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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Aug 01. 2020

[회사] 결혼 전까지의 회사와의 관계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회사를 안을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꼭 한 번은 안아보고 싶어."


그랬었다. 아주 예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하고는 했었다.


결혼하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에 난 나의 모든 애정을 회사에 쏟았었다.


회사를 출근할 때면 늘 설레었고,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도 즐거웠다.


오히려 퇴근할 때가 아쉽고,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건 나 아무래도 회사랑 연애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의 삶에 있어서 회사란 존재는 꽤나 지배적이었고,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회사를 좋아했을까?


우선은 타이밍으로 내가 회사가 참 고마울 수밖에 없는 그런 시기에 들어갔고, 또 비정규직을 거쳐 어렵게 정규직이 되었다.


어떠한 집단에서 스스로 한 단계 도약을 해서 발전한다는 것은 경험해보니 참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그토록 좋았던 것은 시기적, 과정상의 이유만은 아니었으니 그건 바로 사람이었다.


사람. 회사 동료들


나는 우리 회사 동료들이 참 좋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비정규직임에도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었고, 또 열심히 공부해서 정규직이 되고자 한 이유도 다 회사 동료들 때문이었다.


회사 동료들은 내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집단들 중에서 가장 특별하고, 따뜻했다.


특별하다는 것은 제일 오래도록 한 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


다들 꽃다운 나이에 들어와서 회사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도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다.


회사의 일부가 되어서 말이다.



그리고 따뜻함


우리 회사 동료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자라고 컸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순박함과 포근함이 있다.


옷을 세련되게 입거나 브랜드를 막 꿰고 있지는 않지만,


나무와 꽃 이름을 많이 알고, 지역마다 산과 강 이름도 다 알고 계신다.



채근대는 사람보다 다독이는 사람이 더 많았고, 


혼내는 사람보다 칭찬해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회사나, 회사 동료들에게 내가 받았던 느낌은 


내가 잘하는 것이나 못하는 것이나 그저 물끄러미 내 옆에서 지켜봐 주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이끌어준다는 그런 것이었다.


부담되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쓸모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었다.


회사가 고마웠고, 그 안에 사람들은 따뜻했으며, 그들은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가 그토록 좋고 뜨겁게 연애하는 기분으로 다닐 수 있었나 보다.


요즘은


워킹맘이 되고 나서는 그런 연애의 감정 따위는 어디에 줘버렸는지 


무감정 인간으로 회사를 다니게 된 것 같아 왠지 좀 슬프다. 그저 하루 허겁지겁 출근해서는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평일보다 주말이 더 좋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그래도 


한 번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야근을 하는데,


참 오랜만에 회사와 나 오롯이 단둘이 있는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봄이라서 였을까?


열어진 창문 사이로 바람이 살랑거리며 들어오고,


밤인데도 춥지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와서는 어두운 밤하늘에 떠있는 달도 한 번 쳐다보고


뒤돌아서 불 꺼진 사무실 건물도 한 번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다 가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회사를 두고 가자니 마음이 쓰였다.


"잘 있어. 내일 또 올게."


괜히 싱겁게 한마디를 건네고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도 우리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있나 봐. 연애는 아닌 거 같은데, 이건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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