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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Dec 11. 2020

[회사] 회사에서 힘들 땐 잠시 나를 찾자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워킹맘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아닌가 싶다


어느 날 갑자기 함께 일하던 동료가 두 명이나 동시에 빠지게 되었다. 한 명은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하였고, 또 한 명은 나처럼 조산기 때문에 회사를 나올 수 없게 되었다. 


그 바람에 결국 난 졸지에 3명이 앉아서 일하던 자리에서 혼자 남아 배로 늘어난 업무를 하고, 끝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간간히 잡일까지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인원 충원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인원 충원은 되지 않았고,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갔다.


나는 많아진 업무로 인해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말없이 앉아 일만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원래부터 좋지 않았던 허리가 더 안 좋아지게 되었다.


어느 순간 나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옷을 입기도, 나중에는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못 걸을 지경까지 되니 나는 하루는 회사에 출근을 하고 외출해서는 병원에 가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의사가 나의 척추 사진을 보면서 제일 처음 하는 말이


“통증 어떻게 참으셨어요. 고통이 상당하셨을 텐데. 이거 척추측만인데요 보세요. 정말 휘었죠. 아니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병원에 한 번도 안 오셨어요.”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그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아파서 가족들과 회사 동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나의 허리 통증을 알아준 의사의 말 때문이었다.


“물리치료만으로 안 되세요. 특수 재활치료 일주일에 최소 두세 번씩 하세요. 통증 없어지실 때까지요.”


그렇게 진료를 받고, 병원을 나와서는 나는 아픈 나 자신이 괜히 서럽고 불쌍하게 느껴져서 회사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부터 사무실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울었다.



사무실에 와서 부장님께 병원에서 의사가 한 말을 전하며 당분간 병원을 다니며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나는 부장님께 한 번씩 자리가 비는 것을 염려해 인원 충원을 부탁드렸지만 부장님께서는 걱정은 해주셔도 내가 바라던 인원 충원을 해주시지는 않으셨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의 인원 충원에 대한 기대를 접고는 한동안 회사를 다니며 병원에 가서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병원에 가는 것이 회사에 조금씩 눈치가 보이게 되고, 나 역시 자리를 비우는 만큼 내 업무가 쌓이게 되니 점차 병원을 가지 않게 되었다.


대신 나는 회사에서 매일 틈나는 대로 걸으며 스스로 재활치료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니 나는 몸과 마음이 서서히 회복되어갔다.


이처럼 회사에서 혼자 하는 산책을 통해 몸과 마음이 편해지니 나는 ‘내가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유가 비단 업무가 많아지고, 몸이 아파서만은 아니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회사 근무 중에 짬짬이 내가 좋아하는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그랬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이 모든 것들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더 힘들었구나 싶었다.


워킹맘이든 여자든 남자던 회사를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회사에서 적당히 휴식을 취해줘야 한다. 학교 다닐 때 50분 수업에 10분 휴식처럼 말이다.


그러고 나면 휴식을 취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 된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라는 여유로움과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사람이 일만 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일을 하면서 틈틈이 힐링을 해줘야 일이나 사람을 대할 때 유연해진다.


회사에서 일만 하면, 자기 자신을 잃고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한 번씩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회사에서 해주면서 자기 자신을 봐줘야 한다.


일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던 마음을 주인인 나에게 한 번 보내줬다가 다시 일에게 되돌아갔다 해줘야 한다.


그래야 회사에서의 근무시간이 힘들지 않다. 가끔씩 친한 동료와 대화하는 것도 좋지만, 원래 혼자 시간을 보내야 진정한 힐링을 할 수가 있다.


그래야 온전히 나를 보고 느낄 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퇴근하면 쉬어야지. 퇴근하고 나면 내가 좋아하는 거 할 거야. 음악 듣고 책 읽고 운동해야지.”


여자, 남자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나 매일 회사와 집으로 2교대하는 워킹맘은 못 그런다.


그래서 더욱이 워킹맘은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자기 자신을 수시로 돌봐야 한다.


한 때 업무가 많아지고, 몸이 아파서 힘들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나는 회사에서 힐링하며 나를 챙기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역시 뭐든지 안 좋고, 나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파야 성숙한다는 말도 맞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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