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결혼 전까지의 회사와의 관계

17.12.2-18.12.29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 엄마 칼럼니스트

by 미세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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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안을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꼭 한 번은 안아보고 싶어."


그랬었다. 아주 예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하고는 했었다.


결혼하기 전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에 난 나의 모든 애정을 회사에 쏟았었다.


회사를 출근할 때면 늘 설레었고,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도 즐거웠다.


오히려 퇴근할 때가 아쉽고, 왠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건 나 아무래도 회사랑 연애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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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나의 삶에 있어서 회사란 존재는 꽤나 지배적이었고, 내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 회사를 좋아했을까?


우선은 타이밍으로 내가 회사가 참 고마울 수밖에 없는 그런 시기에 들어갔고, 또 비정규직을 거쳐 어렵게 정규직이 되었다.


어떠한 집단에서 스스로 한 단계 도약을 해서 발전한다는 것은 경험해보니 참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그토록 좋았던 것은 시기적, 과정상의 이유만은 아니었으니 그건 바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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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회사 동료들


나는 우리 회사 동료들이 참 좋다.


예나 지금이나


내가 비정규직임에도 회사를 즐겁게 다닐 수 있었고, 또 열심히 공부해서 정규직이 되고자 한 이유도 다 회사 동료들 때문이었다.


회사 동료들은 내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집단들 중에서 가장 특별하고, 따뜻했다.


특별하다는 것은 제일 오래도록 한 그룹에 속해 있다는 것


다들 꽃다운 나이에 들어와서 회사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우리도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이다.


회사의 일부가 되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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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따뜻함


우리 회사 동료들은 대부분 시골에서 자라고 컸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순박함과 포근함이 있다.


옷을 세련되게 입거나 브랜드를 막 꿰고 있지는 않지만,


나무와 꽃 이름을 많이 알고, 지역마다 산과 강 이름도 다 알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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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대는 사람보다 다독이는 사람이 더 많았고,


혼내는 사람보다 칭찬해주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회사나, 회사 동료들에게 내가 받았던 느낌은


내가 잘하는 것이나 못하는 것이나 그저 물끄러미 내 옆에서 지켜봐 주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이끌어준다는 그런 것이었다.


부담되지 않고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그래서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쓸모 있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점점 들게 되었다.


회사가 고마웠고, 그 안에 사람들은 따뜻했으며, 그들은 나와 함께 있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회사가 그토록 좋고 뜨겁게 연애하는 기분으로 다닐 수 있었나 보다.


요즘은


워킹맘이 되고 나서는 그런 연애의 감정 따위는 어디에 줘버렸는지


무감정 인간으로 회사를 다니게 된 것 같아 왠지 좀 슬프다. 그저 하루 허겁지겁 출근해서는 퇴근시간만 기다리고, 평일보다 주말이 더 좋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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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 번은 사무실에 혼자 남아 야근을 하는데,


참 오랜만에 회사와 나 오롯이 단둘이 있는 그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봄이라서 였을까?


열어진 창문 사이로 바람이 살랑거리며 들어오고,


밤인데도 춥지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사무실을 나와서는 어두운 밤하늘에 떠있는 달도 한 번 쳐다보고


뒤돌아서 불 꺼진 사무실 건물도 한 번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다 가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회사를 두고 가자니 마음이 쓰였다.


"잘 있어. 내일 또 올게."


괜히 싱겁게 한마디를 건네고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래도 우리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있나 봐. 연애는 아닌 거 같은데, 이건 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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