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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Dec 15. 2020

[회사] 회사에서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정답이다. 사람들은 가정에서 충전을 하고 회사에 나와서 쓴다고 하지만, 난 아닌 것 같다. 회사, 가정 둘 다에서 충전해야 한다. 오히려 내 경우는 회사에서 더 충전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집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회사 나와서 일하면 금방 잊게 된다.


아이가 열이 났던 것도, 다쳐서 상처 났던 것도 기안 몇 번만 하면 어느 순간 까먹게 된다.


그리고 가끔씩 상사에게 혼이 나거나 외부에서 걸려오는 민원 전화라도 한 번 받으면 1초 만에 집과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일이던지 사람 관계이던지 자기 전까지도 계속해서 생각이 나고 어떨 때는 그것들이 꿈에서까지 나타나 날 괴롭히고 고문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크고 결정적인 사건이 있을 경우에는 물론 가정에 영향을 받겠지만, 평소 별다른 일이 없을 때는 회사가 내 삶을 더 많이 지배하는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워킹맘이 된 지금은 집과 회사 양쪽 모두 다 챙길 것들이 많아 잠시 지쳐서 회사에 대한 애정이 식은 상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회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도 마냥 순수하게 좋은 것만은 아닌, 약간 애증의 관계라고나 할까?


회사가 싫을 때는 정말 싫은 데 그래도 대부분 좋다. 회사에 나와 있는 시간이 돈을 떠나서 우선 회사 동료들과의 어울림이 좋고, 내가 한 일에 대해 인정을 받는 것도 좋고, 내 자리에 내 이름 석 자가 쓰인 팻말을 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 내 주변 동료들이나 친구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일을 하고 돈을 받아도 회사가 싫다고 한다.


왜 그럴까?


그냥 승진도 필요 없고,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하는 것이 꿈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솔직히 난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무슨 그런 꿈이 다 있나 싶다. 그건 밥 먹으면 똥 싸는 거랑 크게 다를 것도 없는데 말이다.


아니 우리 회사 같이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본인이 제 발로 나가지만 않으면 명예퇴직 아니면 정년퇴직인데, 뭐 그런 게 꿈인가 싶다.


마치 한창 젊은 날 나이 들어 늙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 같다. 막상 늙으면 또 예전 젊었을 때를 그리워할 거면서 말이다.


그건 막 겨울이 끝나갈 무렵 눈이 녹는 틈 사이로 움튼 새싹이 자라서 꽃을 피우기도 전에 빨리 낙엽이나 되어서 떨어져 버려야지 라고 생각하는 것과 똑같다.

그래서 난 회사가 때로는 불쌍하다. 일할 기회도 주고, 돈도 주고, 인정도 해주고, 때로는 혼내면서 가르침도 주는데, 다 싫다고만 한다.


정작 본인은 회사의 미래를 걱정도 안 하면서 회사가 자기 미래 걱정 안 해준다고 투덜대기만 한다.


나도 그럴 때가 많지만, 나를 포함해서 사람들은 너무 일방적이다. 자신이 받는 것과 주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받기만을 바란다.


나는 우리 회사 월급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서 적은 편이고, 복지 수준도 낮고, 주말부부도 3년 넘게 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월급을 많이 받는 다른 대기업 직원들처럼 야근을 죽어라고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관련 자격증을 따라고 하지도 않고, 영어 성적 주기적으로 내라고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내가 3년 넘게 했던 주말부부 문제도 전국에 부서를 가지고 있는 우리 회사의 특성상 누구나 한 번쯤은 겪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 뭐 됐지. 어쩌겠어. 회사가 나에게 이만하면 됐다 싶다.


난 사실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을 때부터 정규직인 현재까지 회사가 내가 가진 능력에 비해 과분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동료들과 같은 월급, 복지를 제공받아도 나에게는 늘 넘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것이 즉 회사보다 나를 낮게 평가했던 것이 내가 회사 생활을 함에 있어서 남들보다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


내가 만약 회사보다 나를 과대평가했다면 회사에 대해 늘 아쉽고, 부족하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불평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나는 불행했을 것이다.


역시 뭐든지 너무 바라면 불행한 것 같다. 그 대상이 사람이건 회사건 말이다.



나의 주변 사람들이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그때가 자유롭고 좋았다 라고 그리워해도, 난 워킹맘이 되어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금이 더 좋다.


내 삶이 단단하게 여문 알곡 같다고나 할까? 뭔가 빈틈없이 잘 채워져 있는 것 같다.


나는 내가 회사. 그리고 회사 동료들과 마치 사람인(人)의 모양처럼 서로 기대고 의지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해결해가며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는 것이 참 보람되고 행복하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내가 막상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서 내 나이와 경력으로 재취업 혹은 알바를 하거나 창업을 한다 해도 현재 이 정도 수준의 돈을 벌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나는 워킹맘이 된 후로 회사와 가정, 아이들을 다 잘 챙기기가 버거워서 하루에 적은 시간 내 일할 수 있거나 내가 원하는 시간대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주부 알바나 주부창업을 인터넷으로 수도 없이 검색해 보았었다. 


내가 검색한 결과 대부분이 광고였고, 간혹 제대로 된 정보를 찾게 되면 보는 순간 실망스러운 월급 수준과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일이었다.


회사의 월급, 근무조건, 동료들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지 않으면 행복하다. 


회사에 대해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하면, 내 삶이 어느 정도 만족스럽고 행복해진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깨어서 활동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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