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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Feb 15. 2020

[결혼] 나는 왜 결혼을 하게 되었을까?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나는 결혼 적령기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어 결혼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솔직히 지금의 남편이 아니더라도, 결혼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춘 누군가를 만났다면 결혼을 했을 것이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굉장히 사교적이고 개방적이라고 생각한다. 즉흥적이고, 거침없는 말투는 나를 그렇게 판단하기에 적당한 것 같지만, 나는 실제로 보수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어떠한 틀을 벗어나면 아주 불안하다. 공무원 집안에서 성장했기 때문일까?


우리 부모님께서는 나에게 어떠한 간섭이나 잔소리를 하지는 않으셨지만, 내가 스스로 어떠한 선을 넘지 않게끔 그런 분위기를 만드셨고, 난 자연스럽게 그 선에 맞춰서 살아왔다.


난 언제나 평균의 아이 었다. 학창 시절 운동장에서 줄을 설 때 늘 기준을 하면 맞는 아이. 반에 학생이 50명이라면 키도 외모도 성적도 중간인 아이 었다.


튀지는 않아도 항상 그 선을 지키며 일정한 속도로 걸어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대학교 입시를 위해 재수를 할 때나 취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무원 공부를 할 때에도 그리고 현재의 회사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를 할 때에도 나는 왠지 내 또래들과 다른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 썩 내키지가 않았다. 


비록 내가 비정규직으로 3년의 생활을 거친 후 서른한 살에 정규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제대로 대학교에 들어가 회사에 들어간 친구들보다 4, 5년이 지나서야 그들의 시작점과 같게 되었다.


불안함이 늘 있었던 것 같다. 따라잡지는 못해도 더 이상 늦지는 말아야지 나의 무의식 속에서 나도 모르게 다짐을 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내가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부터 말이다. 


그래서인지 난 결혼에 대해서도 조바심을 많이 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었을 무렵부터는 연애를 시작하면 바로 결혼을 생각했고, 상대가 결혼에 대한 태도를 조금이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알아볼 기회도 없이 바로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결심을 하였다. 서른이 넘은 결혼 적령기가 되었고, 이제 회사에서도 안정적인 신분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신분이 확실한 누군가를 만난다면, 연애와 동시에 결혼을 준비하리라. 즉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나 회사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말이다.


상대가 가지게 될 부담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도 만약 나와 같은 결혼 적령기이고 내가 좋다면, 주춤거림 없이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암튼 난 스스로 결혼에 대해 그렇게 결심을 하고, 연애와 동시에 결혼할 상대를 만날 마음의 준비를 하였다.


그 시기에 현재의 남편을 적절하게 만나게 되었다. 입사 동기였고, 같은 부서는 아니더라도 같은 건물에서 근무를 하여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었다.


내가 그 당시 그곳에서 근무한 것도 결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내가 비정규직 생활을 끝내고 정규직이 되고 난 후 인사발령으로 인해 부서이동을 하였는데, 전혀 연고도 없는 곳으로 간 데다 일도 많아 많이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결혼 적령기라는 적당한 시기에 신원이 확실하고 기댈 수 있는 적절한 결혼 상대자인 남편을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운명 같은 만남도 아니었다. 


그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를 가고, 중학교를 졸업하면 고등학교를,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진학하듯이 그렇게 난 결혼으로 진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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