, 배의 무게에 따라 그 힘듦이 더해졌건만, 출산 경력의 소유자 선배님들께서는 늘 애가 뱃속에 있을 때가 더 편한 법이라며 참 암울한 미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예고해주시곤 하셨다.


내가 임신을 해보니 임신은 여러 가지로 힘든 것이었다.


신체적 변화, 좋아하던 것들의 포기, 왠지 아줌마 도장도 확실히 찍어버리게 된 것 같고, 혹 남편이 싫어지더라도 선녀와 나무꾼의 선녀처럼 하늘까지 데리고 올라가 함께 살아야 한다.


기억해보면 그랬었는데, 그런데 그때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기대감과 기다림 때문이었을까?


세상에서 없던 존재가 생겨나고, 그 존재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나로 인해 생겨나는 존재이니까


또 다른 나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것이 좋았다. 비록 이티 아줌마였을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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