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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Feb 29. 2020

[결혼] 내가 왜 이 남자를 선택했을까?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다들 의아해했다. 내가 남편과 결혼을 한다고 했을 때,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는 성격도 정반대이고, 교제부터 결혼까지 7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교제 전에 입사동기라도 해도 별로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다.


그러던 우리가 어떻게 결혼까지 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친해질 무렵 나는 한창 소개팅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서른을 넘긴 나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개를 받으면 상대 남자의 조건은 무난했지만, 나이가 기본적으로 평균 네 살 정도 위였다.


한 번은 여섯 살인가 일곱 살인가 제법 연상의 남자를 만났는데,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외모에서 나이가 너무 느껴지는 것이었다. 곧 그의 이마에 아로새겨질 주름들이 내 눈에는 이미 보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때 생각했다. 차라리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조건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를 만나는 것이 낫겠다고 말이다.


마침 그 무렵 남편이 나에게 업무적으로 도움을 받을 일이 있어서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다 친해지게 되었다.


남편은 나보다 두 살 연하의 동생이었고, 회사에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남편과 친해질 당시 남편의 결혼 조건들에 대해서는 잘 알 수도 없었고, 별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결혼을 염두에 두고 친해지게 된 것도 아니었고, 그저 남편은 나에게 낯선 환경, 많은 업무 속에서 외롭고 힘들었을 때 회사에서 대화하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되어 주었다. 


우리는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그리고 남편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표를 예매해주어 함께 공연을 보러 가주기도 하였다. 남편은 나를 위해 조개구이를 참 맛있게 구워주었고, 늘 야근하는 나를 집에 데려다 주기 위해 어느 새인가 차를 사서 매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남편의 차에서 들었던 바우터 하멜의 곡이 감미로웠고, 여름밤 함께 걸었던 공기가 따뜻했다.


같이 있으면 막 뜨겁거나 활활 불타오르지는 않았지만, 뭔가 은근한 온기가 느껴졌다. 어느 추운 겨울날 시골집의 따뜻한 아랫목처럼 말이다.


비록 이십 대 시절 연애할 때처럼 막 불꽃이 튀거나 눈에 콩깍지가 씌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각자의 생활 속에서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들어갔다.


결혼할 사람을 보면 운명의 상대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았다.


그냥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우연한 기회로 친해지게 되어 몇 번의 만남을 통해 함께 했던 경험들이 좋았고, 그런 것들이 모여 그 사람과의 결혼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과는 그렇게 넘기 힘들었던 결혼이라는 문턱이 남편과는 참 쉽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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