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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Sep 06. 2020

[회사] 워킹맘이 회사에서 과연 불리한 조건일까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불리한 조건이다. 


왜냐하면 일단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선입견을 가지고, 거기다 애까지 낳으면 선입견 × 2 가 아니라 선입견 제곱이 된다.


그리고 애 하나 더 낳을 때마다 제곱에 제곱


결혼 전에는 일이 많으면 그냥 남아서 야근하면 되었고, 회식 자리도 부를 때마다 갈 수 있었다. 즉 일과 인맥 둘 다 내 의지로 가능했었다. 그래서 소속감도 지금보다 더 강했고, 힘들어도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는 일과 인맥에 대한 나의 의사와 권한이 반으로 줄어들었고, 애를 낳고 나서는 거기서 더 줄어들었다.


하루 24시간 중에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나름 주주인데, 주주 행세도 못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하루 중 3분의 1은 회사에서 시간을 보낸다. 퇴근할 때는 또 새로운 출근, 이번 출근은 회사 출근할 때 퇴근이 이루어진다. 그냥 24시간이 잘 때 빼고 이루어지는 투잡 근무 같다.



이렇듯 내 시간을 마음대로 못 쓰니, 무엇이든 어디에서든 자유롭지 못하다. 


즉 일에서든 인맥관리에서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일도 적당히 거절해서 받지 않으면, 가정을 챙기기 어려울 만큼 바빠지게 되고, 또 너무 안 하면 회사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인사와 승진 때마다 불안해지게 된다. 그래서 일도 눈치껏 조절해가며 받고, 해야 한다.


사람들과 근무시간 이외에 어울리는 자리도 예전처럼 자주 갖지 못하니, 인맥 관리도 힘들어진다.


불리하다. 불리해! 


하지만, 요령껏 잘하면 꼭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한 번씩 사람들의 예상을 깨 주면 된다.

 

즉 아줌마, 워킹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을 없애주면 된다.


'박 대리는 애가 있으니 집에 칼퇴하고 가야 하니까, 이거 시키면 안 되겠지?'


라고 퇴근시간 무렵 일을 줄까 말까 머뭇거리고 있는 상사에게 가서


"오늘은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애를 보겠다고 해서 제가 조금 더 일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거 제가 하고 갈까요? “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라?' 하면 워킹맘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보다 오히려 높게 평가받게 될 것이다.


한 번씩 업무에 대한 태도를 사람들이 기대하는 예상의 범위보다 늘려줬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하면 된다.


어릴 적 하던 요요 놀이처럼 말이다.

그리고 회사생활 인맥관리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회식 같은 경우도 그렇다. 자주 참석 안 해도 한 번 참석하게 될 때 제대로 하면 된다.


매번 회식자리에 가서 분위기도 제대로 못 맞추고, 스마트폰만 수시로 들여다보다가 9시만 돼도 집에 빨리 가야 한다고 일어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뼛속까지 특화된 회식인의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각종 잔심부름은 물론, 시기적절한 농담과 맞장구, 그리고 한 번쯤은 아무도 모르게 살짝 계산해주며 그 날만큼은 칼퇴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적어도 3차까지는 열심히 동행해주는 센스(?)를 발휘해주면 되지 않을까? 


자고로 남녀관계든, 친구관계든, 회사 내 동료관계든 만남에는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횟수가 중요한 경우는 한 번의 횟수가 상대방에게 그다지 큰 의미를 주지 못해서 횟수로라도 채워야 그 의미가 부여될 경우에만 그렇고, 어떤 관계든 10번 시답지 않게 만나봐야 그때뿐이고, 별 의미도 없다.


한 번을 만나더라도 '음! 그래 바로 너야! 너 밖에 없어!'라고 상대방에게 인식을 줄 수 있다면 뭐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워킹맘이 아닌 워킹그랜맘이 된다고 해도 인맥관리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워킹맘이 되었을 때는 무작정 불리하기만 한 줄 알았다. 그런데 적당히 요령껏 해보니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주변 동료분들이 내가 워킹맘이라는 이유로 나에 대해 배려해주는 부분들에 대해서 고마워하고, 가끔 그들에게 그러한 것들에 대해 표현하고, 함께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어울리면 워킹맘이 돼서도 직장에서 불리하지 않았다.

게다가 확실히 결혼하고 애를 키우면서 몸고생 마음고생을 예전보다는 많이 하게 돼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이 더 깊어지기도 하였다.


회사에서 가끔씩 예전에 '나도 나이 들면 그럴까?' 하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귀 기울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 왠지 모르게 내가 성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상대도 과거보다는 나를 더 어른으로 생각해주는 것 같았다.


암튼 어찌 되었든 워킹맘이 되어보니 회사 동료들과 결혼 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공감대가 생기는 부분들도 있고, 그런 것들이 나쁘지 않았다.

워킹맘 불리하지만은 않다! 밀당 조금만 하면 말이다.


어디 과거 연애 경험 한 번 살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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