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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Aug 30. 2020

[회사] 회사와 나. 결혼과 출산 이후 서로 소원해지다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무정차 구간. 회사와 내가 서로에게 희미하게 스쳐갔던 시간들


결혼과 임신, 출산 이후 우리의 관계는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삶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생활을 지배했던 회사가 나의 남편, 그리고 아이에게 밀려나게 된 것이다.


우선 결혼을 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가정에 대한 책임감으로 인해 회사보다는 가정을 챙기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분들도 예전처럼 나를 편하게 대하지 못하고, 조심하며 거리를 두셨다. 야근이나 부서 회식을 할 때면 이제는 나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했다.


행여 하더라도, 집에 갈 때면 "집에 너무 늦게 가는 거 아니야?" 라며 걱정을 해주셨다.


‘아니 이분들이 이렇게 배려심이 넘치는 사람들이었던가?’ 조금은 낯설기도 하였다.


결혼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었다. 


막상 임신을 하게 되니 나는 회사에서 더 어려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


'박 대리 아마 피곤할 거야. 일도 많이 주면 부담되겠지? 야근도, 회식도, 체력단련도 박 대리에게는 힘들 거야.'


챙겨 달라고 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챙겨 주셨다. 나를 방치하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물론 임신을 하니 많이 피곤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루 종일 근무하고 나면 집에 가서는 바로 수면모드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 역시 회사분들의 특별대우가 고맙기도 했지만, 함께 부대끼며 즐겁던 회사라는 공간에서 자꾸 나 혼자만 소외되는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제외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나는 점점 외로워졌다.


그래서 나는 회사는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회사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회사 사람들과 함께 해결해야 했다.


아무리 집에서 남편이 자상하게 잘해주고 기분을 맞춰주더라도, 그 날 나의 기안문을 지적했던 부장님으로 인해 무너졌던 나의 자존심은 회사 동료들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임신한 박 대리로 근무할 때를 생각해보면 출근 후 일, 퇴근 후 잠이 전부였던 것 같다.


정말이지 곰국에 소금 하나 넣지 않고, 싱겁게 국물만 떠먹는다거나 아니면 그저 매끼를 퍽퍽한 닭가슴살로만 연맹하는 그런 기분이었다.


출산과 육아휴직? 물론 더 업그레이드돼 주셔야지. 난 겨울잠을 자러 들어간 곰이었다.


회사에서 한 때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냈던 그들은 아무도 나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나를 혹시 족보에서 팠나? 싶었다.


내가 마치 전화기도 터지지 않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서 애를 낳아서 키우는 줄 아셨나 보다.


정말 친하게 지냈던 그들이 어쩜 눈에서 안 보인다고 그렇게 연락을 끊을 수가 있냐는 말이다.


역시 회사 동료는 일하고 놀 때뿐이라고 참 서운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나 회사 동료들이 나를 그렇게 내버려 둔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고, 맞는 행동이었다.


회사가 적당히 멀어지니 가정에 더 집중되기는 하였다.


나의 신경들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지지 않으니 난 오로지 아이와 남편만 생각할 수가 있었다.


먼 훗날 나의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 결혼, 임신, 출산, 육아휴직의 시기는 회사생활에 있어서 마치 무정차 구간과도 같을 것이다.


그냥 지나가버렸지만, 그래도 몇 개의 역은 지나쳤고, 한참 만에 정차한 역은 처음 열차를 탈 때만큼이나 낯설고 두려웠다.


그 역은 이름 하여 바로 복직


잠시 헤어졌다 만나게 된 우리 


헤어짐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적응하기 위해 


다시 힘겨운 과정을 시작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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