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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Apr 29. 2020

[회사] 육아휴직 끝. 회사로 조기 복직하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나는 다 빨랐던 것 같다. 


내가 아이를 출산하기 전에는 조산기 때문에 갑자기 회사에 출산휴가를 내야 했고, 이번에는 회사로부터 육아휴직이 끝나기 한 달 전 복직을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거 설마 회사의 소심한 복수는 아니겠지?‘


라고 약간 의심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나의 조기복직 문제로 양쪽 부모님들은 비상이 걸리셨다. 


회사에서는 내가 꼭 나와야 한다고 강요를 하지는 않았지만, 새로 부임해 오신 부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회사 사정상 내가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집에서 쉬는데 미안한데, 지금 박 대리가 하던 일을 할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데, 조금 일찍 나올 수 있을까?"


"예. 제가 생각해보고 바로 연락드릴게요."


이때 내가 생각해본다는 것은 진짜 생각해본다는 의미가 아니었고, 출근과 동시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찾아지게 되면 연락을 드린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지방에 계신 시어머님께서 올라오셔서 한 달 정도 아이를 봐주기로 하셔서 나는 조금 이른 복직을 하게 되었다.


복직을 하니 부장님이나, 부서 직원들이 나에게 참 고마워하셨다.


그런데, 나는 회사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나의 조기 복직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나는 3개월의 출산휴가도, 1년의 육아휴직도 감사했다.


왜냐하면 나의 주변에 공무원이나 공기업을 다니지 않는 일반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 중에서는 육아휴직 1년을 마음 편하게 쓰는 경우가 거의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 회사를 다니는 여직원이라면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였지만, 다른 회사 여직원들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 회사가 조금 더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가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많은 워킹맘들이 바라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것일지도 모르겠다.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당당하게 쓰고, 회사에 복귀해서도 자기 자리가 보장되어 있는 것 말이다.


정부에서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야기하고, 워킹맘을 위한 다양한 제도들을 만들어냈지만, 정작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누리고 있지 못하는 워킹맘들이 많다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씁쓸하다. 


결국 이 또한 나를 포함 많은 엄마들이 스스로 출산과 육아, 그에 따른 우울증을 극복했듯이 이것 역시 자기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였던 것일까?


아무튼 나는 회사의 그런 부분들이 고마웠고, 내가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함에 있어서 회사로부터 충분히 배려를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달 정도 회사를 일찍 나가는 것에 대해서 "왜?"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렇게 나는 드디어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집에서 아이만 키우다가 육아휴직이 끝나고 회사로 복귀하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한참 걸린다던데, 나는 그럴 새가 없었다.


그건 나에게는 참 배부른 소리였다.


내가 회사에 복직을 하고 보니 내 전임자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일정기간 동안 업무의 공백이 있었고, 그래서 나는 출근한 첫날부터 밀려있던 일을 처리하느라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한동안 업무량이 줄어들 때까지 계속해서 매일 야근을 해야 했다.


나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물론 힘이 들었지만, 막상 회사에 나와서 일을 해보니 이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싶었다.


우선 집과 회사의 거리가 멀어서 출퇴근 시간만 해도 편도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나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7시가 조금 넘으면 집에서 나와 차를 타고 출발해야 했다.


그렇게 해도 출근 시간에 겨우 맞춰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비록 아이를 낳고 키우며 육아 우울증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집에서 아이하고만 조용히 지내다 보니 회사에 복귀를 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과 지내는 것 또한 익숙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복직을 하고 내가 겪었던 이 모든 상황과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힘들다는 생각과 내색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런 동료 분들이 그 당시 내 곁에 있었다.


일이 많아도, 나처럼 매일 야근을 해도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회사에 복귀하고 그런 분들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를 하니 나 역시 못하겠다고 엄살을 부릴 수도, 집에 있는 아이 때문에 일찍 들어가 봐야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복직할 당시 그런 동료 분들을 만나 워킹맘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나에게는 복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진정 WARkingmom으로 살아가야 하는 나를 미리 성장시켜주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들을 그때 그 시절 만났던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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