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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May 13. 2020

[회사] 아줌마 아닌데요. 회사에선 저 박 대리입니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회사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는 곳이다. 


남자, 여자, 아줌마


여자는 미스이고, 아줌마는 여자 아니다. 남자들이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남자는 총각, 아저씨 두 개로 안 나누고, 한 그룹으로 묶더라는 


"뭐야! 결혼도 똑같이 하고, 아이도 똑같이 낳아놓고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녀보니 회사 분들 중에서 일부가 가끔 나에게 아줌마라고 할 때가 있다.


사는 동네를 붙여서 안산 아줌마, 분당 아줌마라고도 했다가, 지금은 수원 아줌마가 됐다.


이거 되게 웃긴다.


나 결혼 전에는 아가씨라고 불린 적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그땐 여자였으니 뭐 확실한 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나?


어느 하루는 출근하는데, OOO이 "아줌마 왔어?" 그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살짝 발끈해서는 바로 "저 아줌마 아닌데요. 회사에선 박 대리라고요! 회사에선 전 유부녀도 아니고 그냥 대리예요. 앞으로는 직급으로 불러주세요."라고 말했다.


물론 속으로는 더 말하긴 했다. 


'나도 콱 아저씨라고 불러버린다!'라고 말이다.


그럼 안 하려나? 그래도 아마 할 걸?


사무실에서도 가끔 그렇고, 친한 남자 동기들 중에서도 한 번씩 "아 누나 왜 그래! 누난 아줌마잖아!" 그런다. 


회식 자리 같은 사석에 가선 더한다. 미스랑 같이 있으면 "이 앤 아직 미스잖아. 넌 아줌마고. 다르지."라는 말을 수시로 듣는다.


정말!!!


뭐가 달라? 대체 뭐가? 


뭐 결혼하고 나면 생식기가 달라지나? 아니면 가슴 모양이 원에서 세모라도 되나? 


오히려 난 일도 하고, 가정도 챙기고 멋지기만 한데.


자기 합리화인가? 예전에 아줌마 상사들을 보면, 이것 봐라 나도 아줌마 상사란다.


회사에 세 부류의 인간들이 있는 거 맞나 보다.


워킹맘 상사 들을 보면 뭐랄까? 센스도 좀 떨어지고, 가정을 너무 챙길 때면 왠지 고지식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내가 결혼하고 워킹맘이 되어 보니 지금은 나와 같은 워킹맘들이 남자들이나 미스들보다 훨씬 더 대단하고 근사해 보인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데, 잘하던 잘하지 못하던 어찌 되었던지 간에 직장 생활과 가정생활 둘 다를 하고 있는 거니까 말이다.

뭐 남자, 여자(미스)들이라고 해서 사무실에서 일 엄청 잘하고, 회식 자리 가서는 눈부시게 소맥을 탄다거나 노래방에서 허리 꺾어가며 잘 노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만약 남자나 여자나 워킹맘이나 다 비슷하게 직장을 다니며 일하고 있다면, 이왕이면 워킹맘이 하고 있는 가짓수가 가장 많으니까 내가 생각할 때는 워킹맘이 제일 대단한 거 맞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제발 아줌마라고 하지 말라고요!


아침이면 하루도 감기 떨어질 날 없는 아픈 아이를 어린이집에 허겁지겁 맡기고서는 마음 속상할 겨를도 없이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데도 괜히 아줌마라는 이유로 눈치 보일 때도 많은데 말입니다. 앞으로 회사에서는 직급으로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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