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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Mar 07. 2020

[결혼] 결혼 이후 서로의 가면을 벗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당신 이런 사람이었어?”, “당신은 뭐 안 변한 줄 알아?”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내가 남편과 싸울 때마다 자주 하는 대화이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정확히 신혼여행지에서부터 시작했다.


연애 기간이 너무 짧았던 탓일까? 처음에는 그런 생각도 많이 했었다. 섬세하고 다정했던 남편은 실제로는 소심하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며 잔소리를 하는 남자였다. 그리고 나 역시 남편에게 활발하고, 깔끔한 여자였는데 실제는 다혈질에다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정리정돈에 집착을 하는 여자였다.



이처럼 결혼 전 우리는 서로 달라서 끌렸던 부분들이 실제로 결혼을 하고 보니 그 정도가 심했다. 우리는 결혼 전과 달라진 서로의 모습들 때문에 계속해서 부딪히고 싸우고, 포기하고, 화해하고를 반복했다. 


분명 이런 사람이 아니었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변할 걸까? 나에 대한 애정이 식은 걸까? 내가 이 사람에게 더 이상 여자로서 매력이 없는 걸까? 혼자 이렇게도 생각해보고 저렇게도 생각해봐도 결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예전에는 내가 이야기하면 잘 들어주고, 화를 내도 웃기만 하고, 내가 배고플까 잠은 잘 잘까 살뜰히 챙겨주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무슨 말을 해도 잘 듣지도 않는 것 같고, 대답도 잘 안 하고, 화를 내면 본인이 더 화를 내고, 그저 본인 먹고 자는 것만 신경 쓰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결혼 전 남편과 지금의 남편을 비교해보면 정말 같은 사람이 맞나 싶다.


물론 나 역시 남편에게 내가 이런 사람인지 몰랐다는 원망 섞인 말을 종종 듣는다. " "


1. 당신, 원래 이렇게 화를 잘 내는 사람이었어? 

2. 아니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그래. 

3. 당신 결혼 전에 집에서도 이랬어? 

4. 친구들이나 밖에서는 안 그러면서 왜 나한테만 그래?


내가 남편이 변했다고 생각이 들 때마다 남편도 내가 변했다며 이런 말을 하면 나도 할 말이 없기는 하다. 


대신 속으로 나는 ' ' 


1. 맞다. 나는 원래 화를 잘 내는 사람이다. 

2. 나는 완벽주의 성격이기 때문에 뭐 하나라도 내가 생각한 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 

3. 그랬다. 

4. 친구들에게나 회사에서 그러면 나 왕따 된다. 그래서 집에서만 그런다.


이렇게 말하고는 한다.


사실 내 입장에서 놓고 보면 나는 결혼 전과 크게 변한 것도 달라진 것도 없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남편에게 보여주지 않았고, 딱히 보여줄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저 남편이 몰랐을 뿐이었다.


내가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는 남편이 좋아서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기도 했고, 또한 남편이 나에게 잘해주어 나의 예민하고 모난 부분이 드러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혼 전에 나는 별로 힘들게 살지 않았다. 나에게는 회사일이 전부였고, 회사에서 일하고 시간이 날 때 남편과 데이트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부터는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아졌다. 회사 일은 물론이고, 집에 오면 가사에 육아도 해야 했다. 결혼 전보다 사는 것에 쫓기다 보니 삶의 여유가 없어지고, 그저 나 자신을 챙기기도 버거워져 남편을 챙길 수도,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결코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은 것도 내가 변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결혼 전과 후의 나의 삶이 많이 달라졌고, 그리하여 나 때문인지 너 때문인지 나는 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남편의 기준에서 변한 것이지 나의 기준에서는 원래 그런 성향이 있었는데 상황에 따라서 나왔을 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아마 남편도 나와 같은 상황과 이유들로 내가 몰랐던 본인의 모습들이 나왔고 내가 변했다고 느낀 거였을 것이다.


그래서 어찌 되었건 우리는 결혼 전에 미처 서로에 대해 알지 못했던 모습들을 결혼 후에 알게 되었고, 그런 것들로 인해 계속해서 싸우고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밤 문득 잠든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많이 고단해 보였다. 마치 나의 얼굴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래 집에서 가면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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