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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n 28. 2020

[회사] 워킹맘 마음이 되어가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OO 어머님이시죠. 저 XX 엄마인데요, 오늘 저희 아이가 OO와 놀이터에서 놀다가..."


그날도 나는 아이와의 약속한 귀가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집에 도착해서는 주차를 하고 있는데 마침 OO 친구 어머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회사에 복직해서 1년 동안은 별로 워킹맘으로 느끼지 못했다. 왜냐하면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친정 엄마가 가까이 사셔서 아이를 봐주셨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진정 워킹맘의 삶을 느끼게 된 것은 엄마 집 옆을 떠나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면서부터였다.


그때부터 나는 아이를 출근할 때면 어린이집에 보내고, 하원 후에는 도우미 이모님께 맡겼다.



평소에 어린이집 선생님, 도우미 이모님, OO 친구 엄마들로부터 갑자기 연락이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지 그들에게 연락이 올 때는 딱 하나 아이가 다쳤을 때였다.


그래서 그 순간이 되면 항상 긴장이 되고는 하는데, 그날도 역시나였다. 마음이 아팠다. 친구 어머님으로부터 대충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속이 상했지만, 그래도 연락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와서 보니 아이는 잘 놀고 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도우미 이모님께 자세한 이야기를 더 듣고, 집에 가시는 길에 배웅을 하며 한마디 인사를 건넸다.


"이모님, 그래도 이렇게 인연을 맺은 게 1년이 다 되었네요. 참 감사드려요. “ 


도우미 이모님께서 우리 아이를 봐주신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던 것이다.


"예. 안 그래도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돈을 좀 올려주시면 안 될까요? “


회사에서도 직원들에게 1년마다 임금인상을 해주기 때문에 나는 이모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날은 아이가 다쳐서 그랬을까 괜히 서운했다.


이모님께서 우리 아이를 잘 봐주신 것도 있지만, 나도 나름 가족처럼 생각하고 많이 챙겨드렸는데 역시 남은 남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모님께 우리도 주말부부를 한 이후로는 형편이 빠듯해져서 어려울 것 같다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리고는 행여나 우리 집보다 더 좋은 조건에 편하신 곳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셔도 괜찮다고 했다. 


이모님께서는 아니라고, 그냥 해보신 이야기라며 웃으면서 인사하고 가셨지만, 나는 왠지 그냥 해보신 이야기는 아닌 것만 같았다.


그렇게 이모님을 보내드리고, 아이와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나는 잠이 잘 오지가 않았다.


하루에 나쁜 소식은 하나로도 충분한데, 그것도 부족할까 봐 하나를 더 받으니 이 생각했다가 저 생각했다가 마음의 상처만 자꾸 깊게 파였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는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날은 나도 모르게, 아이가 잠깐 나에게 등을 돌리고 누웠을 때 울고 말았다.

울고 났더니 조금 나았고, 어느새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니 또 조금 나았다.


잠들기 전에 나는 생각했다.


아프지 않고 상처 받지 않고 성장할 수는 없는 것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참 힘들고 버겁다.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그리고 아이와 회사, 아이를 맡기는 어린이집, 이모님에게도 늘 미안하고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나는 매일 회사를 다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계속 다닐 수밖에 없다.


비록 내가 아이를 키우고 회사를 다니며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와도 계속해서 참고 버티며 다녀야만 했던 것이다.


이처럼 나도 어느새 다른 워킹맘들처럼 워킹맘의 마음이 되어 살아가게 되었다.


그래도 내일이면 나는 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회사도 출근해야 하니 빨리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으면 좋겠다.


어릴 적 자주 그렸던 그림처럼 산 사이로 해도 빼꼼히 반짝 빛나고, 예쁜 새들도 막 노래 부르며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어느 순간 바보같이 행복해져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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